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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러쉬 크러쉬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M이에요. 오늘은 저의 사심을 가득 담아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여러분은 러쉬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저 멀리 100m 밖에서부터...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M이에요. 오늘은 저의 사심을 가득 담아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여러분은 러쉬하면…

2019. 06. 07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M이에요. 오늘은 저의 사심을 가득 담아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여러분은 러쉬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저 멀리 100m 밖에서부터 알 수 있는 강력한 향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브랜드? 힙스터들이 쓰는 브랜드? 다 좋아요. 오늘은 대체 왜 러쉬라는 브랜드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던 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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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일주일 전 저는 도쿄에 있었어요. 도쿄 신주쿠에 아시아에서 최고로 큰 러쉬 매장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러쉬 덕후인 저는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날아갔습니다. 실제로 본 매장은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신주쿠역 바로 앞 무려 4층 규모의 러쉬 매장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러쉬 제품이 꽉 들어차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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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장은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모토예요. 언어가 쇼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층별마다 픽토그램으로 표시를 해두어서 일본어를 못 해도 어렵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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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H UK(@lush)님의 공유 게시물님,

여러분 혹시 러쉬 UK가 모든 소셜 미디어를 닫았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로 시작되는 러쉬의 선언문은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대신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요. 멋지지 않나요?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까지 언제 변할지 모르는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진짜 자기 것을 갖겠다는 거예요. 물론 아직은 영국 계정만 닫았다고 하니 혹시 한국 것도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우려는 접어두셔도 좋아요.

디에디트도 이에 100% 동의합니다. 영상도 하고,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이 기사가 나가는 디에디트 웹사이트야말로 저희의 든든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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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의 이런 철학의 중심엔 바로 러쉬랩스 앱이 있습니다. 제품을 찍어서 바로 제품명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앱은 하라주쿠 매장에서 끝없이 펼쳐진 배쓰밤을 대상으로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render-1559885204554-0_1bcut_DSC09735[비슷한 맥락으로 신주쿠 매장에서는 이렇게 시연대신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구요]

배쓰밤을 찍으면 배쓰이 물에 어떻게 풀리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는데요. 사용자에게 편리한 경험을 제안하면서도 시연을 위해 낭비되는 물과 환경오염까지 막을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요?

bcut_DSC09746 bcut_DSC09673[애정하는 로즈 아르간 보디 컨디셔너도 이렇게 고체형으로!]

제가 러쉬 매장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본 건 말이죠.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들도 플라스틱 용기 없이 고체로 만들어 ‘내추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왜 고체냐구요? 바로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위해서랍니다. 올해 안에 모든 제품의 플라스틱 용기를 80%까지 줄이는 게 목표라고 하는데 이미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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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적인 게 바로 샴푸바예요. 혹시 써보신 적 있으세요? 정말로 머리에 스치자마자 바로 거품이 나서 깜짝 놀랐어요. 이 작은 고체샴푸 하나를 250g의 액체 샴푸 3병과 똑같은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대신, 알약을 10배쯤으로 불려둔 것 같은 샴푸바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거죠.

DSC09541bcut_DSC09540bcut_DSC09539[태그의 바로 이 마크가 바로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했다는 표시예요]

그럼 이미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어떡하냐구요? 이렇게 멋진 스카프로 변신한답니다. 근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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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렇게 멋진 화분으로 변신할 수도 있구요!

KakaoTalk_Photo_2019-06-05-17-28-09KakaoTalk_Photo_2019-06-05-17-29-39[러쉬의 창립자들과 영국에 있는 러쉬 첫번째 매장이래요]

여러분 혹시 러쉬와 더 바디샵의 상관관계를 아시나요? 그냥 단순히 경쟁 관계 아니냐구요? 러쉬의 시작은 1977년 콘스탄틴 & 위어라는 작은 제조 업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무려 15년 동안 이 작은 업체는 더 바디샵과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더 바디샵에 물건을 공급하는 가장 든든한 협력업체였거든요. 현재 만들어지는 제품력의 바탕을 엿본 기분이었어요.

bcut_DSC09668 bcut_DSC09669[진짜 팝콘과 김이 들어있는 화장품이라니 이렇게 재미있는 제품도 러쉬의 자랑이죠]

그리고 1995년 두발로 우뚝 선 러쉬가 탄생하게 됩니다. ‘신선한 화장품을 만들어 착하게 판다’가 바로 러쉬를 시작할 때 내세운 모토였어요. 이 중심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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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이 매장에 꽤 탄탄한 메이크업 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추구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색의 파운데이션 컬러도 인상적이었만요, 가장 놀라운 건 화장품을 패키징하는 방식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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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액상형 파운데이션도 판매 중이긴 하지만, 고체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는 모두 고체형으로 만들어 종이 박스에 담아 판매하고요. 또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손잡이 부분을 왁스로 처리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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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도 케이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에 내용물과 케이스를 따로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편리함을 위해 철학을 내동댕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고집스러운 브랜드구나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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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주쿠 매장에서 쉐이빙 크림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요. 들어가는 재료부터 스팀기계까지 이건 뭐 무슨 화장품이 아니라 쿠킹클래스라고 해도 믿겠더라구요. 실제로 러쉬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쉐프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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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간단했어요. 물에 아이리스 꽃을 넣고 스팀을 통해 꽃의 성분을 추출해 베이스를 만들구요. 여기에 3가지 오일이랑 미역에서 추출한 파란색 색소를 넣어요. 그리고 용기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수한 용액에 담아 강낭콩 모양으로 굳히더라구요. 이렇게 생긴 쉐이빙 크림은 손톱으로 끝을 찢어서 사용합니다. 좋은 것만 들어가니까 쉐이빙크림으로 사용하고 나서도 바로 로션처럼 바를 수도 있대요. 놀랍도록 단순한 과정과 원재료의 성분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기 위해 불을 쓰지 않는 것까지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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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걸 보면서 느낀 게 뭔지 아세요? “어 저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였어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쉽고 간단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들은 대부분 어떤 성분이 들어가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죠. 사실은 화장품뿐만이 아니죠. 요즘 우리가 쓰는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렇기도 하구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얼굴에 바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게 어떤 것이 진짜 무엇인지 우리는 알 권리가 있어요.

bcut_DSC09664bcut_DSC09665[마음에 쏙 들었던 치약!]

저는 가끔 세상은 가장 편리하고 빠른 지름길로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다고 느껴요. 조금의 사용감을 개선시키기 위해 나노 단위로 기술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이토록 기본에 충실하고, 심지어는 원시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다시 돌아가는 건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소리기도 하죠. 앞에서는 호기롭게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고한 철학이 있지 않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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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색이 분명한 브랜드를 좋아해요. 소비자의 눈치만 보다가 유행이라서 혹은 사람들이 원하니까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게 좋아. 너도 그래?”라고 샹냥하게 묻는 곳 말이에요. 화장품을 파는 곳이 “그게 정말 올바른 소비야?”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눈치 보지 않고 돌직구로 날려 버리는 그런 멋짐이 러쉬에게는 느껴집니다. 그래서 일까요 러쉬라는 곳은 브랜드와 제품을 쓰는 사람이 꼭 닮아 있어요. 심지어 일하는 직원마저도 쾌활하고 모두 비슷한 바이브를 풍기더라구요.

bcut_DSC09737bcut_DSC09763[플라스틱 백 대신 스카프를 이렇게 백으로 쓰는 것도 너무 괜찮죠?]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건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해요. 그 사람의 손톱이 참 예뻤다거나, 조근조근한 말투, 혹은 내 말에 활짝 웃는 미소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죠.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면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냥 이유도 없이 좋은 거죠. 어떤 브랜드는요. 꼭 사랑에 빠진 대상을 설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러쉬는 아마 지금 제가 가장 사랑에 빠져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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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도쿄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이곳 신주쿠 매장에 들러 러쉬를 직접 보고 만지고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향기롭고 즐거운 경험이 될 거예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까요? 역시나 그냥 지나치지 못 하고 저는 쇼핑을 했죠. 러쉬 직원에게 추천받은 제품을 잔뜩 사왔습니다! 영상으로 찍었으니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에디터M의 뷰튜버 도전기!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