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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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지금 사는 겁니다, 컴파운드 버터 4

영혼을 채우는 버터 한 스푼
영혼을 채우는 버터 한 스푼

2025. 08. 20

안녕, 유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객원 에디터 길보경이다. 아침마다 제철 과일을 듬뿍 얹은 그릭 요거트를 먹거나, 저녁 식사에 치즈와 와인을 곁들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다양한 유제품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중, 흥미로운 흐름을 하나 발견했다. 요거트나 치즈 브랜드에서 독특한 버터를 출시하더라는 것.

‘독특한’이라는 표현을 쓴 데엔 이유가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버터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마 버터, 깨소금 갈릭 버터, 산딸기 루바브 버터, 초당 옥수수 버터 등 이름부터 흥미를 자극한다. 이 버터들은 흔히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 혹은 ‘플레이버 버터(Flavored Butter)’라 불린다. 무염 또는 발효 버터에 각종 재료를 섞어 풍미를 더한, 일종의 ‘버터 업그레이드판’이다.

수제 버터에 발을 들이니, ‘미식의 신세계’가 열린 것만 같았다. 맛은 물론이고 활용도도 끝내줬으니까. 빵은 물론 파스타, 각종 고기와 해산물 구이, 채소볶음까지 어느 음식에든 툭 얹기만 하면 요리의 격이 달라졌다. 한 조각 만으로도 일상의 미식 레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확실한 ‘한 방’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패키지 디자인도 아름다워서 냉장고를 열 때마다 괜히 흐뭇해진다. 알면 알수록 주변에 소문내고 싶은 매력 만점 수제 버터, 그래서 정리해 봤다. 당신의 미각에도 작은 혁명을 가져다줄 국내 버터 브랜드 네 가지.


1. 룩트

버터

아이슬란드어로 ‘빛, 등불’을 뜻하는 룩트는 모두의 식생활을 건강하고 환하게 비추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브랜드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다시마 버터는 프랑스산 발효 버터에 국내산 건조 다시마, 간장, 미림, 식초 등 더해 깊은 감칠맛을 완성했다. 이 버터는 차가울 때보다 따뜻한 음식 위에 살짝 녹여 먹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특히 밥이나 파스타와의 궁합이 뛰어난데, 정성껏 끓인 다시마물 솥밥보다 이 버터 한 조각이 더 깊은 풍미를 낸다는 후기도 있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간장 계란밥이나 남은 볶음밥 위에 얹는 걸 강력 추천한다. ‘순간 이게 내 솜씨라고…?’ 싶을 만큼 맛이 폭발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김치찌개에 넣기도 한다고. 요리에 서툰 사람도 이 버터 한 조각이면 ‘한 수 위의 맛’을 낼 수 있다.

룩트
lukt
ⓒ 룩트

룩트에는 요즘 유행템인 말차 버터도 있다. 우지 말차와 유기농 아가베시럽을 넣어 만든 이 버터는 푹신한 빵부터 단단한 스콘, 바삭한 크래커까지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 특히 가볍게 토스팅한 식빵에 갓 꺼낸 말차 버터를 슥 발라 먹으면, 생 말차 초콜릿 같은 쫀득한 식감이 살아난다. 여름을 맞이해 선보인 디저트 버터 3종도 매력적이다. 초당 옥수수 버터, 마카다미아 버터, 에스프레소 초콜릿 버터 등 달콤함과 고소함, 쌉쌀함을 고루 담아냈다. ‘이번 주말에는 맛있는 버터를 먹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룩트의 버터를 구입해 두고 주말을 기다린다면 더없이 설렐 것 같다. 구매는 여기.


2. 버터팬트리

버터팬트리
ⓒ 버터팬트리

버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버터팬트리. 팬데믹 이후 국내에 수제 버터 붐이 일기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생 버터’ 섭취법과 다양한 활용법을 꾸준히 전파해 온 버터 전도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더 간편하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버터팬트리는 식자재 본연의 풍미를 끌어올려, 요리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미식의 부스터 역할을 자처한다. 모든 제품에 ‘피니싱 버터(Finishing Butter)’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

ⓒ 버터팬트리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매 시즌 등장하는 ‘제철 수제 버터’다. 산딸기 루바브, 고추장 메즈칼, 제피 실멸치, 장미 버터까지. 상상하지 못한 재료 조합에서 의외로 완벽한 밸런스가 탄생한다. 그 창의성과 실험 정신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시즈널 제품 외에도 시그니처 라인업 역시 존재감이 확실하다. 대표 제품인 ‘앤초비 올리브’는 방목 젖소의 원유로 만든 프랑스산 발효 버터에 이탈리아 앤초비와 스페인 블랙 올리브를 더한 조합. 해산물 요리나 바게트 위는 물론, 짜파게티에 한 조각 올려도 훌륭하다. 짭조름하고 깊은 풍미가 당신의 입맛을 새로이 정의해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밥도둑 그 자체인 태안 김버터, 고소하고 진한 명란 버터도 추천한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은 버터 팬트리의 또 다른 매력.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다. 구매는 여기.


3. 르므니에

르므니에
ⓒ 르므니에

서래마을의 유명 치즈 전문점 르므니에는 버터에도 진심이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천혜 자연환경에서 자란 젖소의 우유를 엄선해 전통 방식인 바라트(Baratte) 공정으로 반죽하고, 24시간 추가 숙성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장인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성형해 완성하니, 기계가 아닌 손에서 태어난 버터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량 생산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서도 한정 수량만 생산되며, 국내에는 극소량만 수입된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버터를 두고 LA타임스는 르므니에의 버터를 ‘세계 최고의 버터’라 극찬한 바 있다.

르므니에의 버터 컬렉션은 기본 무염·가염 버터를 비롯해 바이킹 소금, 해초, 후추, 고추 버터로 구성된다. 그 자체로 훌륭한 와인 안주가 되어주니, 치즈처럼 생으로 먹어보기를 권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스크 지방의 에스페레트 페퍼를 더한 고추 페퍼는 매콤하고 향긋한 풍미가 일품. 볶음밥에 곁들이거나 전복 요리에 살짝 녹여 먹어도 좋다. 구매는 여기.


4. 셀렉티아

셀렉티아
ⓒ 셀렉티아

버터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온 셀렉티아(Selektia)의 트러플 버터는 반드시 체크해야 할 ‘끝판왕’이다. 수분을 제거한 무수 버터에 트러플 헌터가 직접 채집한 화이트 트러플과 비안케토 트러플을 절묘한 비율로 더해, 향부터 존재감이 다르다. 따뜻한 파스타나 리소토 위에 한 스푼만 얹어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selektia
ⓒ 셀렉티아

셀렉티아는 원래 트러플과 치즈, 올리브 오일 등 이탈리아 미식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히 토스카나 지역에서 수확한 최고 품질의 식재료만을 고집하며, 지역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 병, 한 병 정성스럽게 완성한다. 그중에서도 트러플 버터는 셀렉티아의 대표작. 작은 버터 하나에도 그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75g 용량의 미니미한 유리병에 담겨 있어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도 쉬워 캠핑이나 여행지에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와인 한 잔과 함께, 혹은 스테이크 마무리에 살짝 녹여주는 식으로도 활용 가능. 버터 한 스푼으로 토스카나의 미식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구매는 여기.

About Author
길보경

걷고 뛰며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매거진 에디터. 언제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