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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의 그 새빨간 페스티벌, 메이커스 마크

올해도 찢었다, 독주 페스티벌
올해도 찢었다, 독주 페스티벌

2026. 07. 03

*이 글에는 메이커스 마크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HER>.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인간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인공지능에 한 남자는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모든 것을 인공지능과 함께 경험하고 감정을 교류하려고 한다. 그 영화를 본 친구 C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한다. “너는 어떨 것 같아?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처럼 대할 수 있어?”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YES”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그 대답은 “NO”.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이 인간과 닮아 갈수록 더 인간을 찾게 된다. 서양사에서 인간은 불완전함, 신은 완전함을 상징하곤 한다. 신은 실수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신의 뜻이며, 오류가 없기에 잘못된 게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잘못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이름은 ‘인공지능’이지만 ‘신’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틀렸을 리가 없어. 제미나이가 이게 정답이라고 했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AI가 실수를 하는 것을 두고 멍청하다고 한다. 인간에겐 실수가 당연하다. 그 멍청함이라는 건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이니까. 인간의 발명품과 번뜩이는 상상력은 바보 같고 엉뚱한 시도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메이커스 마크는 AI는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응원하는 버번 위스키 브랜드다. 그리고 일 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축제 ‘독주 페스티벌’은 그런 철학을 가진 메이커스 마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나는 그 순간을 기록했다.

독주 페스티벌의 독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주관대로 행동한다는 뜻의 독주, 두 번째는 독한 술이라는 뜻.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독주 페스티벌은 두 가지 콘셉트를 모두 지닌 페스티벌이 될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음악&칵테일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고, 삼각지, 을지로, 이태원 등 소위 ‘핫한’ 곳에서 매년 개최되니 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안다. 그리고 독주 페스티벌에 가면 맛있는 칵테일이 있고, 멋진 음악이 있다는 것도 역시 잘 안다.

올해는 언제 독주 페스티벌이 열릴까 오매불망 기다려온 나는 페스티벌 현장에 입장하자마자 칵테일부터 한 잔 마셨다. 하이볼, 니트, 칵테일 등 여러 종류의 술을 고를 수 있으나, 가장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메뉴는 단연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메이커스 마크는 매년 4~5명의 ‘독주 바텐더’를 선정해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인다. 단순히 유명한 바텐더가 아니라 자신만의 분명한 철학과 스타일을 가진 바텐더를 ‘독주 바텐더’로 선정해 오고 있다. 독주 바텐더는 국내 바텐딩 업계에서도 상징성이 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고, 매년 많은 바텐더들이 꿈꾸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 역시 어떤 바텐더가 독주 바텐더에 선정되었을지를 눈여겨본다. 이번 시그니처 칵테일은 당연히 올해 독주 바텐더들이 직접 개발했다.

내가 마신 시그니처 칵테일은 ‘시티 브리즈’라는 칵테일로, 엄찬영 바텐더가 이날 공연의 헤드라이너 김현철에게 영감을 받은 메뉴. 시그니처 칵테일은 매일 다른 헤드라이너에게 영감을 받아 바텐더가 만들어내는데, 시티 브리즈는 김현철의 시티팝처럼 여름 밤의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기분을 가볍게 끌어올려 주는 맛이 매력적인 칵테일이었다.

메이커스 마크는 항상 핸드메이드를 응원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독주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독특한 콘셉트가 하나 더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기계가 아닌 인간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고 AI가 아닌 인간이 만든 음악으로 채운 페스티벌이 열린다.” SF소설 같은 콘셉트가 페스티벌의 기본 설정이었다. 그래서 좀 더 몰입하는 게 재밌기도 했다.

내부 공간에는 SF 같은 콘셉트가 조금씩 반영되어 있었다. 0과 1로 이루어져 있을 것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과 메뉴, 간판 그리고 붉게 빛나는 조명과 글자들. 그 디자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간들의 움직임과 대비를 이루며 더 인상적이었다.

뮤직&칵테일 페스티벌인 만큼 하이라이트 공간은 단연 무대다. 전체적으로 붉게 물들어 있어서 비밀 클럽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치 기계들의 눈을 피해 인간들끼리의 축제를 여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고. 독주 페스티벌은 무료임에도 굉장한 라인업으로 유명하다. 이센스, 김하온처럼 대중적으로 확실한 인기가 있는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기도 하지만 인기가 전부는 아니다.

인기보다 중요한 건 남의 시선을 보지 않고 주관대로 행동하는 아티스트여야 한다는 것. 올해도 역시 힙노시스테라피, 윤다혜, 거니, 양반들 등 자신만의 음악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가 무대를 채웠다. 누군가가 ‘요즘 음악 잘하고 멋진 사람 누구 있어?’라고 물으면 독주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여줘도 될 정도다. 페스티벌을 열리는 낙원악기상가 입구에는 마치 상수동의 제비다방처럼 라인업이 쭉 적혀 있다. 페스티벌이 목적지가 아니었던 행인들도 그 앞에서 서서 “오! 김하온 나온다” 이렇게 말하는 걸 꽤 많이 들었다.

음악과 칵테일이 주인공인 페스티벌이라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 아닐까? 올해는 성수동의 유명한 음식점 밀스가 푸드 코너를 책임지고 있었다. 밀스는 원래도 유명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 시즌1이 방영될 때 안성재 셰프의 제자가 정영훈 셰프이며 그는 밀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며 좀 더 유명해지긴 했다. 유명세 덕분에 인기 메뉴는 일찌감치 품절되어 단골들은 아쉬워하긴 했지만. 아무튼 밀스의 시그니처 ‘치즈번’은 통통하고 육즙이 가득해서 맛있으니 성수동에 간다면 한 번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먹을 수 있다면. (웨이팅이 꽤 있는 편이다)

공연과 공연 사이 잠깐 쉬는 시간에 굿즈 쇼핑을 시작했다.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국가대표처럼 중간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챙겨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요즘은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굿즈를 만드는 실력이야말로 브랜드의 실력이다. 공연만큼이나 굿즈를 기대하게 된다. 좋은 굿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와 철학이 선명해야 하는데 메이커스 마크는 이미 그것들이 충분하다. 덕분에 굿즈는 의심할 여지 없이 멋있게 나온 것 같다.

메이커스 마크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붉은 왁스 실링. 굿즈 코너에서는 컵을 사면 나만의 왁스 실링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이 퍼포먼스만 봐도 메이커스 마크가 왜 핸드메이드를 응원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메이커스 마크 자체가 핸드메이드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메이커스 마크는 병뚜껑을 왁스에 푹 담궈 밀봉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기계가 아닌 인간이 전담한다. 매번 다른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기계가 주는 일관성,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는 왁스 실링 작업만 하는 사람도 있다. 핸드메이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봤을 땐 그게 뭐 중요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메이커스 마크’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기계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에는 불균일성과 불완전함이 있지 않을까. 굿즈 외에도 메이커스 마크 샐러 에이지드 2025처럼 보기 드문 위스키도 있으니 내년에도 독주 페스티벌에 간다면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

굿즈를 실컷 보고 나오니 또 다른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샌가 홀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가득 찼고 시간이 지날수록 칵테일을 주문하는 관객들도 늘었다. 바테이블은 분주해 보였다. 음악 볼륨이 커서 사람들이 손짓을 하며 칵테일 숫자를 말했다. 그 광경 또한 굉장히 인간적이었다.

나는 무대를 뒤로하고 또 다른 ‘잼컨’을 찾기 위해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루프탑에 진짜 잼컨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개최되었던 독주 페스티벌과 달리 낙원악기상가에는 넓은 루프탑이 있어서 색다른 프로그램을 태어날 수 있었다. 바로 독주 낙원이라는 곳이다. 독주 낙원은 단순한 새롭게 생긴 루프탑 프로그램은 아니다. 의미를 따지면 올해 열린 페스티벌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독주 페스티벌은 미래 도시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손때가 남아 있는 낙원악기상가라는 콘셉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음악과 문화가 살아남은 공간이라는 설정이 있고, 독주 낙원은 그런 건물 옥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라는 상상에서 탄생한 곳이다. 나는 ‘낙원’과는 거리가 먼 사무적인 복도를 지나 계단을 지나 다시 복도를 지나, 독주 낙원으로 향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름처럼 ‘낙원’을 연상케하는 유유자적함이 있었다. 콘셉트는 다르지만 이 공간도 역시 핸드메이드를 우대하는 건 동일했다. 뜨개질을 하거나 혁피로 그림을 그리거나 헤나를 해주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장르는 달랐지만 독주 낙원에도 DJ가 있었다. 음악은 시티팝, 재즈힙합처럼 ‘칠’하고 여유로운 바이브의 음악들.

혁필화, 그러니까 가죽으로 그림을 그리는 서동진 화가에게 그림을 요청했다. 이름을 말하면 그 이름을 듣고 나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이다. 혁필이라는 걸 처음 봤기 때문에 순식간에 색을 정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쓱쓱 그려나가는 동작에서 경외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게 독주라고 했으니, 이 화가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게 독주 페스티벌의 매력이다. 넓은 공간에 어떻게 보자면 모가 난 아티스트를 한 군데에 모아둔 페스티벌. 그리고 악뮤의 노래 ‘불협화음’ 속 가사가 떠올랐다.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 / 동그라미들 사이에 각진 세모 하나 /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 친구야’ 서동진 화가는 내 이름에 부를 의미하는 상징물을 그려줬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음 주 코스피가 불장이길 기원했다. 메이커스 마크처럼 새빨간 불장.

독주 낙원에서 내려오니 타이밍 좋게 무대 위에서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공개되고 있었다. 디지털 라이브 드로잉 인터랙션 (Digital Live Drawing Interaction)인데 이것 역시 독주 페스티벌을 관통하는 키워드 ‘핸드메이드’와 관련이 있다. 무대 전광판에 자유로운 그래피티가 그려지는데, 그건 미리 제작한 영상이 아닌 라이브 드로잉이라는 것. 관객석 뒤에 선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리면 무대 위로 송출되는 시스템이었다. 솔직히 이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든 수작업임에도 이 무대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메이커스 마크의 일관됨이 대단해 보였다.

메이커스 마크 같은 위스키 브랜드가 왜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매년 음악 페스티벌을 여는 걸까. 이런 의문은 페스티벌을 즐기는 누구나 할 법한 궁금증이다. 단순히 멋진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메이커스 마크가 전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철학이 있어서다. 효율보다는 사람의 손길을, 획일성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이커스 마크의 철학이 무대에 오른 수많은 뮤지션과 바텐더, 창작자들의 태도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바텐더, 아티스트, 창작자를 한 자리에 모으고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핸드메이드에 대한 고집과 집념을 고수하는 메이커스 마크와 닮은 이 시대의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걸 통해 메이커스 마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2026년의 화두는 단연 AI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가진 직업이 AI에 대체되지 않을까, 내가 AI에 너무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업무에서 AI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될까 등. 그 중심에서 독주 페스티벌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콘셉트의 공간을 마련했다. 전깃줄이 여기저기로 뻗어나가 낙원악기상가의 파사드를 가리는 것처럼 자유롭게 폭발하는 에너지가 있는 종로에서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핸드메이드, 음악, 그래피티, 칵테일 등을 나열한 페스티벌을 보고 나니 아무리 기계가 잘해도 인간이어서 매력적인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