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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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다음 주는 틀리다, 헤비패딩 5  

(결말 포함)패딩 찾아 서울 한 바퀴
(결말 포함)패딩 찾아 서울 한 바퀴

2025. 12. 10

안녕하세요, 패딩 만들고 파는 객원 에디터 강현모입니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한겨울에도 추위를 크게 타지 않는데, 아무리 그래도 12월~1월 사이 찾아오는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헤비 패딩이 필요합니다. 

마침 이번 주에 영하 10도의 추위가 찾아온다길래 준비했습니다. 지금 사면 딱 좋지 않을까요? 직접 매장에 찾아가 입어본 제품들만 모아 봤고, 경량패딩 추천과 마찬가지로 돈 아까운 제품들은 걸렀습니다. 패션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패딩을 접했고 그저 많이 팔기 위해 ‘잘 포장하는’ 제품도 숱하게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패딩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를 기준으로 잡았고 이에 부합하는 것만 모았습니다. 디테일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니, 생활 패턴에 맞는 제품을 골라 보면 좋을 것 같아요.

① 모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너로 어떤 걸 자주 입냐에 따라 선택지도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후드를 자주 입는 사람은 모자가 없는 걸, 스웻셔츠나 니트를 자주 입는 사람은 모자가 있는 걸 선호하더라고요. 모자에 어떤 원단을 썼느냐에 따라 추운 날 귀에 닿는 촉감이 차갑고 불편할 수도, 따뜻하게 감길 수도 있습니다. 평소 출근 복장에 따라 선택하면 되고 후드가 있는 패딩은 스타일링이 용이하도록 가급적 탈착형을 권합니다.

② 투웨이 지퍼에 대한 미련은 버린다
어차피 패딩은 지퍼를 잠그거나 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막상 입어 보면 딱히 투웨이로 연출할 상황이 많지 않고 그렇게 연출하는 사람도 거의 못 봤어요. 투웨이가 이제 기본값이 된 듯한데, 막상 생활하다 보면 패딩에 한해서는 그 디테일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③ 소매는 밴딩 처리가 돼 있어야 한다
시보리로만 되어 있고 소매 겉감이 그대로 손등까지 내려오는 형태를 싫어합니다. 손목이랑 옷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거든요. 소매를 벨크로로 채워서 손목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는 형태를 좋아합니다. 손목 시계 기준으로 손목 위로 고정이 되거나, 시계를 덮을 정도로만 살짝 내려 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호합니다.


[1]
디스이즈네버댓
PERTEX® Reversible T Down Jacket Black

디스이즈네버댓

‘여기부터 봐야겠다’ 싶어 향했던 곳.

이제는 익숙한 기능성 원단 퍼텍스(PERTEX®)를 사용한 패딩이 눈에 띄었고 그중에서도 리버서블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한 벌로 두 벌의 연출을 할 수 있고 가격대도 요즘 옷값을 생각하면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컬러는 블랙/카모/라벤더 3가지에 안쪽면도 무난한 색조합이라 부담스럽지 않은 편. 

원단 얘기를 조금만 더 보태면 퍼텍스 중에서도 퀀텀 프로(Quantum Pro)라는 상급라인입니다. 패딩 한 벌에 100만 원 육박하는 해외 브랜드에서 많이 쓰는 원단입니다. 겨울철 눈이나 빗방울은 충분히 튕겨내고, 방풍도 잘 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무게. 정말 가볍습니다. 체형에 잘 맞기만 한다면 이 가격에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의 원단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컬러 옵션은 보너스. 정가 27만 9,000원에서 22만 3,200원까지 할인 중입니다. 구매는 여기.

+원 모어 띵
GORE-TEX WINDSTOPPER® Expedition Down Jacket Olive Drab

하나만 더 추천해달라구요? 조금 더 독특한 디자인에 기능성이 확 드러나는 제품을 찾는다면 고어텍스 다운 파카도 착용해 보기를 권합니다.


[2]
카키스
Nomad Down Parka

카키스

두 번째는 카키스 제품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캐주얼. 그 말이 딱 어울리는 브랜드입니다.

패딩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제가 입어 본 제품은 스포티한 무드를 덜어내서 단정한 차림에도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에요. 일반적인 패딩이 셔츠 위에 입기 애매하다면, 이 제품은 오히려 셔츠 위에 입었을 때 더 중후하고 멋있게 느껴집니다.

밴딩 처리한 손목에 스냅까지 더해서 손목 둘레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건 물론, 후드를 채웠을 때 얼굴 곡선을 따라 감싸주는 느낌이 확 듭니다. 후드 자체에 스트링이 달려 있어서 머리 둘레에 맞게 풀고 조일 수도 있어요. 

출퇴근 복장이 비즈니스 캐주얼이고 + 패딩은 필요한데 + 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피하고 싶고 + 어느 정도 투자해서 오래도록 입을 똑똑한 한 벌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권하고 싶은 패딩입니다.

후드는 탈착이 되기 때문에 출근할 때 입을 거라면 후드를 떼고 단정하게 목도리를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단정해 보이면서도 패션 문외한은 아닌, 가벼운 센스를 가진 느낌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가격은 65만 9,000원. 구매는 여기.


[3]
스테디 에브리웨어
라이트 패디드 자켓

주말의 스테디 에브리웨어는 방문객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활용도 높은 제품을 보여주기 때문이겠죠. ‘정말 이 가격에 이만한 게 있나’ 싶을 정도의 품목들이 꽤 많습니다. 1층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테디 에브리웨어 제품들이 있고, 2층에는 옷을 조금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응할 만한 상위 라인 SEW 제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둘러보면 됩니다.

스테디에브리웨어

헤비패딩이 꼭 다운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탁이 용이한 걸 찾는 분들도 있어서 충전재로 널리 활용하는 합성 소재 3M 신슐레이트가 들어간 자켓을 입어 봤습니다.

라이트 패디드 자켓은 보온성이 웬만한 다운자켓과 비슷하게 느껴졌고 일단 무게가 가벼웠습니다. 매장에 있는 여러 가지 제품들을 입어 봤을 때 가장 편안한 착용감이었고 이너로 후드와 후리스를 입는다면 한겨울까지도 충분히 거뜬할 것 같습니다. 가격은 17만 9,900원. 구매는 여기.

+원 모어 띵
코튼/나일론 필드 파카 & 스탠다드 울 브이넥 니트

다운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더 맘에 들었던 제품. 코튼/나일론 필드 파카입니다. 저처럼 몸에 열이 많은 분들은 한파를 제외하고 크게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간절기 옷보다 조금 더 두꺼운 파카들이 활용도가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품목입니다. 탈착 가능한 퀼팅 라이너 자켓이 포함되어 있고, 패턴 자체가 여유로워서 이것저것 겹쳐 입기 정말 편합니다. 올리브 색상이 너무 튀거나 군용품 같아서 꺼려진다면 주저 말고 블랙을 입어 보기 바랍니다. 오히려 흔하지 않은 실루엣과 색상이라 마음에 들 겁니다.

스테디 에브리웨어는 사실 소문난 니트 맛집입니다. 그래서 아내랑 같이 브이넥 니트를 구매해 봤고 구매한 다음 날부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입고 있습니다. 아토피가 심해서 조금이라도 까끌거리면 잘 입지 않는데, 이 제품은 울 니트임에도 맨살에 닿을 때 촉감이 좋아서 자주 입습니다. 첫 경험이 좋으니 몇 벌 더 사두고 싶네요. 

땀쟁이라 세탁이 번거로워 니트를 멀리했던 것도 있어요.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구매한 니트네요. 스탠다드 핏이라 사이즈 선택만 잘하면 포멀/캐주얼 모두 커버해주고 결혼식 갈 때 아무 고민 없이 이 니트를 입습니다. 라운드넥 티셔츠가 살짝 보이게 매치해도 좋고, 여성 분들은 목걸이가 잘 보이게 연출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4]
브라운야드
에베레스트 구스 다운

이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브라운야드. 결혼식 다녀올 때 대구에서 처음 입어 보고 자꾸 생각나 강남에서도 입어 봤습니다. 이제는 꼭 플래그십이 아니더라도 백화점 매장에서 쉽게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고객 입장에서 확실히 큰 메리트라 느껴집니다.

브라운 야드

개인적으로 브라운야드 패딩은 지금까지 입어 본 제품들 중에서 몸 안쪽으로 감싸는 밀착도가 가장 좋았습니다. 몸과 자켓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입을 때 등과 허리부터 몸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 크게 느껴졌어요. 

에베레스트 다운의 가장 좋은 점은 핑거홀도 있고 휴대성이 좋다는 점. 패커블 가능한 자켓이라 파우치에 넣어 여행 갈 때 챙기기도 편하고, 가벼운 트래킹이나 스포츠 활동에 용이하게 엄지손가락 부분 썸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올리브 그레이’ 색상이 브랜드에서 오래도록 잘 보여주고 있는 색이기에 블랙보다는 이 색을 입어 보는 것도 권장합니다. 가격은 55만 8,000원. 구매는 여기.

+원 모어 띵
발마칸 코트 블랙

다운 자켓을 담으러 갔다가 코트가 아른거려 결국 서울에서 구매했습니다.

다른 브랜드 겨울코트 한 벌로 5년을 버텼는데, 마침 검은색 코트가 필요했던 찰나에 브라운야드의 발마칸 코트에 제가 좋아하는 디테일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고요. 패딩만큼이나 코트도 오랫동안 만들어 온 브랜드고 주변 분들께 평이 좋아 구매했습니다. 이 코트는 앞으로 10년도 거뜬할 것 같아요.

발마칸 외에 스탠드 카라 코트, 피코트 같은 스타일도 있어서 겨울에 패딩 대신 코트를 더 자주 입는 분들께 한 번쯤 추천 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5]
무인양품
경량다운 포케터블 후드 재킷

무인양품

일상용으로 딱 입기 좋게 발수 가공 처리된 패딩은 무인양품만 한 게 없습니다. 과한 기능은 다 덜어내고 정말 꼭 필요한, 눈/비 막아줄 수 있는 패딩을 찾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입니다.

750 필파워에 포케터블까지 가능한 패딩. 가성비를 떠나 만듦새가 좋은 의류를 만드는 무인양품에서 올겨울 발매한 제품입니다.

매장에서도 XXL까지 입어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비슷한 다른 브랜드들은 매장에 특수 사이즈를 비치하지 않아 불편한 경우들이 간혹 있거든요. 

다만, 몸통 하단에 스트링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스트링이 없기 때문에 매장에서 사이즈 선택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가장 큰 메리트. 포케터블입니다.

여행이나 출장 갈 때 패딩 챙기는 게 정말 번거로운 일인데, 부피가 살짝 크긴 하지만 가방 안에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압축이 됩니다. 패딩 안쪽 주머니에 돌돌 말아서 스트링 조여주면 끝. 이 디테일이 가장 와닿는 장점 같아요.

후드는 얼굴 전체를 감싸는 사이즈라 썼을 때 포근한 편이고, 목도리만 하나 둘러준다면 한파 예보가 있는 날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매도 벨크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17만 9,000원. 구매는 여기.

이 파카의 롱버전. 롱패딩보다는 롱코트에 가까운 실루엣이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거나, 스포츠 브랜드 제품보다 조금 더 단정한 형태의 롱패딩을 원하는 분들께 적합해 보입니다. 소매 처리도 깔끔하게 되어 있고 옆주머니에도 지퍼가 달려 있으니 물건이 빠질 걱정도 훨씬 덜합니다. 제가 입고 있는 무인양품 2년 전 발수 패딩보다 훨씬 버전업이 많이 되어 있었습니다.

숏버전과 함께 입어 보는 걸 권합니다.


최종 선택 : 디스이즈네버댓

많이 입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알아본 3주. 최종 선택은 디스이즈네버댓의 퍼텍스 리버서블 다운자켓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 모두 훌륭하지만, 정해 두었던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서 독특한 색 + 좋은 원단 + 합리적인 가격 + 활용도(리버서블)까지 충족하는 건 이 제품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됐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네요. 카모 패턴은 인기가 많아 여러 채널에서 품절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너로 후드를 입고 지퍼를 채워 올리면 턱 밑을 감싸는 실루엣으로 자리를 잘 잡아줍니다. 목 둘레가 너무 좁거나 넓으면 이 각도가 나오지 않는데, 디스이즈네버댓 제품은 이 패턴 자체가 제 체형과 잘 맞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안쪽면이 너무 화이트 톤일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하얗지 않고 살짝 누런끼가 있기도 해서 오염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살짝 투명한 느낌도 있어서 여러모로 요긴하게 활용할 듯합니다.

저는 3가지 기준을 잡고 움직였고, 그중에서도 손목 부분의 밴딩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시보리로 마감되고 겉감이 그대로 손목까지 내려오는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 부분이 제게 정말 중요한 디테일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나 광고 페이지 상에서 ‘이래서 좋다’하는 내용보다 본인의 생활 패턴에 맞는 디테일들만 보고 고르신다면 훨씬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현명한 소비에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About Author
강현모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출근 후 마케터, 퇴근 후 에디터. 회사 안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회사 밖에서는 '아워페이스' 매거진의 팀 리더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