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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커피, 리바이빙 오리진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우리는 커피의 원산지와 품종을 꼼꼼히 따져 마시는 세대가 아니던가. 솔직히 이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우리는 커피의 원산지와 품종을…

2019. 05. 17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우리는 커피의 원산지와 품종을 꼼꼼히 따져 마시는 세대가 아니던가. 솔직히 이제 스페셜티 커피도 좀 지겹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새큼하고 꽃향이, 브라질산은 적당한 밸런스가 잡힌 묵직하고 진한 맛이 난다는 것 정도는 안다. 커피 산지에 대한 담론은 무성한데 정작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얄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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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커피를 찾아 우리 앞에 선보이는 네스프레소가 이번엔 조금 더 근사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고 왔다. 어째 매번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커피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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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리바이빙 오리진(THE REVIVING ORIGINS)은 네스프레소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커피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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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개할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번 제품을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네스프레소는 매년 잊혀져 가는 커피 농가를 발굴해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리바이빙 오리진은 한때 번창했지만, 지금은 내전과 가난으로 황폐해져 버린 콜롬비아 카케타와 짐바브웨의 커피 농장을 찾아가 커피가 삶의 전부였던 농부들과 함께 만든 커피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부들이 커피를 포기하지 않고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하고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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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멋진 패턴과 화려한 일러스트로 우리의 눈을 현혹하던 슬리브 디자인이건만, 이번엔 놀랍게도 커피 농부들의 얼굴이 보인다. 맛집을 가늠하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간판에 주인의 얼굴이 있으면 적어도 85점은 한다. 말 그대로 음식점의 간판에 자신의 얼굴을 건다는 건, 웬만한 자신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다. 사람의 얼굴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자신의 얼굴을 내걸었다면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러니까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가장 처음 보이는 곳에 내걸었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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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디자인은 더 멋지다. 멋진 캘리그래피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닮은 패턴은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타무카 무 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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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짐바브웨에 살고 있는 제스카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제스카의 나이는 서른다섯. 열여덟부터 시작한 커피 농사는 벌써 17년째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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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원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지.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된 커피의 수익은 대부분이 커피 재배 농가가 아닌 중간 유통업자에게 돌아간다. 커피나무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재배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물이다. 이 지역 대부분의 커피 농가들이 커피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작물로 옮기거나, 다른 작물을 함께 재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짐바브웨는 최근 몇 십 년 동안 커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80년대에는 1만 5,000톤에 달하던 커피 연간 생산량이 2013년 들어 500톤 정도로 줄어들었으니 엄청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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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카의 가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도 감자, 콩, 바나나를 함께 재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네스프레소와 함께한 이후, 그녀는 이제 오롯이 커피 재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금 커피 농사는 그녀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을 짓고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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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무카 무 짐바브웨는 달콤하고 향기롭다. 향긋하게 퍼지는 과일향과 혀끝에서 느껴지는 산미가 아주 휼륭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피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별다른 게 필요 없다. 오직 커피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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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모금을 넘길 때쯤엔 산미가 조금 더 두드러지는데, 호로록 넘기면 입안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아,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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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같은 종류의 오리지널도 아주 훌륭하다. 컵에 코를 가져다 대면, 고운 크레마를 뚫고 터져 나오는 강렬한 커피의 향이 인상적이다.


에스페란자 데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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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마존 강과 안데스산맥이 만나는 정글에 살고 있는 돈 페르난도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그는 콜롬비아 카케타 지역에서 살고 있다. 자기의 아버지가 그랬듯 한평생 커피 농사를 하고 있다. 그의 소원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도 커피 농사의 대를 잇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 50년 동안 이어진 지역 분쟁으로 그의 소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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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때때로 아주 작은 도움으로부터 구원받기도 한다. 네스프레소와 함께한 이후 아들에게 커피 농장을 물려 주고 싶은 그의 꿈이 더 이상은 단순한 꿈으로 그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마실 에스페란자 데 콜롬비아, 이 작은 캡슐 안에는 그의 한평생 노력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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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자 데 콜롬비아는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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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의 정도가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 사이를 촘촘하게 채워주는 향긋한 과일향과 은은한 산미의 균형 덕분이다. 밀푀유를 곁들여 마시니 바삭한 과자 사이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크림에 마일드한 맛의 커피까지 함께하니 폭신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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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은 조금 캐릭터가 다르다. 커피 잔에 코를 가져다 대면 방금 로스팅을 마친 커피콩에서 맡을 수 있는 신선하고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쓴맛과 신맛, 과일향이 한껏 느껴져서 마시는 순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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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개한 제스카와 페르난도 그리고 다른 농부들의 이야기는 내셔널지오그래피를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이야기는 멀리멀리 퍼져 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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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한시적으로 밖에 만나볼 수 없긴 하지만, 이번 리바이빙 오리진 시리즈를 끝으로 네스프레소와 이들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네스프레소의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고, 콜롬비아와 짐바브웨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커피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고 커피 원두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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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마지막처럼 “그들은 영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낭만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삼 십년을 조금 넘게 살면서 느낀 건, 세상엔 좋은 목적과 수단 그리고 의미와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행운이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거다. 언제나 특별하고 맛있는 커피를 찾으려는 네스프레소의 의지와 한평생을 커피에 바친 농부들의 열정과 애정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이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바로 나의 일이니까. 여러분은 그저 향기롭고 검은 커피를 잘 즐기기만 하면 될 뿐. 무엇보다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남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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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