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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irl of Mask

내가 이걸 쓰게 될 줄 몰랐지. 봄은 봄인데 하늘이 뿌옇다. 맑은 하늘은 본 게 언제였더라. 요즘 미세먼지는 흡연보다 나쁘다면서요? 비싼...
내가 이걸 쓰게 될 줄 몰랐지. 봄은 봄인데 하늘이 뿌옇다. 맑은 하늘은…

2018. 04. 01

내가 이걸 쓰게 될 줄 몰랐지. 봄은 봄인데 하늘이 뿌옇다. 맑은 하늘은 본 게 언제였더라. 요즘 미세먼지는 흡연보다 나쁘다면서요? 비싼 돈 내고 나쁜 공기를 태우는 흡연자도 건강 걱정을 한다.

그래서 마스크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원래 마스크라면 질색을 했지만 계속되는 먼지의 습격에 버틸 재간이 없더라. 이왕 살 거 병원에서 방금 탈출한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이 기사는 지난 일주일간 고민한 나의 ‘미세먼지 꺼져! 장바구니 리스트’. 한 주가 시작되는 상큼한 월요일 마스크 사기 좋은 때로다.

misemise[일주일 내내 이 상태면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맨날 화만 내는 미세미세앱]

사실 편의점에만 가도 살 수 있는게 마스크가 아닌가. 성급하게 카드를 내밀기 전에 미세먼지로부터 내 기관지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상식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두 가지 정도만 알아도 똑똑한 마스크를 고를 수 있으니까.

하나, KF80이상을 산다

이왕 쓸 거 정말 미세먼지를 막아줄 수 있는 진짜가 필요하다. 수많은 마스크 리스트를 보면서 다 상술일거란 불안부터 엄습한다면, 일단 나라를 믿어보자. KF는 ‘Korea Filter’의 준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미세입자 차단 성능을 말한다. KF 뒤에 붙는 숫자는 미세먼지를 몇 %까지 차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들어 KF80은 평균 0.6㎛ 입자를 80%이상 걸러내고 KF94와 KF99는 0.4㎛ 크기의 입자를 94%와 99%까지 걸러낼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firemian[켁켁. 너도 죽겠냐 나도 죽겠다]

물론 숫자가 높으면 높을 수록 좋겠지만, 별도의 벨브가 없다면 높은 숫자는 오히려 원활한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 출퇴근 정도의 가벼운 일상생활은 KF80면 충분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최근 초미세먼지의 기승으로 94%까지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KF94 제품도 많이 보인다.

한국이 KF라면,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N 등급을 사용한다. N95는 0.2㎛보다 작은 미세먼지를 95% 이상 걸러준다는 뜻으로 한국의 KF94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둘, 마스크는 빨아쓰지 않아요

보건용 마스크는 영구적이지 않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막아줄 수 있는 수명이 존재한다. 권고한 시기가 넘으면 필터를 교체하거나 아예 새 제품으로 바꿔줘야 한다. 재사용 금지. 그렇다고 세탁을 하는 것도 똑똑한 방법은 아니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는 양극과 음극을 이용해 아주 작은 미세먼지를 끌어모아 흡착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필터 교체가 아까워서 빨아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빨래는 하면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어떤 세제로도 미세먼지는 빨수 없다.

181016_11308_large_entry_medium[이정도면 봐줄만 하다. 아닌가?]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골라볼까? 얼굴에 쓰는 건데 <다크 나이트>의 베인처럼 보이면 곤란하니까. (아예 아름다울 순 없어도) 착용했을 때 그나마 봐줄만한 아이들을 모아봤다. 순서는 비싼것부터 모았으니 지갑이 허락하는 선에서 우리의 호흡기를 보호해보자.


“내가 바로 마스크계의 슈프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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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마스크가 패션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프레카를 따라올 만한 건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감히 말하자면, 마스크계의 슈프림이랄까. ‘얼굴을 이해하는 마스크’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만큼 핏을 연구하는데 공을 들인 브랜드다. 착용하면 없는 턱선도 날렵하게 만들어준다. 멋짐이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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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카의 제품 중 엔트리 모델인 8만 원대 ‘페이스웨어’도 있지만 이왕 쓸 돈이라면 좀 더 화끈하게 15만원 정도하는 ‘플로우2’를 추천. 난 소중하니까. 플로우2는 전량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며 게다가 메이드 바이 잉글랜드다. 공기 배출 밸브를 잘 숨겨두고, 통기가 잘되고 가벼운 에어메시 소재를 사용했다. 필터에는 활성탄소층이 포함되어 있어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도 막아준다고.

인체 공학적 디자인으로 코와 입에 걸리는 것이 없고 얼굴을 누르지 않아 답답함이 덜하다. 특히 여자들은 마스크 때문에 기껏한 화장이 지워지거나 마스크에 얼룩덜룩 파운데이션 자국이 묻는 걱정을 덜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이유는 하나다. 간지. 어떤가 다시 보니 멋진 것 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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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카 플로우2

  • 가격: 14만 5,000원
  • 필터: 1만 2,800원(2개)
  • 필터 교체 주기: 최대 2주
  • 웹사이트

“이게 북유럽 감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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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왔다. 맑은 북유럽 공기만 마시다가 잠깐 머물었던 인도에서 천식이 재발한 뒤 마스크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된 스웨덴 사람이 만들었다고. 남성복 패턴을 재단하던 친구까지 끌어들어 에어리넘이란 마스크 브랜드를 만들었다. 북유럽 감성이라기엔 양쪽으로 나온 배기 밸브가 상당히 보기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숨쉬기는 수월할거라고 위로해보자. 필터 교체 주기가 100시간(약 2달 정도)라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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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마스크 이미지만 봤을 땐 상당히 잘 재단된 패턴처럼 보였는데, 실제 착용컷을 보니 각이 좀 덜 사는 것 같아 아쉽다.

26870619_326696027845776_952242035329335296_n[그래도 모델이 좋으니 멋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세균 오염의 걱정을 덜기위해 입과 마스크가 닿지 않도록 살짝 튀어나오게 디자인 되어 있는데, 덕분에 약간 오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부 필터는 교체가가능하고, 외부 마스크는 따로 분리해 세탁 가능하다. 여러모로 실용적이고 무난한 제품. 밸브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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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넘 어반에어 마스크

  • 가격: 7만 9,000원
  • 필터: 7,900원(1개)
  • 필터 교체 주기: 100시간 사용후 교체(2개월 정도 사용후 교체 추천)
  • 웹사이트

“이 정도면 쓸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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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스크 디자인에 비해 상당히 캐주얼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질감이 느껴지는 소재가 독특한데 덴마크의 최상급 면 패브릭을 사용했다고. 활성탄이 들어있는 필터는 크기 자체가 다른 마스크보다 더 큰편인데다,  N95로 높은 미세먼지차단 등급을 자랑한다. 원활한 호흡을 위한 입부분에 밸브가있는데 이걸 보이지 않도록 잘 숨겨둔 것도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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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디자인 때문에 멋으로 차고 다녀도 될만한데, 필터가 있는 이너 마스크와 아우터 마스크를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6만 9,000원이란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여기저기 품절인 걸 보니 미세먼지 아래 사는 서울 시민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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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정말 탐났다.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때, 살균을 하고 팬을 통해 습기를 말려줄 캐리어가 특히 탐난다. 입에 닿는건데 가방에서 굴러다니게 하기는 영 찝찝했는데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었다. 물론 별도로 구매해야하는 제품이고, 가격도 5만 6,000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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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에어 마스크

  • 가격: 6만 9,000원
  • 필터: 1만 2,000원(8개입)
  • 필터 교체 주기: 최대 2주 사용 권장
  • 웹사이트

“대륙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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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명이 넘는 아시아 얼굴형 데이터를 수집해 디자인(?) 되었다고 하니 진정한 아시안 핏 마스크. 그런데 이상하게 동그란 스피커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반려견 입마개 처럼 보이기도 하다는 거. 처음에 소개한 프레카가 없는 턱선도 만들어주는 디자인이었다면, 샤오미의 에어웨어는 날렵한 턱선도 둥글고 관대하게 만들어 준달까.

하지만 2만원도 안 하는 가격을 보고나면 이정도 디자인이야 눈 감아 주고 싶어진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시발점 중국에서 만든 거니 괜히 믿음도 가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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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에어웨어

  • 가격: 1만 원대
  • 필터: 1만 3천원 대(5개 개입)
  • 필터 교체 주기 : 8시간 권장

“얘들아 언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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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보너스. 난 세 마리의 노견과 함께 살고 있다. 지난 주말 산책을 하는데 (당연히 난 마스크를 착용했다) 미세 먼지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꼬리를 흔드는 우리집 노견들에게 퍽 미안하더라구. 그래서 강아지용 황사 마스크를 찾아봤다. 다행히 있더라. 이름은 ‘강아지 애완동물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황사와 미세먼지는 물론 꽃가루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 공기중 나쁜 것들을 막아주는 마스크다. 일회용이지만 한 개로 20시간 까지 착용할 수 있다. 5개가 들어있는 한 박스의 가격은 3만 2,900원. 부디 우리집 노견들이 노여워하지 않고 잘 써줘야 할텐데… 다 널 위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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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