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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H어워즈] 에이치의 영수증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한 해의 마지막 기사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디에디트 2017 어워즈> 음, 그래. 올해도 많은 제품을 만져봤다....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한 해의 마지막 기사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디에디트…

2017. 12. 26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한 해의 마지막 기사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디에디트 2017 어워즈> 음, 그래. 올해도 많은 제품을 만져봤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한 번 더 하고 싶다. 좋은 물건은 좋은 순간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디에디트는 온갖 제품을 리뷰한다. 당신의 좋은 순간을 만들어줄 제품을 대신 찾아내려고. 

2017

올해 에디터H를 짜릿하게 만들었던 전기 들어오는 애들을 소개한다. 중간에 아닌 것들도 있지만 짜릿하긴 마찬가지다. 좀 더 스타일리시한 에디터M의 어워즈를 보고 오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길. 


boss

보스 사운드링크 리볼브 플러스. 올해 두 번이나 리뷰했던 제품이다. 첫 만남은 디에디트의 1주년 파티에서였다. 루프탑 파티에서 음악을 틀만한 세련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찾다 발견했었지. 사무실에서 테스트 삼아 처음 틀어보고 에디터M과 동시에 “대박…”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둘다 오디오 분야에서 잘난척할 만큼 내공이 있는 편도 아니었지만, 좋은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파워풀하지만 해상력 또한 뛰어났다. 장르를 가리지도 않고,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파티에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60도 사운드도 감동적이었다. 그 뒤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고민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기차게 영업하고 다녔다. 47만 원대로 가격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돈값 하는 녀석이다. 여유가 된다면 두 대를 구입해서 스테레오 모드로 연결했을 때의 짜릿함도 즐겨보시길. 에디터H가 망설임 없이 선택한 올해의 스피커.


belkin

올해 1월에 리뷰했던 제품이니 꼬박 1년을 썼다. 내 가방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지금은 꼬질꼬질하다. 충전 강박증이 있는 내게 이보다 좋은 하이브리드 제품은 없었다. 애플워치와 아이폰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외장 배터리라니! 배터리 한쪽에 애플워치 충전 모듈이 있어서, 살포시 워치를 올려두면 충전이 시작된다. 아이폰은 따로 케이블로 연결하면 된다. 사실 집 밖에서 애플워치를 충전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건 완벽한 외박 아이템이다. 이것만 있으면 두 기기를 동시에 해치울 수 있으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짧은 출장이나 여행에도 애플워치 충전기를 따로 챙기지 않고 얘만 들고 간다. 용량은 6,700mAh. 가격은 11만 원대. 앱등이로 산다는 건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올해의 외박템에게 문제는 딱 하나다. 주변의 애플워치 사용자들에게 추천해주려고 해도 제품명이 너무 어려웟…. 애플워치+아이폰용 발렛 차저 파워팩 육천칠백….


airpat

내게 2017년을 상징하는 제품은 애플의 에어팟이다. 세상에 이보다 음질이 좋은 이어폰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블루투스 연결에 간섭이 일어나서 지지직거리는 경우도 있고, 마이크 성능의 문제인지 통화 감도가 조금 멀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편한 이어폰은 없다. 가볍고, 빠르게 반응하며, 내 마음처럼 행동한다.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원하는 기기와 페어링되고 귀에서 떨어지는 순간 음악 재생을 멈추고 다시 끼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귀신같은 사용자 환경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안 써본 사람들은 콩나물이니 골프채니 놀리며 폄하하지만, 써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 무선이 이렇게 달콤한줄 미처 몰랐지, 에어팟이 알려줄 때까지는. 지금 에어팟을 실수로 안 가져와서 유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고 있는데 거치적거려 죽겠다. 온 세상에 전파하고 싶어서 얼마전엔 친한 친구의 생일선물로도 사줬다. 21만 9,000원. 아깝지 않다.


lgv30vlog

올해 디에디트는 정말 많은 영상을 만들었다. 몇 편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재밌는 영상이 많았지만, 올해 최고의 영상은 무조건 이거다. V30로 촬영했던 평일 오후, 서울의 풍경. 기획은 단순했다. 영화 같은 필터를 입힐 수 있는 시네마 비디오 기능과 시네 로그 촬영을 이용해 기깔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우리가 자주 가는 해방촌, 이태원, 경리단길을 걸어다니며 신나게 영상을 찍었다. 하루 종일 촬영만 했는데도 엄청 재밌었던 기억이 남는다. 언덕길을 뛰어오르면서 깔깔 웃고. 카메라 앞에서 예쁜 척도 해보고. 정말 멋진 영상이 나왔다. 드라마틱한 필터 효과도 멋지고, 편집도 예술이었지. 우리 영상이지만 너무 좋아서 한 백 번은 본 것 같다. 혹시 아직 못본 분이 있다면 ‘여기’로 가서 다시 보시길. 스마트폰으로도 이렇게 멋진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될 것.


IPHONEX2

사람들이 내게 아이폰X 어때? 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난감해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대답하자면, 정말 좋은 스마트폰이다. 가격이 심란할 만큼 비싸긴 하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얼굴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페이스ID. 이제야 OLED를 선택한게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디스플레이. 카메라도 훌륭하고, M자 이마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애니모티콘은 어떻고? 이렇게 정교한 기술을 아무렇지 않은듯 풀어내는 애플의 센스에 경탄하게 된다. 하지만 난 아이폰X이 어렵다. 이전까지 적응해왔던 사용자환경보다 더 나은 선택인지에 의문이 든다. 덧붙여 최근 iOS가 보여주는 불안정함에 실망하게 된 것도 있고. 아이폰X은 훌륭한 제품이지만 내겐 최고의 경험은 아니었다.


ssd2

4TB 짜리 외장 HDD가 두 개나 있는 내게 외장 SSD는 사치품으로 보였다. 근데 영상 촬영 때마다 100GB가 넘는 파일을 옮기는 일에 허덕이다보니 SSD의 유혹을 이길 수 없더라. 결국 50만원에 가까운 값을 치르고 WD 마이 패스포트 SSD를 구입했다. 용량은 꼴랑 1TB. 작기는 또 얼마나 오지게 작은지. 이렇게 작은 걸 50만원 주고 샀다는 충격에 현타가 왔었지. 그런데 이렇게 돈값하는 아이템이 없다. 아, 이 속도! 그 뒤로 HDD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스스디 최고! 비싸고 빠른 게 최고시다!!


netflix

올해는 내 인생에서 최고로 바쁜 해였다. 사랑도 우정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와 소원해졌고, 내 베프는 넷플릭스가 됐다. 터치 서너 번으로 접속하는 스트리밍의 세계는 점점 깊고 다채로워졌다. 이 자리를 빌어 올해 최고의 넷플릭스 콘텐츠를 골라보자. <루머의 루머의 루머>도 좋았고, <기묘한 이야기>도 좋았다. <길모어걸스>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볼 수 있었던 것도 행복했다. 최근엔 <그레이스>라는 드라마에 빨려 들어 갈 뻔 했다. 너무 재밌어서. <빨간머리 앤>도 좋았고, <원데이 앳 어 타임>이라는 시트콤도 울면서 봤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제일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봤던 건 <테라스 하우스>다. 6명의 청춘남녀가 한 집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예쁘게 그려낸 일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대본도 없고, 지저분한 자막도 없다. 그냥 그걸 훔쳐보며 설레고 좋았다. 테라스 하우스를 보고 있으면 누군가와 술 마시며 수다 떨고 싶어졌으니까.


maccheese

난 맥앤치즈를 정말 좋아한다. 이렇게 완벽한 술 안주가 있을까? 편의점에서 이 제품을 발견하고 강레오 셰프의 자신감어린 표정에 나도 모르게 구입해버렸다. 별 기대 없이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돌리고 나니 정말 치즈 풍미가 깊고 진한 맥앤치즈가 완성됐다. 이 정도면 셰프가 자기 얼굴을 내걸고 만들 법한 맛이다. 샴페인에 곁들여도 좋을 만큼 고급스러운 풍미를 느끼실 수 있다. 어지간한 맥앤치즈보다 나으니 치즈덕후 여러분은 꼭 드셔야 한다. 3500원.


macbook

내가 앱등이라는 걸 여러분에게 비밀로 하고 싶어서 이 리스트에서 애플 제품을 최소한으로 넣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봤지만 힘들다. 애플은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을 사용한지 1년이 넘었다. 초반엔 “터치바 뭐야, 흥, 칫, 뿡!” 이런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터치바없이 살 수 없는 몸이 됐다. 얼마전에 디에디트 사무실에 27인치 아이맥을 새로 구입했는데, 잠깐 사용해보려고 앉으니 뭔가 불편하다. 내 맥북 프로보다 훨씬 고사양 CPU이건만 어딘가 손에 착 붙지 않는다! 트랙패드까지 샀는데도! 이유는 터치바였다. 여러분 터치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있을 땐 소중한 줄 몰랐는데, 없으니 내가 쓰던 단축키가 모두 사라진 것처럼 불편하다. 아아. 나의 인생은….


webtoon2

내가 2년 전부터 흠모하고 있는 웹툰 작가가 있다. 송아람. 레진코믹스에서 <자꾸 생각나>라는 작품으로 처음 접했고, 올해는 <대구의 밤>이라는 작품을 봤다. 결국 대구의 밤이 수록된 <두 여자 이야기>라는 단행본까지 구입했다. 스토리 이입을 방해하지 않는 담백한 작화도 좋고, 말하는 방식도 좋다. 송아람 작가의 세계에선 최고로 나쁜 사람도 없고, 최고로 좋은 사람도 없다. 감정선이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 있다. 레진코믹스의 장점은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독자에게 제공한다는 것. 애정이 많다보니 최근 레진이 보여주는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부디 운영을 똑바로 해서 연재 중인 작가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게 했으면.


sony

2013년에 출시된 카메라를 왜 2017년의 카메라로 뽑았냐고? 이건 나의 개인적인 리스트니까. 지난 2년 동안 A7R로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내 리뷰사진의 9할은 이 카메라로 찍었다고 보면 된다. 3,640만 화소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이 정도 크기의 바디로 이렇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A7R은 정말 좋은 카메라였다. 하지만 느리고, 터치도 안되고, 배터리는 깡총깡총 뛰어가버리는 아이였지. 그래서 난 갈아탔다.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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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