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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몰라병에 걸린 당신, 새로운 백팩을 사야겠어요

백팩의 역사부터 새학기 구매하기 좋은 가방까지
백팩의 역사부터 새학기 구매하기 좋은 가방까지

2025. 02. 27

안녕, 일단 뭐든 챙기고 보는 보부상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미용실에 갔다가 맡겨둔 짐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이런 말을 듣는다. “와, 가방이 무겁네요” 노파심에 혹시 몰라 챙긴 물건들 때문이다. 읽고 있는 책이 질릴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책까지 한 권 더 챙길 정도니 무거워질 수밖에… 일명 ‘혹시몰라병’에 걸린 나 같은 사람에게 백팩은 생존필수품에 가깝다. 단순히 많은 짐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무거운 짐을 간편하고 안정적으로 들면서도 두 손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대학생 여러분, 혹시 새학기를 잘 맞이했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새학기를 맞아 근본 있는 백팩 브랜드의 대표적인 제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안 궁금할지 몰라도 백팩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히스토리를 알면 예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백팩이지만,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새롭게 보일 거다. 일단 백팩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부터 알아보자.


몰라도 되지만
백팩의 뿌리는 이렇습니다

가방의 역사는 인류가 자연에 도전했던 역사와 같다고 할 정도로 길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여러 형태의 가방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백팩은 륙색(Rucksack)이라는 가방에 뿌리를 둔다. 옛 독일어로 ‘등’을 뜻하는 ‘Rücken’에 ‘가방’을 의미하는 독일어 ‘Sack’이 합쳐진 륙색은 단어 구성대로 등에 메는 가방을 의미하며, 프레임으로 가방을 지탱하는 것이 특징이다. 륙색은 나무로 만든 프레임에 가죽이나 캔버스 천을 덧대어 만들었다. 어깨에 모든 무게가 집중되는 일반 백팩과 달리, 륙색은 프레임을 통해 등과 다리로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인류는 무거운 짐을 더 효율적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백팩
1922년 등록된 특허 문서와 실제 생산되었던 트래퍼 넬슨 (출처 : 구글 특허, 이베이)

한국에도 나무로 만든 틀에 끈을 연결하여 짐을 옮기는 지게가 있듯, 륙색도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하지만 브랜드를 설립해 이러한 형태의 백팩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로이드 넬슨이다. 사냥꾼이었던 넬슨은 알래스카에서 이누이트족이 사용하는 가방을 보고 트래퍼(Trapper, 사냥꾼) 넬슨이라는 백팩을 만들었다. 프레임 팩의 원형인 이 백팩은 빠르게 여닫을 수 있는 버클이 적용되었고 몸에 맞게 줄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트래퍼 넬슨
Kelty에서 출시되는 트레커65. 프레임과 끈을 조절해서 몸에 맞춰 사용한다. (출처: 켈티코리아)

이러한 형태의 프레임 백팩은 아직까지도 생산된다. 프레임에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신소재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프레임 백팩의 단점이었던 무게가 줄어들었고, 거기에 오래된 디자인이 주는 낭만이 있어 마니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세기 말 미국 군대에 보급되었던 냅색 (출처 : 이베이)

시작은 륙색 같은 큰 사이즈의 가방이었지만, 점차 다른 형태의 백팩도 탄생했다. 백팩은 무거운 짐을 멀리 옮길 때도 필요하지만, 가벼운 외출을 할 때도 요긴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벼운 짐을 담기 위해 탄생한 백팩을 냅색(Knapsack)이라고 한다. 독일어 ‘Knap’은 ‘가볍게 먹는 음식’을 의미한다. 냅색은 주로 프레임 없이 캔버스 천이나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군대에선 크고 무거운 장비는 륙색, 개인 장구류같이 가벼운 물건을 옮길 땐 냅색을 사용한다.

2번의 세계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 마침내 우리에게 익숙한 백팩 형태가 등장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아웃도어 활동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루치 짐을 위한 백팩의 수요가 생겼고 그렇게 데이팩(Daypack)이 등장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백팩에 가장 가까운 조상인 셈이다.

게리 아웃도어
(좌)최초로 지퍼가 적용된 백팩, (우)나일론 소재가 사용된 티어드롭 (출처 : 게리 아웃도어)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게리 아웃도어는 이 데이팩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팩의 형태를 정립한 곳이다. 게리 아웃도어는 1938년에는 지퍼를 적용한 백팩을 출시했고, 1967년에는 나일론 소재를 활용한 물방울 모양의 티어드롭(Teardrop)을 출시했다. 지퍼와 나일론은 당시 엄청난 혁신이었다. 지퍼는 버클보다 여닫기 쉬운 데다 튼튼했고 나일론은 캔버스와 가죽보다 가벼우면서도 쉽게 찢기지 않았다. 게리 아웃도어의 혁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와 전통의 백팩,
잔스포츠 슈퍼브레이크

잔스포츠
잔스포츠의 인기가 시작된 스키앤하이크

백팩은 그동안 용도에 맞춰 다양한 변형을 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아웃도어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백팩이 산에서 내려와 도시, 특히 학생에게 퍼진 데에는 지금 소개할 브랜드 ‘잔스포츠’의 역할이 컸다.

잔스포츠는 전 세계에서 백팩을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다. 잔스포츠는 1967년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머레이 맥코리와 재봉사였던 여자친구 잔 루이스가 함께 백팩을 만들어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고, 받은 상금으로 잔스포츠를 만들었다. 머레이 맥코리는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며 이름을 브랜드명에 쓰겠다고 했고, 브랜드 이름은 ‘잔 루이스’가 되었다.

1970년, 잔스포츠는 지퍼와 나일론을 적용한 스키앤하이크(Ski and Hike)을 출시했다. 스키와 하이킹을 위한 이 백팩은 우연한 기회로 워싱턴 대학교 학생에게 인기를 끌게 된다. 비를 피해 들어간 워싱턴 대학교 서점에서 스키앤하이크를 발견하고는 책을 담는 용도로 쓰기 시작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전공 서적을 담을 마땅한 가방이 없었고 대부분 책을 손에 들고 다니거나, 심지어 끈으로 묶고 다니기까지 했다. 잔스포츠 덕분에 백팩 문화는 학생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졌고, 잔스포츠는 지금도 학생 백팩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었다.

잔스포츠의 대표 제품은 벌써 30년째 꾸준히 판매하고 있는 슈퍼브레이크다. 최근에 레트로 유행에 힘입어 형형색색의 슈퍼브레이크를 길에서 볼 수 있다. 학생용으로 개발된 슈퍼브레이크는 메인 수납공간과 전면에 주머니가 있는 기본 디자인에 책을 담기 위해 백팩 바닥을 보강했다. 쿠션이 가득 들어간 어깨 스트랩은 잔스포츠의 상징이다. 요즘 출시되는 백팩에 비하면 투박하지만 책의 무게로 인한 피로만큼은 확실히 줄인다. 한국에서는 27가지 색깔로 판매 중이며, 가격은 5만 4,000원이다. 구매는 여기서.


튼튼하게 세심한,
피엘라벤 칸켄

피엘라벤

한편 독특한 형태로 학생용 백팩의 대명사로 불리는 백팩이 있다. 피엘라벤의 칸켄이다. 이름은 낯설어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서구권에서는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는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나는 출퇴근하며 하루에 두 번 서울역을 지나는데 피엘라벤의 칸켄을 짊어지고 캐리어를 끌며 두리번거리는 외국인 여행객의 모습을 자주 마주친다.

칸켄

칸켄은 A4 바인더 2개의 사이즈에,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에 지퍼가 있어 깊숙한 곳까지 열어서 확인할 수 있다. 길게 달린 스트랩은 혹시나 지퍼가 터지는 불상사를 막아주고, 필요에 따라 가방을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있다. 쉽게 찢기지 않고 방습 기능이 있는 비닐론 소재로 만들어졌고, 가방 안쪽에 쿠션이 내장되어 있어 안에 가방을 메고 바닥에 털썩 앉아도 백팩 내부 물건이 상하지 않는다. 학생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짐이 많은 여행객에도 편한 것은 당연하다. 가격은 12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과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블랭코브 데이팩 26

블랭코브

험난한 자연과 평온한 일상의 차이는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을 얼마나 덜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 원덕현 디렉터가 시작한 블랭코브는 현대인의 생활에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이 철학은 백팩의 변천사와 일맥상통한다. 덜어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필요’를 고민해야 한다. 도시 속 하루에는 어떤 물건이 필요할지, 어떤 물건이 담길지 생각해야 덜어낼 테니까. 

블랭코브 데이팩은 그 고민의 결과다. 전면부에 두 개의 주머니가 있어 용도에 따라 구분하여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다. 가방 안엔 메인 수납공간과 노트북 공간을 분리하여 효율을 높였다. 그리고 빠르게 짐을 찾을 수 있도록 한쪽에 사이드 지퍼를 만들었다. 자체 개발한 루트스코프 원단으로 제작되었고 방수 지퍼를 사용해 생활 방수 기능도 있다. 과하지 않고 딱 필요한 기능만 갖춘 물건을 쓸 때의 만족감은 적당하게 밥을 먹었을 때 느끼는 든든하면서도 부담 없는 가뿐함과 같다. 가격은 24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아보카도를 닮은 백팩,
유세지 아보카도 팩

유세지

유세지는 일본에서 가방 디자인을 전공한 디렉터가 가방과 모자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국내 브랜드다. 오늘 소개할 타원형 백팩의 이름은 아보카도 팩이다. 넓적하고 위로 좁아지는 모양이 아보카도를 닮았고, 아보카도를 잘랐을 때 보이는 씨를 전면 주머니로 해석한 재치가 돋보인다.

그동안 백팩 속에 넣는 물건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백팩의 사이즈를 표기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처음엔 가방 안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짐이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를, 그 다음엔 A4 바인더가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현재는 몇 인치 노트북이 들어가느냐로 크기를 설명한다. 아보카도 팩은 맥북 15인치, 아보카도 팩 프로는 맥북 16인치까지 수납 가능하다. 코듀라 나일론 원단으로 제작되어 아직도 위세를 떨치는 고프코어 제품과도 잘 어울린다. 방수 지퍼를 사용해 백팩이 우산 밖으로 튀어나와도 비로부터 보호한다. 가격은 22만 3,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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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