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사람과 달리 브랜드는 말이 많을수록 신뢰가 간다. 주머니를 왜 왼쪽에만 달았는지, 단추는 왜 2개가 아니고 3개인지 설명이 많을수록 믿음이 간다. 자신이 만든 제품을 애정하지 않고서는 쓸 말이 없을 테니까. 특히 옷이라면 소재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제조사나 화학용어만으로는 모니터 속 소재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에겐 소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뒤따른다. 그로 인해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가 납득해야 할 테니까. 그리고 그 이유를 멋지게 설명하는 브랜드를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가방을 소개하려 한다. 작년 이맘때 쓴 백팩 추천 글에서 데일리로 착용하기 좋은 전천후 가방을 소개했다면, 이번 글은 소재를 사용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가방들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소재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이 많은데, 잘하기까지 하는 수다쟁이 브랜드. 브랜든, 레인스, 브리핑, 캑터스소잉클럽이다.
1. 브랜든
세이프 플러스 백팩
브랜든은 여행용 압축 파우치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2025년 11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800만 개에 달한다. 발효시킨 빵처럼 부풀어 오른 짐이 반듯하게 압축되는 모습을 보고 곧장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브랜든은 세상의 모든 짐을 잘 정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삼는다. 정리를 잘하려면 문제를 진단해야 하고 그러려면 관찰해야 한다. 관찰을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담아 제품을 만든다. 그래서 제품을 보면 우리 일상을 세심하게 들여다본 노력이 느껴진다. 캐리어 위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은 채 낑낑대며 지퍼를 잠그는 내 모습을 걸린 것만 같다.
세이프 플러스 백팩은 다양한 수법의 소매치기로부터 짐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지퍼를 쉽게 열 수 없게 고리에 거는 기능이 있고 RFID 차단 포켓이 있어 여권과 카드에서 개인정보, 결제 정보를 뺏어 가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소재다. 날카로운 도구에 찢기지 않도록 방검 원단을 사용했다. 정확히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소재다. 이 원단은 힘을 분자 사슬 전체에 분산시키기 때문에 무게 대비 강도가 뛰어나다.
상세페이지에는 가위로도 쉽게 어깨끈이 잘리지 않는 시연 영상이 있다. 원단을 자를 때 사용하는 아주 튼튼하고 날카로운 가위였다. 이 정도면 소매치기로 유명한 파리 몽마르뜨 언덕도 문제없지 않을까, 물론 방심은 금물이겠지만. 캐리어처럼 확장 지퍼를 열면 19L에서 30L로 용량이 늘어나니 여행용으로 제격이다. 가격은 13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2. 레인스
클립 프론트 백팩
덴마크 패션 브랜드 레인스 역시 소재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들의 고민은 바로 덴마크의 날씨였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인접해 있는 덴마크는 온대 해양성 기후로 1년에 평균 160일 정도 비가 온다. 120일 정도 비가 오는 우리나라에 비해 장마가 한 번 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간 강수량은 우리나라보다 적다. 가벼운 비가 자주 오는 것. 이런 날씨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큰 불편이었다. 덴마크는 인구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는 이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수도인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로 통근하는 비율이 49%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레인스는 클래식한 고무 우비를 재해석한 우비를 생산했다. 고무 우비는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무거웠지만 레인스의 시그니처 방수 원단은 폴리우레탄으로 코팅해 가볍고도 방수 성능이 뛰어났다. 이후 레인스는 제품군을 방수 파카, 코트, 패딩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넓혔고, 글로벌 레인웨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 매장에서 레인스의 다양한 방수 아우터와 액세서리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방수 기능이 특히 중요한 가방은 어떨까. 클립 프론트 백팩은 시그니처 방수 원단으로 제작되었고, 지퍼 역시 방수 지퍼를 사용했다. 아웃도어 제품의 경우 방수 성능을 내수압으로 평가한다. 내수압은 단위 면적당 일정 수압을 가했을 때 견딜 수 있는 수압 수치로 높을수록 방수능력이 좋다. 클립 프론트 백팩의 내수압은 1만mm. 가볍게 내리는 비에는 완벽하게 가방 안쪽이 젖지 않는 방수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방이 열리는 불상사가 없도록 전면에 클립 잠금장치가 있다. 아웃도어 가방을 찾는데 흔한 브랜드는 피하고 싶다면 주목할 만하다. 가격은 26만 원. 구매는 여기에서.
3. 브리핑
네오 트리니티 라이너

일본 여행을 종종 간다. 편집숍이나 빈티지 매장을 돌아다니다 낯선 브랜드를 발견하면 일단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 하나하나 찾아보곤 한다. 브리핑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사진을 찍었는데 이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브랜드가 됐다. 그만큼 여러 편집숍에서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볼 법했지만 당시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작년에 브리핑이 국내에 들어왔다. 코엑스 바로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직접 제품을 볼 수 있다.
브리핑을 처음 봤을 때 두 번 놀랐다. 투박한 디자인에서 한 번, 그리고 가격에서 한 번. 그도 그럴 것이 브리핑은 밀리터리 가방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 브랜드다. 대표 컬렉션인 USA 라인은 밀 스펙(MIL-SPEC)을 충족하는 제품이다. 밀 스펙은 제조사가 바뀌어도 최고 성능을 유지하게끔 미군이 정한 군수용품의 사양이다. Made in USA일 뿐 아니라 실제 군수품 제조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니 투박하고도 비쌀 수밖에.
네오 트리니티 라이너는 브리핑을 대표하는 가방이다. 밀 스펙을 충족하는 발리스틱 나일론으로 제작되었다. 발리스틱 나일론은 내마모성이 강하고 이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징을 가진 원단이다. 닳거나 찢어져 못 쓸 일은 없다는 의미다. 손에 들면 브리프 케이스, 한쪽 어깨에 걸치면 크로스백, 양쪽 어깨에 메면 백팩으로 변신한다. 그래서 3 way 가방이라고도 불린다. 내부 공간도 크기 때문에 짧은 여행도 문제없을듯하다. 가격은 앞서 언급했듯 접근하기 어렵다. 무려 120만 원. 평생 사용할 각오가 되었다면 구매는 여기에서.
4. 캑터스소잉클럽
60/40 헬멧 백

좋은 소재란 무엇일까? 브랜든의 방검 원단이나 레인스의 방수 원단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소재일 수도 있고, 브리핑처럼 강하고 튼튼해서 오래 사용하는 소재일 수도 있다. 캑터스소잉클럽이 생각하는 좋은 소재란 이야기가 있는 소재다. 모두가 좋은 성능을 가진 소재를 찾아 미래를 향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에는 이야기도 필요하다. 캑터스소잉클럽은 쌓인 시간에서 이야기를 발견한다. 빈티지 미군 더플백이나 반다나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사용하던 병사의 이름이나 낙서 같은 흔적은 원단에 담긴 이야기를 짐작하게 한다.
60/40 헬멧 백은 면 60% 코듀라 나일론 40%이 혼방된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면과 나일론의 첫만남은 한참을 거슬러 1900년대 중반까지 올라간다. 특히 60/40 원단은 부드럽고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면과 가볍고 튼튼하면서 물을 튕겨내는 나일론의 장점을 모두 가졌다. 그래서 1960년대 상용화된 이래로 아웃도어 소재를 대표했다. 비록 고어텍스가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물려주었지만, 면이 함유되어 발생하는 에이징으로 60/40 원단은 빈티지 수집가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헬멧 백 역시 할 이야기가 많다. 헬멧 백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 조종사들이 헬멧을 보관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조종사 헬멧은 통신 기능, 산소공급장치를 비롯한 각종 기술이 집약된 고가의 장비라 사용하지 않을 때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크고 튼튼한 이 가방은 도시 생활에도 잘 어울렸다. 각종 서류나 노트북을 넣기에도 좋고, 전면에 있는 두 개의 주머니에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용도를 구상할 수 있었다. 헬멧 백이 밀리터리 가방의 대명사인 이유일 것이다.
60/40 헬멧 백에는 16인치 노트북이 넉넉하게 들어간다. ‘올해는 벽돌책을 정복해보리’하고 다짐하면서 구매했던 벽돌책도 문제없을 것이다. 밀리터리 디자인은 넉살이 좋다. 어색하게 보이다가도 일단 눈에 익숙해지면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캑터스소잉클럽은 주문 제작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만듦새는 믿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격은 39만 2,000원으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터 탱커 헬멧 백 가격(70만 원 중반)을 생각하면 조금 용기가 생긴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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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