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 기간 애플을 다뤄 온 이주형입니다. 애플을 오랫동안 다뤄온 만큼 당연히 손목에는 애플워치가 채워져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같이 어렸을 때부터 시계를 즐겨 차 오고, 지금도 다양한 시계를 모아서 돌려차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플워치는 애증의 존재입니다. 그래서 애플워치는 비록 출시 초기에는 매일 같이 찼지만, 시계에 취미가 생기고 나서는 watchOS 업데이트가 새로 나올 때마다 잠깐 차보는 수준 정도가 되었고, 다양한 시계를 차면서 활동 추적을 계속하기 위해 오우라 링과 같은 스마트 링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아이폰 17시리즈를 리뷰하면서 애플워치 울트라3를 함께 써 보았습니다. 이 리뷰를 준비하면서 확인해 보니 디에디트 매거진에는 애플워치 울트라 시리즈 자체를 리뷰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울트라3에 큰 변화는 없으니만큼, 울트라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시계 덕후가 바라보는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애플워치의 모든 부분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모델입니다. 애플은 ‘궁극의 스포츠 및 모험형 시계’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디자인만 봐도 조약돌같이 생긴 일반 애플워치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입니다. 케이스 전체를 티타늄으로 만들고,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두꺼우면서 좀 더 러기드해진 모습이죠.

단순히 디자인 요소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크라운은 홈을 더 크게 만들어서 장갑을 끼고 돌리기 쉽게 하면서도,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스 자체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실제 다이버 시계들에서도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크라운 가드’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죠. 화면 커버 유리를 곡면으로 처리해 디자인은 이쁘지만, 측면 충격에 약한 일반 애플워치와 다르게, 케이스 전체가 사파이어 크리스털 커버를 감싸는 구조여서 측면 충격에도 안전한 모습입니다. 하나씩 뜯어보면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 변경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케이스의 크기를 49mm로 늘려서 애플워치 라인업 중 가장 큰 화면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어요. 이번 울트라3에서 케이스 크기는 유지하되 화면의 베젤을 줄이는 방식으로 화면 크기를 약간 더 키웠죠. 사실 이 크기 때문에 애플워치 울트라를 차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많을 것이고, 16.5cm 정도의 둘레를 가진 제 손목에도 좀 아슬아슬하게 찰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출시한 울트라 3의 차별 요소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티타늄 케이스를 3D 프린팅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3D 프린팅이죠. 티타늄 파우더를 레이저로 쏴서 케이스를 ‘인쇄’하는 이 방식은 무려 900개의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절삭 방식으로 케이스를 만들던 때와 비교해 원재료를 50% 아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훨씬 효율적으로 케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죠.

왼쪽에는 동작 버튼이 있죠. 아이폰의 것과 비슷하게 운동을 바로 시작하거나, 다이빙을 시작하고, 나침반 앱에 웨이포인트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기능 중 하나를 선택해 맵핑할 수 있는 바로가기 버튼입니다. (사실 아이폰의 동작 버튼보다 애플워치 울트라의 동작 버튼이 먼저이긴 합니다) 저는 손전등으로 맵핑해놨는데요. 최대 3,000니트까지 올라가는 화면 밝기 덕분에 칠흑 같은 밤에는 꽤 쓸모가 있습니다. 코난의 손목시계형 손전등이 현실화된 느낌이랄까요?
전용 스트랩의 디자인도 미려함보다는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티타늄으로 만든 G형 훅을 거는 방식의 알파인 루프나, 돌기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의 오션 밴드 모두 웬만한 충격에도 스트랩이 쉽게 풀리지 않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그래서 채우기도 쉽지 않죠) 작년에 울트라 2 블랙과 함께 첫선을 보인 티타늄 밀레니즈 루프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 밀레니즈 루프의 자석 방식 대신 제대로 된 클래스프로 체결 시 내구성을 강화했습니다. 방수도 기존의 50m에서 100m로 두 배 상향됐죠.

그렇다면 이렇게 전반적으로 더 큰 애플워치 울트라를 매일 차고 다니는 느낌은 어떨까요? 일반 애플워치보다 확실히 무겁긴 하지만, 티타늄으로 만든 케이스 덕분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다이버 시계만큼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장 무거운 조합인 티타늄 밀레니즈 루프까지 장착하더라도 100g이 넘지 않거든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브레이슬릿까지 하면 적게는 130g에서 케이스가 크면 200g도 넘을 수도 있는 시계의 세계에서 이 정도면 꽤 가벼운 축에 속해요. 특히 애플워치 울트라 정도 크기의 케이스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면 200g 가까이 나갔을 겁니다. 물론 케이스가 크고 두껍다 보니 어떻게 옷을 입어도 이래저래 시계의 존재감이 드러날 수밖에 없긴 합니다. 그나마 오메가 씨마스터의 그것과 비슷한 디자인인 티타늄 밀레니즈 루프와 조합하면 캐주얼 패션 정도까지는 소화가 가능할 거 같긴 합니다.
두꺼운 두께의 또 다른 부수적 피해는 바로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잘 부딪힌다는 것이었어요. 스마트폰을 떨어트려서 유리를 깨트린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름 조심스러운 성격임에도 특히 문을 열 때 손잡이를 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면 추적을 하기 위해 차고 잘 때도 잠버릇이 험한 편이라 벽이나 침대 등에 걸리는 것이 잠결에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면을 덮고 있는 케이스 윗부분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는데, 이럴 땐 특히 저보다 훨씬 험한 환경에서도 찰 사용자들을 생각하면 화면을 보호해 주는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두꺼운 두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배터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용서가 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실제로 전 세대 애플워치 울트라를 사용했던 에디터 H 님이나 제 지인들에게 울트라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배터리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애플워치 울트라의 배터리는 이틀은 무난하게 가고, 조금 아낀다면 사흘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가는 배터리는 특히 여행을 갈 때 유용한데, 실제로 열흘의 여행 기간 아내의 애플워치까지 하나의 급속충전 케이블로 큰 싸움 없이 돌려쓰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장거리 사이클링을 즐겨 하는 제 친구는 일반 애플워치였으면 자전거를 타는 날에는 배터리가 하루를 못 버티지만, 애플워치 울트라는 가뿐하게 버틴다고 말하더군요.

그 외에도 애플워치 울트라에만 탑재되는 하드웨어가 바로 이중 주파수 GPS입니다. 기존의 애플워치나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L1 주파수의 GPS 신호를 사용하지만, 애플워치 울트라는 여기에 추가로 L5 주파수까지 사용합니다. L5는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GPS 주파수 중 가장 정밀도가 높아서 두 주파수를 모두 사용해 마천루들이 즐비한 도심이나 높은 나무들이 많은 숲속과 같이 GPS 신호가 약한 곳에서 더욱 정확한 GPS 추적이 가능합니다. 도심 마라톤이나 산속을 탐험하는 사용자들에게 유용하죠. (참고로 이중 주파수 GPS 기능은 아이폰14 프로 이후의 프로 아이폰 기종에만 채택되다가 아이폰17부터는 기본형 아이폰에도 탑재됩니다)
내부 사양은 그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나온 울트라 3는 시리즈 11, SE3와 똑같은 S10 칩을 사용해서 성능은 동일합니다. 사실 작년에 나온 시리즈 10과도 같죠. 다만 더 큰 화면에 어울리는 울트라만의 독점 워치페이스가 세 가지 있습니다. 바로 길잡이와 모듈 울트라, 그리고 올해 추가된 경유지입니다. 세 개 모두 번갈아 써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모듈 울트라가 시간을 한 번에 읽기 좋아서 가장 많이 썼습니다. 시계 표시를 한 줄 줄이고 거기에 컴플리케이션을 더 넣는 등 큰 화면에 걸맞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있는 점도 좋았어요.

하지만 애플워치 울트라도 결국은 애플워치이고, 이 이상의 차별점은 크게 없습니다. 거기에 가격은 124만 9천 원으로, 가장 기본적인 시리즈 11을 두 대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솔직해집시다. 저만해도 이중 밴드 GPS가 필요할 만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없고, 다이빙은 배워보지도 못했으며, 에베레스트에 갈 일은 더더욱 없을 거 같네요. 그리고 사실 애플워치 울트라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일 겁니다. 물론 더 긴 배터리라는 실리적 이점이 있긴 하지만, 그걸 위해서 두 배의 가격 차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만약에 애플워치를 산다면 울트라를 구매할 것 같습니다. 배터리가 이유는 아닙니다. 애플워치같이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시계라 하더라도 우리가 가장 많이 쳐다보는 화면에서 시간을 볼 수 있는 이상, 시계는 이제 사치, 아니 낭만의 영역이 되었고, 애플워치 울트라는 확실히 이 낭만에서 뭔가 긁어주는 부분이 있거든요.
일반 시계판(?)도 비슷합니다. 대표적으로 수심 6,000미터를 버틸 수 있는 다이빙 시계가 있지만, 어차피 그걸 찬 사람이 6,000미터를 버티지 못합니다. 1970년대에 달에 다녀온 시계가 있지만, 우리가 달에 갈 일은 없죠. 하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계들을 차는 것은 이 시계가 가진 기술력과 스토리에서 오는 낭만 때문입니다. 어차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쳐다보기만 해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손목에 뭔가를 차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치니까요.

물론 애플워치는 일반 시계와 비교하면 실용성에서는 훨씬 앞섭니다. 피트니스 추적과 알림, 그리고 아이폰을 보지 않고도 다양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낭만과 실용성 사이의 경계를 흐려지게 하죠. 괜히 애플이 모든 전통적인 시계 회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시계를 팔아치우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애플워치를 싫어할까요? 누군가는 오버홀 등 관리만 잘해주면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는 일반적인 손목시계와 달리 시간이 지나서 배터리 수명이 다하거나 소프트웨어 지원이 끊기면 사실상 전자 쓰레기가 된다며 싫어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끊임없는 알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싫어하기도 하죠.
제가 애플워치를 차지 않는 건 꼭 저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아, 물론 알림은 아내에게서 오는 문자 말고는 거의 다 꺼 놓기는 했지만요. 제가 애플워치를 잘 안 차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매일, 아니 충전할 때를 제외하고 계속 차고 있어야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에요. 애플 입장에서는 당연한 전략이고, 어차피 애플워치 하나만 차고 다니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시계도 차고 싶으니까, 이게 문제가 됩니다. 애플워치 사용자 경험의 중심인 피트니스 앱의 링은 중간중간 다른 시계를 차고 나가면 숭숭 뚫려 있고, 건강 기능 중에서도 수면의 활력 징후 기능과 같이 애플워치를 사용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도 있죠. 사실 피트니스 링이 구멍이 나든 말든 무시하면 되는데, 눈에 보이면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애플워치 울트라를 사용할 때 가끔 다른 시계를 차고 다닐 때를 위해 피트니스 알림을 포함해 피트니스 앱 자체를 아예 모든 UI에서 숨겨버렸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알림도 최소화했고요. 사실상 일반 시계같이 만든 것이죠. 그렇게 해도 애플워치의 실용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반쪽짜리가 된다는 기분은 드네요. 재밌게도, 예전에 애플워치만 차고 다닐 때 있었던 ‘링을 채워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부수적 장점(?)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시계는 낭만의 영역이죠. 애플워치 울트라는 그 낭만의 일부를 채워줍니다. 모두에게 어필하려는 일반 애플워치의 밋밋한 디자인이 아닌 기능을 위해 설계된 디자인은 시계 덕후로서 마음에 든달까요.
애플워치 울트라에서 부족한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스토리”입니다. “이 시계를 차고 달에 갔다”라는 거창한 스토리까진 아니더라도, 실제로 이 시계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스토리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비록 애플이 매해 애플워치 덕분에 건강해지고, 목숨을 구한 스토리를 소개하지만, 위험한 탐험에 동행했다던가 하는, 낭만이 넘치는 애플워치 울트라만의 스토리도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낭만도 두 배 가까운 차액의 일부다…. 라고 하면 조금은 납득이 될지도요.

그렇다면 이 리뷰 이후로 저는 애플워치 울트라를 구매하게 될까요?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애플워치가 유용한 순간은 분명히 있었고, 그리하여 만약에 애플워치를 산다면 울트라를 선택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매일 애플워치를 차지 않으니 울트라 3를 신품으로 구매하면 가성비가 떨어질 것 같으니 어차피 큰 차이가 없는 구형 울트라를 중고로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위에서는 시계는 감성과 낭만의 영역이라고 했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애플워치에는 이상하게 이성이 개입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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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