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복 시절. 맨날 졸던 문학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때 배웠던 시와 소설은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시인 이육사는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요즘 여기저기서 청포도 맛이 자주 눈에 띈다. 알알이 탐스러운 모습을 하고 우리 곁으로 온 푸른 청포도의 맛을 깨물어 보자.
청포도에이슬
나는 과일 소주 중에서는 ‘자몽에이슬’을 가장 좋아한다. 적당한 산미와 쓴맛이 소주의 맛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서다(솔직히 석류와 블루베리는 물약 맛이 나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 이미 세상의 모든 과일은 소주와 이미 한몸이 된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청포도 맛 소주가 등장했다. 내가 벌써 곱창을 안주 삼아 먹어보고 왔다. 음, 그러니까 이건 소주잔에 청포도 사탕을 퐁 하고 떨군 뒤, 그대로 소주와 함께 입에 털어 넣고 양 볼에서 사탕을 살살 굴려 먹는 맛이다.
피크닉 청포도
다들 어렸을 적에 피크닉 한 박스씩 쪽쪽 빨아본 기억은 있겠지. 네모난 박스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다. 지난 33년간 우리는 피크닉하면 빨간 능금 맛을 떠올렸지만 이제 청포도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후기를 보니 알로에와 청포도 그 사이의 애매한 맛이라는데… 어렸을적 추억을 되새기며 마셔보자.
국순당 아이싱 청포도
이젠 모르겠다. 아이싱을 막걸리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어쨌든 쌀을 발효하고, 탄산을 더하고, 알코올 도수는 4% 정도 되던 아이싱이 청포도 맛으로 돌아왔다. 알코올 도수를 기존의 4%에서 3%로 낮췄다. 어째 우리나라의 모든 술은 0%로 무한 수렴 중인가 보다. 그래도 목넘김이 한결 좋아졌고 캔 형태라 갖고 다니기 좋다. 즉, 피크닉 술로 적당하다는 말이다.
미닛메이드 홈스타일 청포도
조금 비싸서 그렇지 미닛메이드의 홈스타일 주스를 즐겨마신다. 과육이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진짜 생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다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다. 미닛메이드 청포도는 청포도 대신 알로에 속살을 넣었단다. 그러고 보니 둘의 식감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청포도
사실 크게 할 말은 없다. 이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일 테니. 청포도 과즙을 10%나 함유해 청포도 본연의 진한 맛을 살렸다고 하니, 콜라나 사이다에 질렸을 때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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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