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브랜드 스토리: 유행타지 않는 옷을 만듭니다, 카키스

여유, 편안함, 균형, 실용성, 과하지 않은 실루엣과 디테일…
여유, 편안함, 균형, 실용성, 과하지 않은 실루엣과 디테일…

2026. 02. 10

안녕,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이따금 ‘당신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뭐라 부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정답을 알 리 없는 나는 우물쭈물하다 이내 만능 단어를 소환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캐… 캐주얼?”

이 빈약한 세 글자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던하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렇다고 너무 차갑거나 딱딱하진 않은 스타일. 어딘가 귀여운 구석까지 있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복. 그냥 좋은 이미지 다 챙기고 싶은 욕심쟁이 아니냐고 욕하지 마시라.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모던내추럴빈티지캐주얼스타일’을 근사하게 구현하는 패션 브랜드를 찾으실 수 있을 테니.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눈여겨보는 브랜드는, 카키스(Khakis)다.

카키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자 자체 컬렉션을 전개하는 오리지널 브랜드 카키스. 일본의 빔스(Beams)와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가 그렇고 미국의 키스(Kith)가 그러하듯, 카키스 또한 ‘편집’과 ‘제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한국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오늘의 브랜드 스토리에서는 카키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5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Keyword
① 카키스의 시작
② 카키스의 편집
③ 카키스의 제작
④ 카키스의 협업
⑤ 카키스의 공간


카키스의 출발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을 비롯해 현재 총 9개의 패션/라이프스타일/F&B 브랜드를 전개하는 제이케이앤디(JKND)는 2020년 8월에 카키스를 런칭했다. 해외 유수의 브랜드를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이자 자체 제작 상품을 선보이는 오리지널 브랜드라는 정체성은 시작부터 확고했다. 서울 연희동의 오프라인 스토어에 가면 그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웃도어, 캐주얼, 스포티, 컬처… 크고 작은 진열대에 놓인 제품들을 일반적인 키워드로만 분류하면 그저 다양한 상품을 한데 모아 놓은 매장이라 여겨질 수도 있었을 테다. 그러나 카키스 매장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소비될 수 있는 양품. 과하지 않은 선에서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디테일. 개별 품목을 넘어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물건을 함께 소비할 때 나오는 시너지.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을 기반으로 하는 오리지널 라인은 편집숍의 단순 PB 제품을 넘어 독자적 브랜드로 존재감을 발산하는 동시에 매장에서 제안하는 타 브랜드 제품과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힙한데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도 정제된 이미지가 지닌 매력이 입소문을 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카키스가 소개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아웃도어와 캐주얼을 중심으로 한 의류 및 잡화, 프래그런스, 매거진과 아트북, 공예품 등 소위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아우르는 아이템을 두루 소개한다. 편집 매장으로서 카키스가 지닌 미덕은 절묘한 밸런스에 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파타고니아(Patagonia)와 뉴발란스(New Balance)부터 최근 부쩍 주목받는 포탈(Portal)과 노다(norda), 국내에서는 생소한 액추얼 소스(Actual Source)나 대니 디즈 머드 숍(Danny D’s Mud Shop) 등 브랜드를 선별하는 스펙트럼이 넓다. 트렌드와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트렌드를 벗어나도 소비하고 싶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 인지도와 상관없이 매장의 방향성과 잘 어울리는 스튜디오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 탁월한 편집숍은 업데이트에 대한 꾸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는 걸 카키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입점 브랜드

랩(Rab)

랩
rab

세계적인 전문 산악인 랩 캐링턴(Rab Carrington)이 1981년에 설립한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원단과 기술 혁신에 대한 집착을 바탕으로 양질의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인다.

논네이티브(nonnative)

논네이티브
nonnative

1999년 도쿄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밀리터리, 워크웨어, 아웃도어 웨어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실용적인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다운 재킷부터 셔츠, 스웨터, 양말과 부츠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액추얼 소스(Actual Source)

액추얼소스
Actual Source

미국 유타주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출판, 웹 디자인, 브랜딩과 비주얼 제작 등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카키스에서는 자체 그래픽 기반의 옷과 모자, 카키스와의 협업 익스클루시브 상품 등을 소개한다.

대니 디즈 머드 숍(Danny D’s Mud Shop)

대니 디즈 머드 숍
Danny D's Mud Shop

도예가 다니엘 두렉(Daniel Dooreck)이 운영하는 미국 LA의 세라믹 브랜드. 빈티지 아메리칸 양식과 전통 타투 아트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 디자인을 활용해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인다. 카키스에서는 각종 오브제와 테이블웨어 등을 소개하며 모두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세라믹 하단에 ‘KHAKIS2020’ 표식이 숨겨진 개체도 있는데, 이는 작가가 카키스에서 구매한 고객을 위해 감사의 의미를 담아 남긴 작은 사인이다.

레티켓(l’etiquette)

레티켓
l'etiquette

프랑스 파리의 독립 출판사 쏘 프레스(So Press)가 2018년에 창간한 패션 잡지. 클래식, 빈티지, 스포츠웨어 등 다양한 스타일을 문화적 요소와 함께 탐구한다.


오리지널 브랜드로서 카키스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캐주얼한 무드의 베이식 아이템을 통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일상복을 제안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주, 편하게 입는 옷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가 주목한 것이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이다. 워크웨어나 밀리터리, 아웃도어 의류를 기반 삼아 긴 시간 도시 생활에 적합한 캐주얼 룩으로 자리 잡은 스타일이 카키스의 기반이 된다. 좋은 소재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실용적 디테일과 여유로운 핏을 더한 코튼 재킷, 플란넬 셔츠, 데님 팬츠 같은 아이템처럼. 부드럽게 톤 다운된 색감과 군데군데 드러나는 워싱 등 카키스 제품 전반에는 빈티지 스타일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귀여운 요소를 더한 옷을 찾던 (나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나둘 카키스를 주목하고 있다.

컬렉션 살펴보기

2025 Fall/Winter

2025 Spring/Summer

2024 Fall/Winter

2024 Spring/Summer


매력적인 협업은 브랜드 색깔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 제품군과 콘텐츠 및 타깃 소비자의 영역을 넓히는 결과를 낳는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자 오리지널 브랜드라는 두 겹의 정체성을 지닌 카키스 입장에서도 다채로운 파트너십은 효과적인 전략이었을 터. 탄탄한 헤리티지를 쌓아온 글로벌 패션 브랜드부터 독창적인 감각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로컬 커피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카키스는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리고 그 모든 협업의 바탕에는 파트너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향한 존중이 있다.

대표 협업 사례

Champion × Khakis

챔피온
champion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챔피온(Champion)과의 협업 컬렉션. 1980–90년대 미국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캠퍼스 룩을 모티브로, 스웻셔츠·바시티 재킷·옥스퍼드 셔츠로 대표되는 컬리지에이트 스타일을 카키스의 빈티지한 무드로 재해석했다. 챔피온 하면 떠오르는 그레이 & 네이비 컬러에 데님 소재를 더한 점이 매력적이다. 

Reebok × Khakis

reebok
리복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Reebok)과 함께한 협업 컬렉션. 특히 1985년 테니스화로 탄생한 리복 Revenge 라인의 변형 모델인 ‘Club C Revenge’가 화제를 모았다. 누벅과 크랙 레더, 빛바랜 그레이 컬러를 활용해 빈티지 무드를 더함으로써 80-90년대 스트리트 감성을 녹여냈다.

Manufact Coffee × Khakis

Manufact Coffee
매뉴팩트커피

국내 대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매뉴팩트커피(Manufact Coffee)와의 협업. 두 브랜드 모두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서울 연희동에 열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MANUFACT KHAKIS CAFFE’라는 이름의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매뉴팩트커피가 새롭게 블렌딩한 스페셜 원두와 콜드브루 커피에 더해 카키스의 감성을 담은 모자와 앞치마, 티셔츠, 유리잔을 출시했다.

Adsum × Khakis

Adsum
애드섬

뉴욕 브루클린 기반의 남성복 브랜드 애드섬(Adsum)과 함께한 협업 컬렉션 ‘East and West Standards’. 워크웨어 아우터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베이식 아이템에 빈티지 무드를 가미했다. 뉴욕의 중고 서점과 서울의 스튜디오라는 두 가지 상반된 배경에서 촬영해 이어 붙인 에디토리얼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Peace Cabin × Khakis

Peace Cabin
피스 캐빈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크리에이티브 듀오로부터 출발한 생활 용품 브랜드 피스 캐빈(Peace Cabin)과 별주 제품을 출시했다. 인디고 데님과 남성복 원단을 수작업으로 이어붙여 패치워크 디자인의 쿠션을 만드는 피스 캐빈. 카키스가 이전 시즌에 사용하고 남은 원단을 활용해 ‘Recycled Froebel Cushion’을 제작했다. 셔츠와 재킷 등의 자투리 원단이 쓰여 완성된 패널 구조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패션 아이템을 넘어 생활 소품을 선보였다는 점,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협업 사례다.


같은 물건도 어느 장소에 어떤 방식으로 놓여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남는다. 각종 의류와 생활용품과 문화 콘텐츠를 제안하는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에 적잖은 비용과 에너지를 들이는 건 그래서다. 카키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각각 서울 연희동과 성수동에 자리한다. 기본에 집중한 고품질 의류를 제작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양품을 선별해 제안하는 브랜드를 닮은 공간이다.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담백한 디자인과 실용성 높은 모듈 구조, 편안한 고객 경험을 고려한 공간 설계까지. 카키스 플래그십 스토어는 모던하지만 으스대지 않고, 보기에 예쁜 동시에 이용하기에 쾌적하다. 근사한 쇼룸은 브랜드를 몰랐던 사람들에게조차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카키스도 예외는 아니다.

카키스 연희 

2020년 8월에 문을 연 카키스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연희로11라길, 매뉴팩트커피와 중식당 목란 사이 반투명 유리를 두른 건물 1층에 위치한다. 입구에 놓인 카키색 스툴을 지나 매장으로 들어서면 깔끔하게 구획된 공간 사이사이로 정갈하게 진열된 제품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골목 곳곳에 세련된 상업 공간이 자리를 잡은 연희동을 닮은 매장이다. 가구 디자인을 맡은 씨오엠(COM)에 따르면 브랜드명에 들어가는 ‘카키’색에서 착안해 사막 지형 군용품의 뉘앙스를 풍기는 가구를 만들었다고. 자유롭게 접고 펴고 분해할 수 있는 실용성이 돋보인다.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2 1층
  • 영업시간: 매일 13:00-20:00

카키스 성수 

2024년 10월에 오픈한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높은 층고와 풍부한 채광으로 인해 개방감이 두드러지는 카키스 성수 역시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조화를 이룬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비주얼은 여러 형태로 진열될 상품의 아우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가구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재배치될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기능과 효율을 놓치지 않았다. 고객의 동선을 자유롭게 하는 공간의 여백과 시간이 지날수록 질감의 깊이를 더해갈 나무 가구 및 타일 바닥은 이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해도 질리지 않을 요소. 참고로 카키스 성수가 속한 JKND 신사옥 ‘코어해체시스템’은 2025년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59 제이케이앤디 2층
  •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2026년 패션 트렌드 예측, 그중에서도 대중의 일상적 패션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코멘트 가운데 몇몇 표현이 눈에 띈다. 여유, 편안함, 균형, 실용성, 과하지 않은 실루엣과 디테일… 여기까지 글을 정독한 독자분들이라면 느낄 수 있겠지. 카키스는 이미 다 갖고 있는 건데요? 하던 대로 하기만 해도 트렌드가 따라오는 이 브랜드의 2026년은 또 어떤 모습일까. ‘포엣 코어’니 ‘그래놀라 코어’니 하는 유행과는 상관없이 진득한 마이웨이를 이어갈 카키스의 행보를 기대한다.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