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아이폰, 소니 카메라부터 밤티라미수, 오징어게임까지! 세상 모든 소비재를 리뷰하는 디에디트 매거진이 지난 일 년의 트렌드를 돌아볼 수 있는 ‘2024 디에디트 어워즈’를 준비했습니다. 테크, 스타일, 컬처, 푸드 네 가지로 구분했고, 전문성 있는 객원 에디터와 함께 엄선했습니다. 컬처에서는 영화평론가 김철홍, 박민재 문학동네 마케터, 김윤하 음악평론가, 장진우 셰프 등이 어워즈에 참여했습니다. 아쉽게도 시사 부문은 따로 없어서 비상계엄 사태를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태가 마무리가 되면 2025 어워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타이틀은 ‘올해의 해피엔딩’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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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디에디트 어워즈: 테크
2024 디에디트 어워즈: 푸드
2024 디에디트 어워즈: 스타일
올해의 영화
파묘
by. 김철홍
영화평론가,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이 확실하다. 호랑이, 도깨비, 처녀 귀신, 저승사자, 장승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갖가지 설화들로부터 영향받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를 먹고 이제 좀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파묘>가 등장했다. <파묘>는 물론 그 자체론 잊지 못할 끔찍할 악몽까진 아닐 수 있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 비밀의 방에 파묻어 놓은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2024년 국내 개봉 영화 중 시리즈물인 <범죄도시 4>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로, <파묘>가 없었다면 한국 영화는 정말로 험한 꼴을 봤을지도 모른다. 끈질기게 한 장르를 파온 장재현 감독의 이야기 또한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좋은 사례로 남을 만하다.
올해의 이슈
민희진 VS 하이브
by. 디에디트 에디터B
사건의 발단은 민희진에 관한 짧은 뉴스였다.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가 모 기업 하이브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내용의 뉴스. 그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이슈가 지금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뉴스가 보도되고 민희진은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패션, 말투, 멘트 등 모든 게 화제가 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이후에도 관련 뉴스가 이어졌다. 하이브는 민희진을 어도어 대표에서 해임했으며, 아일릿의 뉴진스 안무 표절 논란이 일었고, 국회 감사에서는 타 아이돌을 비방하는 하이브 내부 문건이 드러났으며, 뉴진스 하니는 직장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그리고 뉴진스는 어도어 계약 해지를 두고 최후 통첩 메시지를 담은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다. 뉴진스의 성공과 하이브의 잡음, 이 이슈의 중심에는 데뷔부터 핫했던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이 있다. 어떻게 끝이 날지는 2025년이 되어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인물
소설가 한강
by. 박민재
문학동네 마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당일에는 늘 해외문학 담당자들이 저녁까지 남아 사무실을 지킨다. 하지만 10월 10일은 달랐다. “South Korea, Han Kang”이 호명되고 퇴근했던 국내문학 담당자들이 다시 사무실로 출근했던 일은 회사의 오랜 전설로 회자될 것 같다. 한강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서점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작가가 들었다는 음악이 역주행한 플레이리스트를 보면서 마음이 참 벅찼다.
수상 직후 출판계가 기자회견 준비로 떠들썩할 때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잔치는 싫다”며 기자회견을 거부했을 때는 정말이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기억해야 할 것이 기억되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어오셨던 분이 경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출판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단군 이래 늘 불황이라던 출판계의 난데없는 생기에 힘을 보태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수많은 출판인은 오늘도 늘 그랬듯 세상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쪼록 앞으로도 책을 향한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이자 문학 그 자체인 글 전문을 노벨재단 홈페이지에서 ‘한글’로 읽을 수 있다. 링크는 [여기].
올해의 밈
원영적 사고 & 럭키비키
by. 디에디트 에디터B
최재림의 시카고 복화술, 서이브의 마라탕후루, 오해원의 외모췍, 한강 고양이 챌린지 등 올해도 많은 것들이 유행했다. 그중 최고는 아이브 장원영의 ‘원영적 사고(또는 럭키비키)’가 아닐까. 아이브 팬들 사이에서는 장원영의 긍정적인 사고가 유명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2023년 9월에 업로드된 브이로그를 통해서다. 영상에서 장원영은 빵을 먹기 위해 줄 섰는데, 바로 앞 손님이 빵을 다 사가서 새로 구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운이 없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에서 장원영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럭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이렇듯 원영적 사고는 불행한 상황을 초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를 말하는데, 올해의 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파급력 때문이다. ’00적 사고’라는 말은 이후도 ‘(민)희진적 사고’, ‘흥민적 사고’와 같은 방식으로 파생되었다는 점에서 단편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유행어와 밈은 시대를 결핍과 갈증을 드러내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비난과 비관이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서 원영적 사고는 우리에게 필요했던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더불어,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럭키비키’가 있다.
올해의 시리즈
선재 업고 튀어
by. 디에디트 에디터B
김혜윤과 변우석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배우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선재 업고 튀어>는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도권 시청률 3.1%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7.2%를 찍었고, ‘선재 신드롬’ 덕분에 국내 OTT(티빙)가 처음으로 넷플릭스의 일일 총 사용 시간을 앞지르기도 했다. 뻔한 타임슬립 로맨스물일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08년도 감성을 자극하는 최신 레트로 감성과 가볍지 않은 첫사랑 소재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후 변우석은 누구보다 핫한 남자가 되었다. 이디야는 23년만에 처음으로, 교촌치킨은 이민호 이후 9년만에 변우석을 모델로 발탁했다. 이외에도 팔도비빔면, 일룸, 프라다, 까르띠에 등 그가 찍은 광고는 셀 수 없이 많다.
올해의 역주행
뮤지컬
by. 디에디트 에디터B
갑자기 뮤지컬이 핫해졌다. 말하자면 ‘역주행’이다. 나도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해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예술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는 양극화가 심한 취미랄까. 그랬던 뮤지컬이 갑자기 핫해진 계기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 때문이다. 개그맨 이창호가 <킹키부츠>의 롤라를 (잘못) 집어삼킨 듯 연기한 영상이 ‘빵’ 터졌다. 지난 7월 20일에 업로드된 이 영상은 현재 8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으로 배우 최재림의 복화술 연기 장면이 알고리즘을 타며 또 한 번 터졌다. 2011년에 촬영된 이 영상으로 최재림은 처음으로 써브웨이 광고까지 찍었다. 알고리즘과 좋은 콘텐츠만 준비되어 있다면 언제든 갑자기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빵송국과 뮤지컬계가 증명했다.
올해의 신기록
야구 관중 천만 시대
by. 디에디트 에디터B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이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 된 친구도 있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야구 소식이 늘었다. 그럴 만하다. 한국 프로야구 관중은 올 시즌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KBO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존 관객의 성별은 남성이 62.8%, 연령은 40~50대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신규 유입된 관객만 보면 여성이 48.6%, 20대가 31.4%를 차지한다. 올 시즌 야구 흥행의 중심에는 20대 여성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인기 요인은 다양하지만, SNS 활용이 가장 공이 컸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KBO는 티빙과 중계 계약을 맺으며 2차 저작물을 허용했는데, 덕분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야구 콘텐츠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숏폼 위주로 퍼지며 20대 여성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 아이러니한 건 한국의 양대 스포츠 야구와 축구의 운명이 정반대로 엇갈렸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가 40년만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고 축구협회 이슈로 날개 없이 추락하는 사이, 한국 야구는 훨훨 날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의 서프라이즈
칸예 웨스트 리스닝 파티
by. 디에디트 에디터B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오아시스가 재결합을 한다든지, 베컴이 금돼지식당에서 삼겹살을 먹는다든지, 제시 린가드가 FC서울에 이적한다든지(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중에 최고는 칸예 웨스트가 한국에서 깜짝 리스닝 파티를 연 사건이다. 8월 23일 ‘Ye x Ty Dolla S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라는 리스팅 파티가 개최되었고, 칸예가 공연을 선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어쨌든 콘서트가 아니고 리스닝 파티로 예고된 행사였다. 칸예가 2시간 30분 동안 77곡을 라이브로 들려줄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 공연은 칸예 웨스트가 3년 만에 선보이는 라이브 공연이었고 그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칸예 유튜브 채널에 [풀버전]이 올라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감상해도 좋겠다.
올해의 노래
슈퍼노바 – 에스파
by.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2024년 말 세상을 물들인 노래는 단연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였다. ‘오징어 게임’ 다음 ‘아파트 게임’ 바람이 분 것처럼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며 두 손을 교차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설마 나를 잊은 거냐는 차가운 냉기에서 익숙한 쇠 맛이 났다. 시선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광야, 가상 세계의 또 다른 나, SMP(SM Music Performance) 등 알 듯 모를 듯한 개념을 ‘쇠 맛’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 버린 그룹, 에스파였다.
2021년 노래 ‘Next Level’로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SMP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성큼 올라선 이들은 2024년 5월, 첫 정규 앨범 [Armageddon]의 발표에 앞서 선공개 곡 ‘Supernova’를 발표했다. 미지의 운석이 떨어진 듯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문을 연 노래는 3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미니멀한 베이스와 킥, SMP 특유의 혼란한 곡 구성으로 거부할 수 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중의 고막을 사로잡았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알아본 건, K팝 이지리스닝 유행으로 한동안 ‘좀 더 쉽게, 좀 더 팝답게’만을 외치던 노래들 사이에서 돌연변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도드라진 ‘Supernova’의 거친 매력이었다. 바로 이어 선보인 더블 타이틀 ‘Armageddon’과 쇠 맛 러쉬의 정점을 찍은 ‘Whiplash’까지, 지금 대세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이들의 남다른 뚝심이 만들어 낸 참 에스파다운 곡들이었다. 이 모든 건 요행이 아니었다. 음원 사이트 99일 연속 1위나 연말 시상식 7관왕 같은 기록은 어쩌면 에스파의 2024년이 남긴 아주 작은 단면일지도 모른다. 정반합의 우주가 지배하는 K팝 씬에서 거침없이 불어온 쇠 맛 바람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올해의 컴백
G-DRAGON
by. 디에디트 에디터B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을 세상 둘도 없는 천재적인 뮤지션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세상엔 천재 뮤지션이 많고, 지드래곤이 유독 더 뛰어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지드래곤은 뮤지션이자 슈퍼스타다. 음악과 무관하게 지드래곤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능력이 너무나도 탁월하다. 스타성이라는 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니까. 멤버 다섯 중 두 명이 범법을 저질러 빅뱅은 셋으로 줄었고, 리더인 권지용은 마약 투약 협의로 조사를 받고, ‘웃다가 조사가 끝났다’. 개인에게는 위기였을 사건이 스타에게는 서사가 되었다. 덕분에 선공개곡 ‘POWER’, 이후에 오른 <2024 MAMA>, <유퀴즈> 출연 등 모든 행보가 화제였다.
올해의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by. 디에디트 에디터B
<캐치! 티니핑>은 독특하게 소비된 애니메이션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야기이고, 어른들에게는 놀이다. 신기한 현상이다. 우선 아이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TV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개봉되어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어른들은 유행으로 소비했다. ‘티니핑 이름 외우기’ 콘텐츠가 그랬고, ‘파산핑’, ‘불안핑’처럼 ’00핑’이라고 말하는 유행어가 그랬다. “좋은 말로 할 때 사랑의 하츄핑 리뷰 부탁드립니다”라는 이동진 평론가에 대한 정중한 협박(?)과 “눈물바다 될 까봐 일어나지 못할까봐“라는 평론가의 답변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은 콘텐츠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인기는 뽀로로 이후 처음이 아닐까.
올해의 열풍
흑백요리사
by. 장준우
작가 & 어라우즈 셰프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한동안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식사 내내 방송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방송을 보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 찾아 왔다는 손님들이 잠시 늘기도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재료, 그리고 만드는 사람(요리사)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질문을 하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단순히 맛이 있냐 없냐는 일차원적인 감각의 충족을 넘어 하나의 재료, 하나의 요리를 둘러 싸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식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방송 이후 손님들의 태도 변화는 나에게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흑백요리사>에서도 증명되었듯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셰프테이너나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셰프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재능있고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요리사들이 많다. 음식은 접시와 고객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식재료와 그것을 생산해내는 생산자, 그리고 요리사가 그 사이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고객들이, 음식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음식을 소비한다면 우리의 식문화는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