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궁금한 건 못 참는 에디터 수은이다.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로 광활한 인터넷 세계를 유영하다가 흥미로운 게시글을 하나 발견했다.
서울역 맥도날드는 진심 뭐랄까, 현실 같지 않고 꿈꾸는 것 같음.
주문 쌓이는 속도가 레전드인데 쳐내는 속도도 레전드고
사람들 먹고 떠나는 속도도 레전드라
세상에서 제일 빠른 맥도날드일 듯.
그 아래 댓글로 방문자들의 간증이 줄줄이 이어졌다. 기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아도 무조건 받을 수 있다, 회전이 빨라서 맛있다, 햄버거 타이쿤 게임 속 세상 같다 등등.
마침 서울에 살고 최애 햄버거가 맥도날드이며 궁금한 건 직접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금요일 오전 10시에 회사 사무실이 아닌 서울역 맥도날드로 향했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직접 재봤으니 바로 확인해 보자.
서울역은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GTX-A, 그리고 고속열차 KTX, SRT가 정차하는 역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역의 하루 유동 인구는 약 14만 명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 있는 맥도날드라면 얼마나 손님이 많고 정신없을지 가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서울역 맥도날드는 역 안에 있다. 아침부터 다들 어디를 가는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뚫고 맥도날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3대 버거가 주르륵 붙어있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

입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3초 정도 ‘뇌 정지’가 왔다. 지금 여기가 맥도날드인지 도떼기시장인지. 출입문 바로 앞 구석에 겨우 한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키오스크 8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장 크기에 비해 키오스크가 많은 편이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지점은 보통 3~4대 정도를 사용한다. 주문 번호가 띄워지는 번호판은 무려 듀얼 스크린. 매장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외부에도 번호판이 하나 더 있다.
맥도날드는 오전 4시부터 오전 10시 30분까지는 맥모닝 전용 메뉴를 판매하고, 오전 10시 30분부터는 햄버거 등 일반 메뉴를 판매한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오전 10시. 가볍게 맥모닝으로 시작해 30분 후 일반 메뉴 주문이 가능해지면 본격적으로 햄버거를 먹으려는 철저한 계획하에 정한 시간이다.

맥모닝이 유독 맛있다는 후기를 봤다. 회전이 빨라서인지 먹어본 맥모닝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맥머핀, 모닝 버거, 핫케이크…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다가 기본 중의 기본 에그 맥머핀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재기 위해 주문과 동시에 스톱워치를 눌렀다.
에그 맥머핀 단품 하나를 주문했을 때 걸린 시간은 3분 35초. 주문이 쌓여 있어도 3분이면 음식이 나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손에 쥐니 따끈따끈 온기가 올라온다. 모양도 가지런하고, 치즈가 적당히 녹아 계란을 싹 감싸고 있는 맛있는 맥머핀이다. 사실 맥모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내가 느끼기에 다른 지점보다 특출나게 맛있거나 다른 점이 있진 않았다.

그 사이에 오전 10시 30분이 됐다. 일반 메뉴 판매 시작! 오기 전에 열심히 찾아본 후기에서 여기는 상하이 버거가 ‘진짜’라는 글을 봤다. 상하이 버거는 치킨 패티의 바삭함이 생명인데, 회전이 빨라서 튀겨진 후 방치되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 걸까? 기대를 품고 상하이 버거와 맥도날드의 근본인 빅맥을 주문했다. 물론 후렌치 후라이와 콜라가 포함된 세트로. 마찬가지로 주문과 동시에 스톱워치를 눌렀다.

햄버거 세트 2개를 주문했을 때 걸린 시간은 4분 1초. 기차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불안해도 무조건 받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후기가 왜 나왔는지 알겠다. 4분이면 기차 출발 10분 전에 주문해도 6분이나 남는다. 게다가 주문하고 번호판을 봤을 때는 이미 내 앞에 10개의 주문이 쌓여있던 상황. 만약 굶주린 상태로 서울역에 왔는데 기차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맥도날드에 내 운명(?)을 한번 걸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하이 버거가 ‘진짜’라는 후기는 사실로 판명되었습니다(땅땅)! 치킨 패티가 바삭하고, 양상추와 소스가 낭낭하게 들어있다. 상하이 버거가 이렇게 맛있었다니. 차곡차곡 쌓아 올린 빅맥은 평범한 맛이었고, 감자튀김은 예상 외로 조금 눅눅해서 아쉬웠다. 외우자. 서울역 맥도날드는 상하이 버거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다른 지점은 어떨까? 서울역 맥도날드의 음식 나오는 속도가 유독 빠른 걸까? 비교하기 위해 서울의 다른 지점 3곳을 방문해 동일한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는 속도를 재봤다.
맥도날드 삼성역점에서 걸린 시간은 8분 7초. 점심시간에 방문하니 포장 주문을 기다리는 직장인들로 매장이 꽉 찬 상태였다. 입장하자마자 대기 없이 키오스크로 주문했고, 주문 후 번호판을 확인했을 때 14개의 주문이 쌓여있었다.
맥도날드 코엑스점에서 걸린 시간은 6분 16초. 방문한 매장 중 가장 크기가 컸다.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에 방문했고, 키오스크 앞에 한두 명 정도 대기 줄이 있었다. 주문 후 번호판을 확인했을 때 12개의 주문이 쌓여있었다.

맥도날드 구의역점에서 걸린 시간은 3분 20초. 평소에 가장 자주 방문하는 지점인데, 음식이 항상 빨리 나왔던 기억이 있다. 주문 후 번호판을 확인했을 때 내 주문 외에 다른 주문은 없었다.
서울역점을 포함해 방문한 네 곳 중 가장 빠르게 음식이 나온 곳은 구의역점(3분 20초)이다. 다음으로 빠른 곳은 순서대로 서울역점(4분 1초), 코엑스점(6분 16초), 삼성역점(8분 7초).
‘뭐야, 서울역점이 1등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주문이 쌓여있는 정도를 고려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린 구의역점은 주문이 10개 쌓여있던 서울역점과 달리 쌓인 주문이 아예 없었다. 두 곳의 시간 차이는 고작 41초. 이 정도면 서울역점의 주문 쳐내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서울역 맥도날드는 음식 나오는 속도도 빠르지만, 사람들이 먹고 떠나는 속도는 더 빠르다. 거의 10분 단위로 내 옆자리와 앞자리 사람이 바뀌었다. 대부분 기차를 타기 전에 후딱 먹고 나가야 하니 다른 지점과 비교해 테이블 회전이 눈에 띄게 빠르다. 어느 정도냐면, 매장 한편에 서서 먹을 수 있는 스탠딩 존도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직원들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카운터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 외에도 곳곳에 안내를 하는 ‘시니어 크루’ 직원들이 있었다. 맥도날드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장 내 다양한 직무에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직접 시니어 크루를 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신없는 매장에서 질서를 만들고 마에스트로처럼 능숙하게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내가 잠깐 머물면서 본 것만 해도 이 정도다.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 순서대로 줄 세우기, 한쪽에 캐리어 맡아주기,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한 외국인 손님 영어로 응대하기,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는 손님의 포장 주문 대신 받아서 가져다주기. 정말 오랜만에 이 표현을 사용해야겠다.‘짬에서 나온 바이브’가 굉장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서울역 맥도날드 후기가 사실인지 총정리해 보자면, 대부분의 후기가 사실이다. 주문 쳐내는 속도와 사람들 먹고 떠나는 속도 즉, 회전이 눈에 띄게 빠르다. 음식이 특히 맛있다는 후기도 많은데, 적어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사실이었다. 바삭함이 살아있는 치킨 패티에 양상추가 가득 든 뜨끈한 상하이 버거는 지금까지 먹어본 상하이 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 만약 서울역에서 기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아 햄버거를 주문할지 말지 고민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타이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꽤나 믿음직스러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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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은
에디터 수은. 애매한 취향은 축복입니다. 뭐든지 좋아할 수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