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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낮술 한 잔 할까요?

[파워 낮!술! 맥주로 머리 감아서 노란 거 아닙니다 ^^] 술도 약한 주제에 자꾸 술기사만 쓰는 에디터M… 나의 사랑, 낮술 시리즈...
[파워 낮!술! 맥주로 머리 감아서 노란 거 아닙니다 ^^] 술도 약한 주제에…

2016. 07. 26

1213112[파워 낮!술! 맥주로 머리 감아서 노란 거 아닙니다 ^^]

술도 약한 주제에
자꾸 술기사만 쓰는 에디터M…

나의 사랑, 낮술 시리즈 그 세 번째로 이태원을 고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한참 놀던(?) 시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것들은 모두 이태원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때마침 스텔라 아르투아가 이태원에 루프탑 바를 오픈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래, 나는 이태원을 가야해.

무더운 어느 여름 날, 집에서 가만히 요양중이던 에디터H를 질질 끌고 이태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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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정말 더웠다. 누군가 내 목덜미를 향해 끊임없이 들숨날숨을 내쉬고 있는 것처럼 공기가 뜨거웠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도 등즐기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에디터H는 인중에서 땀을 분수처럼 쏟아내며 이 더위에 루프탑 바로 불러낸 나를 원망했지만, 원래 기온이 30도는 넘어야 몸의 세포하나하가 맥주를 갈망하는 법이다(라고 술도 못마시는 나는 박박 우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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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아르투아 하우스는 이태원 재벌, 홍석천이 운영하는 마이스윗 꼭대기에 위치해있다. 이국적인 화초와 테이블 마다 놓여있는 소담한 안개꽃, 스텔라를 상징하는 별이 이곳저곳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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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맥주에 대해 집고 넘어가볼까. 스텔라 아르투아는 벨기에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축배’로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맥주가 당시 큰 사랑을 받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현재 벨기에 맥주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세계 4대 맥주까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출신을 기리기 위해 라틴어로 ‘별’을 뜻하는 ‘아르투아’란 이름을 세례명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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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스텔라 아르투아를 생맥주로 마실 수 있다. 그동안 병맥만 마셨는데 생맥은 첫 경험이다. 예쁜 금테를 두른 성배 모양의 전용 잔 ‘챌리스(Chalice)’에 소복하게 거품이 쌓여있는 모습이 나의 식욕을 자극한다. 어서 나에게로 들어와버렸!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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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흘리는 맥주잔이 아름답다. 넘나 영롱한 것]

미안하다. 맛있는 맥주를 앞에 두고 주절주절 말이 길었다. 일단 얼른 마셔보자. 꿀꺽꿀꺽.

오호. 생맥주는 스텔라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극대화한 느낌이었다. 첫 맛은 바스락거리는 것처럼 깔끔한데 중간에 묵직한 홉의 맛이 잡아주어 날아다니는 가벼움은 아니다. 에디터H는 맥주의 기포가 노골적이지 않고 우아하게 올라와서 마치 좋은 샴페인 같다고 평했다. 맞다. 이 고른 기포 덕분에 목넘김이 좋아 자꾸자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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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맥주 잘 마셨다. 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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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짓이야? 맥주는 원샷이지. 맥주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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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주량 차이, 이건 우리 둘의 차이(라임 좋고)]

내가 아까 맥주가 꿀꺽꿀꺽 들어간다고 했었나? 헤헤. 사실 세모금 정도 그렇게 마셨다. 내가 몇 번 언급해서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나의 주량은 맥주 350cc 니까. 게다가 이날은 열기인지, 취기인지 알 수 없는 열로 3분의 1정도를 마시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나를 비웃듯 한 잔을 가볍게 원샷해주시는 에디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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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맥을 마셔볼까요? 나 좀 취한듯. 일케 맥주로 나를 가리면 더 귀여울 거야.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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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맥도 바텀 이즈 업! 원샷 원킬]

생맥을 마셨으니 병맥도 마셔보자. 스텔라 아르투아 하우스에서는 병맥 대신 생맥만을 판매하고 있는데, 또 병맥을 빼놓으면 섭하니까. 게다가 그 자리에서 생맥과의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고. 음, 역시 여름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병째로 들이키고 싶지만, 우리의 품위를 위해서 전용 잔에 따라 마시는 것으로. 기분 좋은 쌉쌀한 맛과 청량한 마무리. 너무나도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텔라의 맛이지만 이태원을 내려다보면서 마시니까 왠지 더 힙한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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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덥다 더워. 오랜만에 이태원 나들이라 선글라스에 입술까지 칠하고 왔는데, 아몰랑 너무 더워서 촬영이고 뭐고 일단 즐겨야겠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 차고 있던 애플워치도 그리고 카메라까지 모두 테이블에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마셔보기로 했다. 때마침 하루종일 우리를 괴롭히던 해가 뉘엇뉘엇 저너머로 얼굴을 감추기 시작한다. 그래, 아마 이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더 아름다웠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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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