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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잘 산다는 것은 말야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봄 혹은 가을을 탄다던데 나는 여름을 타는 편이다.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인데도 말이다!...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봄 혹은 가을을 탄다던데 나는 여름을 타는…

2019. 05. 22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봄 혹은 가을을 탄다던데 나는 여름을 타는 편이다.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인데도 말이다! 야들야들한 연둣빛 나뭇잎이 진초록이 되는 시절이 오면, 내 마음은 이상하게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는 재미가 참 없었다. 사는 재미가 없으니 자꾸만 이것저것 질러댔다. 내가 바로 디에디트의 슬로건,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를 찾는 사람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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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우울을 날려준 물건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무표정한 내 일상에 비죽 입꼬리를 올려줄 작고 소박한 아이템들. 혹시 또 모르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당신의 마음도 이 물건을 보고 말랑말랑 당장 지르고 싶어 근질거리게 될지도.


오쏘몰 오르토몰 바이탈F, 7만원 대(30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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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양 보조제를 믿지 않았다. 영양제는 그저 비싼 오줌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것도 다 옛말이다. 매일 야근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하니 몸도 마음도 삭는다. ‘시간도 의지도 없는 난 가장 쉬운 돈으로 건강을 산다!’라는 마음으로 딱 일 년 전부터 열심히 이것저것 챙겨 먹고 있다. 그런데 말이지 이 영양제라는 것이 먹기 시작하면 먹어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고 복잡하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충분한 물과 함께 섭취하라니, 그렇게 부지런했으면 내가 이렇게 골골거릴 리가 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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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걸 봤다. 영양제계의 벤츠, 샤넬이라고 불리는 오쏘몰. 라인은 총 세 가지가 있는데 여성은 F를 남성은 M을 그리고 면역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이뮨을 고르면 된다. 독일에서 만든 명품 비타민이라거나, 수입사가 만든 마케팅 용어가 분명한 수상한 별명보다 내 마음을 흔든 건 하루에 한 병, 이 하나로 해결되는 깔끔함이다. 한 박스에 딱 30병, 한 달 치 분의 양이 들어있는데 난 두 박스를 한 번에 구입했다. 워낙 고함량 비타민이라 두 달 정도 꾸준히 먹은 뒤 일 년 정도의 휴식기를 가지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니까 괜히 더 믿음이 가는 것 같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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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매일 밤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샤워를 마치고,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르고 시원한 물 한 잔과 오쏘몰 한병을 챙겨 침대에 앉는다. 뚜껑의 은박지를 벗겨 알약 한 알을 꺼내 물과 함께 섭취하고 뚜껑을 비틀어 오렌지 맛이 나는 진득한 액체를 털어 넣으며 혼자 되뇐인다.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단골공장 정준산업 요술 때밀이 장갑, 6천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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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무려 공장 큐레이션 플랫폼, 단골공장이다. 무려 공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열심히 좋은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소비자를 1대 1로 연결하는 ‘공장 직거래’ 사이트다. 솔직히 사이트의 레이아웃은 조금 촌스럽고 멘트는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다. 매일 예쁘게 포장되고 브랜딩된 물건만 보던 내게 이걸 만드는 사람과 장소의 소음과 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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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장갑은 내가 단골공장 펀딩으로 산 제품이다. 사실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은 내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이다. 때타올 계의 에르메스, 일명 ‘때르메스’라고 불리며, 아프지 않고 시원하게 몸의 때를 밀 수 있는 혁신의 아이템! 원래는 분홍색인데, 단골공장에서는 특별한 화이트 에디션을 팔길래 한치의 망설임도 겁도 없이 무려 한 박스를 샀다. 게다가 그리고 사용 후 장갑을 걸어두어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장갑걸이도 고작 400원을 더 내고 받았으니 핵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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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품도 많지만,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은 차원이 다르다. 아프지 않으면서도 딱 좋을 정도의 시원함을 자랑한다. 샤워 후 몰라보게 부드러워진 피부를 쓰다듬어 보면 속된 말로 짝퉁이 따라갈 수 없는 품격이 느껴진다. 단골공장을 통해 알게 됐는데, 때를 잘 벗겨 주면서도 내구성 갖추기 위해 엄청난 연구를 했단다. 그 결과 자작나무로 만든 실을 머리카락보다 30배 얇게 만든 뒤, 그걸 150번 꼬아 만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굴곡이 딱 좋은 정도로 때를 벗겨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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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도치 않게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 일본은 장인이 대접받는 나라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과연 지금도 이걸 누가 살까?’싶은 물건을 팔고 있는 오래된 가게를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난 아직 우리나라도 좋은 물건을 만들어 오고 있는 곳이 많다고 믿는다.

어딘가에서는 겉만 번드르르한 브랜딩이나 예쁜 포장 같은 걸 할 줄 몰라도 묵묵하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분명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 그래서 정준산업도, 이런 곳을 찾아 소개하는 단골공장도 있는 힘껏 응원하고 싶어진다.


오르에르 라운지 펜텔 Pula man, 3천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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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이 시대라지만 펜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 매일 아침 things 3(이 앱이 궁금하다면 리뷰를 확인하자)으로 할 일을 차곡차곡 정리하지만, 전화 받으면서 메모가 필요한 순간, 급하게 생각난 일을 메모장에 슥슥 휘갈겨 쓸 수 있는 펜만한 게 또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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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텔은 일본에서 벌써 100년이 넘은 문구 브랜드다. 가격은 좀 있어도 내구성이 워낙 좋아서 한번 사면, 잃어버리지 않고서야 주구장창 쓸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든다. 특히 샤프 같은 경우는 몇십 년도 문제없고 0.3mm 0.2mm 샤프심을 처음 만든 것도 바로 이 펜텔이라고.

bcut_IMG_8892[얼마전에 방문한 오르에르 라운지. 데려오고 싶은 펜이 참 많았다]

젠 체하지 않으면서도 슥슥 써진다. 벌써 몇 개월째 사용 중이지만 아무리 막 휘갈겨도 앞쪽의 펜촉이 휘거나 뭉그러지지 않고, 잉크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나온다. 어떤 종이에 펜을 대도 손에 힘을 줄 필요 없이 슥슥 쓸 수 있는 펜을 찾는다면 추천! 난 선물 받았지만 성수동의 오르에르 2층 라운지에서 살 수 있다.


이노다커피 유리컵 1만 5천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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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엄마도 모르게 나 혼자 마음먹은 프로젝트가 있다. “내년엔 독립을 한다!”서른이 훌쩍 넘었으니 이제 나도 둥지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내년 5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마음에 드는 그림,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컵을 꼬물꼬물 모으고 있다. 바닥이 두툼한 머그컵부터, 작고 투명한 유리컵까지 예쁜 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김없이 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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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로고가 그려진 건, 얼마 전 엄마랑 다녀온 교토 여행에서 산 이노다커피의 유리잔 그리고 얼기설기 옷을 입고 있는 건 모로코에서 온 유리잔이다. 이노다커피 유리잔은 카페에 들렀다가 물잔으로 나온 모습에 홀딱 반했다. 오렌지색 커피 포트 로고가 너무 심쿵이지 않나. 둘 다 그리 크지 않아서 물을 가득 따르면 한 번에 원샷 하기 딱 좋은 양이 담긴다. 매일 마시는 물도 예쁜 컵에 담아 마시면 더 맛있다. 딸기 우유도, 맛있는 커피도 마찬가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기분도 맛도 좋아진다고 믿으니까.


무인양품 파자마, 5만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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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이상한 습관이 있다. 외출복 대신 자꾸 파자마를 산다. 내 옷장엔 하루에 3번씩 잠을 자도 문제없을 만큼 다양한 파자마가 있다. 이런 나를 두고 에디터H는 티 안 나는 데 돈 쓰는 재주가 있다고 비웃지만 몸에 적당히 붙으면서도 까슬거리지 않고 불편한데 없이 잘 맞으면서도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 잠옷을 사는 건,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처럼 귀하고 기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 사 온 무인양품 파자마는 완벽하다. 귀여운 체크무늬에 카라 형태까지 우리가 파자마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완벽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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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여름에 시원하고 구김이 가지 않는 시어서커 소재라 더 좋다. 시어서커는 굵기나 꼬임이 다른 두 종류의 실을 엮어 그 두 가지 실이 가공되는 과정에서 수축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격자무늬가 나타난 직물을 말한다. 격자무늬가 입체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따라서  몸에 척척 들러붙지 않고 땀을 잘 흡수해서 여름에 이불이나 옷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게다가 제일 좋은 건 구김이 전혀 가지 않는다. 아무리 구겨도 절대 구겨지지 않아 여름 재킷도, 남방도 시어서커 소재를 선호한다. 아무튼 아직 무인양품 파자마는 아직 개시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날이 더워지면 꺼내 들 예정이다.

만약에 여러분도 괜찮은 잠옷을 찾고 있다면,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을 추천한다. 일단 소재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도 무엇보다 예쁜 디자인의 파자마가 많다.


아사히 민티아, 1천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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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민트를 좋아한다. 편의점이나 올리브영 같은 데서 카드를 내밀다가도 계산대 아래 못 보던 민트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외국 여행에서도 못 보던 민트가 있으면 일단 사고 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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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먹어보지 않는 민트가 거의 없는데, 요즘은 이걸로 정착했다. 정말이지 최고다.

아사히에서 나온 민티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맥주 만드는 아사히 맞다. 아무튼 그동안 사본 민트 중에 가장 효과가 좋다. 물색없이 졸린 어느 오후, 혹은 입안에서 단내가 나는 날 이거 한 알이면 10초 만에 상쾌해진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맵지만, 먹고 나면 기분 나쁜 단맛이 돌지 않아서(기껏 민트를 먹었는데 단맛이 남는 거 진짜 싫어한다) 양치한 것처럼 깔끔하다. 신용카드 크기에 납작해서 지갑에 넣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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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한 박스나 대량 구매해 둔 상태. 도쿄 여행 3일 전에 급하게 직구한(대체 왜?) 민티아 한 박스. 일본 직구라 일본 신문에 싸여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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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