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박주연이다. 2025년, SNS 피드는 그야말로 초록색 붐이었다. 손에 말차 음료를 들어야 비로소 핀터레스트 감성 완성이었던 것. 말차는 햇빛을 차단해 재배하는 ‘차광 재배’ 녹차를 어릴 때 수확하여 가루로 만든 차다. 재배에 손이 많이 가고 기후에도 영향을 받다보니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워 한때 말차 가격이 급격히 치솟으며 품절 대란이 나기도 했다.
그 틈을 비집고 등장한 차가 바로 호지차다. 호지차는 녹차의 잎과 줄기를 로스팅한 것으로, 재배 방식이나 수확 시기 등이 제한적이지 않아 공급이 쉽고 말차에게 없는 장점까지 여럿 있다. 늘어가는 호지차 판매처와 SNS 포스팅이 심상치가 않다. 두쫀쿠, 봄동비빔밥 그리고 그 다음은 호지차…?
어쩌다 마주친 호지차

호지차의 시작은 1920년대 교토 어딘가. 차를 팔던 상인들이 오래되어 신선하지 않은 센차(녹차의 한 종류)를 숯불에 볶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호지’라는 이름도 ‘볶다’라는 의미다. 그렇게 차의 줄기와 잎을 볶아 구수한 향과 맛을 냈고, 로스팅을 통해 카페인도 줄여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차가 탄생했다. 귀하게 키우고 수확한 말차와 달리, 버려질 뻔한 또는 낮은 등급의 찻잎으로 만들어진 호지차는 일본에서 빠르게 보편화됐고 지금은 전 세계가 즐기는 트렌드가 됐다. 이렇게 보면 호지차도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호지차, 트렌드 많이 된다

말차의 유행은 단순히 비주얼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커피에 비해 건강의 이점이 많고 비교적 저녁에 마셔도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 뒷받침 돼줬다. 호지차는 여기서 더 나아가, 로스팅 과정에서 줄어든 카페인으로 밤에 마셔도 좋고 말차에 비해 탄닌이 적어 위에 부담도 없다. 라떼,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등 다양한 메뉴로 확장해 즐길 수 있고, 말차처럼 가루 형태로 마실 뿐만 아니라 잎차로 우려 마실 수 있다는 점 또한 트렌드의 이유다.
호지차 카페 리스트 5
요즘 꽤 많은 카페에서 호지차를 판매한다. 특히, 호지차라떼는 말차라떼만큼이나 흔하다. 많고 많은 찻집 중에서도 호지차를 위해 일부러 찾아갈 만하고, 다양한 호지차 메뉴에 찻집의 풍류까지 느끼기 좋을 다섯 곳을 뽑았다.
1. 소식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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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전남 구례군 구례읍 북교뒷길 16-1
인스타그램 | @sosik_daryo
메뉴/가격 | 호지엽차 7,000원 호지줄기차 7,000원 코히호지차 9,000원 코히호지차(6개입) 2만 4,000원
전국 거의 유일의 호지차 전문 카페가 서울도 부산도 제주도도 아닌 전남 구례에 있다. 호지 잎과 줄기 각각이 메뉴에 분리되어 있을 만큼 호지차에 진심이다. 호지와 다른 원료를 더한 호지합차, 호지콤부차 등 창의적인 메뉴도 많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코히호지차. 스페셜티 커피 원두와 호지차를 블렌딩한 것인데, 원두와 호지차의 맛과 로스팅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맛이 구분된다. 첫맛은 커피, 뒷맛은 호지차로 일타쌍피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코히호지차 경우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송도 가능한데 한 번 내려마실 분량만큼 낱개 포장되어 있어 좋다. 이왕 구례에 가게 된다면 소식다료를 시작으로 구례~하동 일대의 차 여행 어떨지.
[2]
차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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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 강남대로152길 68, 1층
인스타그램 | @cha.ten_
메뉴/가격 | 호지차빙수 1만 8,000원 호지차카라멜 1,500원 크림시라타마안미츠 1만 3,000원
일본차와 디저트 전문 ‘차텐’. 호지차를 다양하게 활용한 차부터 빙수, 아이스크림, 안미츠까지 맛볼 수 있다. 추천하는 조합은 호지차를 활용한 차가운 디저트와 따뜻한 호지차다. 호지차 아이스크림 그리고 우무, 단팥, 경단, 젤리 등을 시럽에 적셔 차갑게 먹는 ‘크림시라타마안미츠’를 한 입 먹고 입안이 차갑다 싶을 때 따뜻한 호지차를 한 모금 하면 ‘이게 바로 페어링인가?’ 싶다. 구수한 호지차는 아이스크림, 카라멜 등 디저트로 즐길 때 거슬리는 맛 없이 완벽하다.
[3]
맥파이앤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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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97 5층
인스타그램 | @magpie.and.tiger
메뉴/가격 | 호지차라떼 6,800원 호지밤크림라떼 6,800원 호지말차(40g)단품 2만 3,000원
차 입문자에게 특히 추천하는 맥파이앤타이거. 차의 대중화를 이룬 가장 일상적인 찻집이다. 맥파이앤타이거에선 호지차라떼를 추천한다. 말차는 보통 파우더 형태에 뜨거운 물을 부어 격불해 그대로 마시거나 우유에 부어 라떼로 마시는 형태가 익숙하다. 호지차는 잎차로도 마시지만, 말차처럼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격불해 마실 수도 있다. 호지차 파우더를 격불해 우유 위에 올린 호지차라떼가 그것. 우유의 고소함에 호지차의 고소함까지 더해져 고소함이 두 배다. 여기에 호지차마들렌을 더하면 고소함 세 배.
맥파이앤타이거에선 말차와 동일하게 차광재배한 잎을 사용해 품질을 높인 호지차 파우더를 구매할 수 있다. 평소 라떼를 즐긴다면 맥파이앤타이거의 호지말차 파우더로 집에서도 고소한 맛을 즐겨보길.
[4]
수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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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 중구 중림동 69-9
인스타그램 | @sumuqa
메뉴/가격 | 호지차 8,000원
찻자리와 차의 맛 본연을 느끼기 가장 좋은 찻집으로 수무카를 추천한다. 네이버맵에도 등록되지 않은, 간판 없는 이 찻집은 둘이 가든 셋이 가든 자리당 1인만 착석할 수 있다. 과도한 사진 촬영도 금지. 차에 온전히 집중하라는 의미인데, 사람디톡스부터 디지털디톡스까지 절로 되어 호지차 맛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뜬다던데, 수무카가 고미술상가의 압축 버전이라고 봐도 좋다. 미술관에 들어온 것처럼 테이블보다 미술작품이 차지한 자리가 더 넓다. 찻자리의 기물 역시 심상치가 않다. 차의 맛과 함께 기물 하나하나의 감상을 느끼며 즐기면 맛이 더 좋을 것. 이곳의 호지차는 지금껏 마셔본 호지차 중 가장 부드러웠다. 입에 거슬리는 질감이나 맛 없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목넘김이 인상적이다.
[5]
티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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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 마포구 포은로112, 2층
인스타그램 | @t.nomad_kr
메뉴/가격 | 1인 호지차 또는 호지차라떼 세트(화과자 또는 떡과 함께 서빙) 1만 9,500원 호지차낱개포장(1회분) 2,500원
일본차를 전문으로 하는 만큼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압도되는 티노마드. 차를 직접 내려 마시는 다도의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첫 탕은 우려진 상태로 서빙되지만 두 탕째부터는 가게 중앙에 우물같은 큰 주전자에서 대나무로된 바가지로 물을 떠 우려 마시면 된다. 한 상 차림으로 나오는 호지차 세트엔 차와 어울리는 화과자 또는 떡 등이 함께 나와 곁들이기 좋다. 이곳의 호지차는 도쿄의 미쉐린 식당에서 나가는 호지차를 사용하니 꼭 알고 마시자. 한 회만 내려마실 수 있게 낱개 포장도 판매하니, 입맛에 맞다면 구매해보는 것도 좋다. 티노마드는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약과 시간 엄수는 필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026년에 주목해야 할 11가지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호지차를 꼽았다. 사실 온갖 매체들의 ‘올해의 OO’을 들먹이지 않아도 호지차 붐은 이미 체감된다. SNS 피드가 흑갈색 피드로 뒤덮일 날이 머지 않았다. 호불호 없을 호지차 붐에 제대로 탑승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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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이롭게 쓰이길 바라며 오늘도 씁니다. 글로자 박주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