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에디터 손현정이다. 요즘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상의는 반팔 하나면 뚝딱인데, 바지가 늘 문제다. 덥다고 아무거나 입자니 격식에 맞지 않고, 답답한 슬랙스를 고르자니 출근도 안 했는데 벌써 퇴근하고 싶어진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가 툭 던진 말이 있었다. “요즘엔 바지만 입어도 더워서 짜증나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여름엔 상의보다 바지가 훨씬 어렵다. 단정해야 하고, 덥지 않아야 하며,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편해야 하니까.
그래서 여름 출근룩으로 손색없는 팬츠들을 싹 모아봤다. 보기엔 단정하고, 입으면 시원하며, 스타일링도 딱 떨어지는 아이템들로. 가격대는 부담 없고, 실용성도 높아서 한 번 사두면 자주 손이 갈 거다. 슬랙스부터 린넨 팬츠, 와이드 핏, 반바지, 심지어 스커트 팬츠까지. 여름 바지만 바꿨을 뿐인데 출근길 기분이 확 달라질지도 모른다.
1. 시야쥬
투턱 나일론 슬랙스
출근길, 햇볕보다 더 피곤하게 만드는 건 딱 붙는 바지다. 무릎 한 번 꺾을 때마다 끈적임이 밀려오고, 하루가 괜히 길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여름엔 바지를 고르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가볍고 시원한 것은 물론 멋까지 포기할 순 없으니까.
시야쥬의 ‘투턱 나일론 슬랙스’는 그 까다로운 조건을 야무지게 충족시킨다. 얇고 바람 잘 통하는 원단에,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나일론 특유의 쾌적함까지. 허리 아래로 잡힌 두 줄 턱 덕분에 라인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전체 실루엣은 툭 떨어져서 단정하면서도 여유 있는 인상을 준다.
화이트 팬츠라 걱정될 수 있지만, 의외로 부담은 없다. 오히려 힘이 빠진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 덕에 손이 자주 가게 되는 아이템이다. 셔츠든 티셔츠든 어떤 상의에도 무리 없이 잘 어울리고, 출근룩은 물론 주말 외출까지 소화 가능하다. 여름 멋의 기준이 ‘힘 뺀 듯 세련됨’이라면, 이 바지는 한 번쯤 입어볼 만하다. 구매는 여기.
2. 포저
Crinkle string pants
여름철 자주 손이 가는 바지엔 몇 가지 분명한 조건이 있다. 입기 편하고, 더위에 끄떡없으며, 아무 상의에 툭 걸쳐도 잘 어울릴 것. 포저의 ‘주름 스트링 팬츠’는 그 조건을 고스란히 충족한 아이템이다.
허리는 밴딩으로 여유롭고, 핏은 와이드하게 떨어진다. 바스락거리는 시원한 촉감의 소재 덕분에 보기만 해도 가볍고, 실제로도 바람이 술술 통한다. 옆선에 잡힌 주름 디테일은 실루엣에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더해줘, 꾸미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갖춰 입은 듯한 인상을 준다.
화이트 셔츠를 매치하면 말끔한 출근룩이 되고, 프린팅 티셔츠에 슬리퍼만 더하면 여유로운 여행지 느낌도 낼 수 있다. 어떤 무드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팬츠라서, 여름 내내 입기 딱 좋다. 팬츠 하나만 잘 골라도 스타일링이 훨씬 수월해지는데, 이 바지가 딱 그런 역할을 한다. 시원하고 편안한 옷 찾고 있다면. 구매는 여기.
3. 로에일
페이크 랩 스커트 팬츠
좀 더 단정하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을 찾고 있다면, 로에일의 ‘페이크 랩 스커트 팬츠’를 추천한다. 여름철 출근룩은 물론, 주말 데이트나 친구 만남까지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만능 아이템이다.
겉보기엔 깔끔한 미니 스커트 같지만, 안쪽에 팬츠가 숨어 있어 활동성도 만점이다. 걸을 때나 계단을 오를 때, 앉을 때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 바쁜 하루에도 마음 놓고 입을 수 있다. 미니 기장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길이라 다리 라인이 길어 보이고 전체적인 비율도 깔끔하게 정돈된다.
부드럽고 톡톡한 소재 덕분에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불편함이 없고, 주름이 잘 가지 않아 관리도 수월하다. 특히 옆선에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랩 디테일이 포인트를 살려줘, 흔한 치마바지와는 또 다른 세련미를 보여준다.
셔츠나 니트, 블라우스 등 다양한 상의와 매치하기 좋고, 슈즈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무릎 양말, 로퍼, 스트랩 샌들 어디에나 잘 어울려 스타일링 폭도 넓다. 깔끔한데 살짝 페미닌한 무드까지 갖춰 여름 내내 자꾸만 손이 가게 될 팬츠형 스커트다. 구매는 여기.
4. 론론
PANDENT TORCHON LACE PLEATS WIDE PANTS
좀 더 분위기 있는 룩을 원한다면, 론론의 ‘팬던트 토숑 레이스 플리츠 와이드 팬츠’를 눈여겨보자. 언뜻 보면 플리츠 스커트 같지만, 실은 팬츠다. 치마 같은 실루엣에 팬츠 특유의 편안함이 더해져 입는 순간 마음이 놓인다.
잔잔하게 잡힌 플리츠가 A라인으로 자연스럽게 퍼지며 다리를 예쁘게 감싸고, 안정적인 미디 기장은 활동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밑단의 작은 펀칭 레이스 디테일이 눈에 띈다. 살짝 빈티지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이 살아 있어서, 클래식한 셔츠나 니트와 매치하면 룩에 단번에 깊이가 생긴다.
팬던트 토숑 레이스 셔츠와 셋업으로 입으면 우아한 꾸안꾸룩이 완성되고, 따로 스타일링해도 손색 없다. 허리는 끈으로 조절할 수 있어 체형에 따라 맞춤핏이 가능하고, 와이드한 실루엣 덕분에 여름에도 살에 달라붙지 않아 한결 시원하다.
단정한 무드에 사랑스러움을 살짝 얹고 싶을 때, 론론의 이 팬츠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출근룩으로도, 주말 나들이 룩으로도 두루두루 제 몫을 해내는, 그런 ‘믿고 입는 바지’다. 구매는 여기.
5. 더바넷
Forge Wide Denim Pants
분위기로 말하는 바지, 더바넷의 ‘Forge Wide Denim Pants’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 바로 색감이다. 은은하게 바랜 빈티지 핑크 컬러가 흔치 않아, 룩에 단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코튼 데님 특유의 힘 있는 소재 덕분에 흐물거리거나 들러붙지 않고, 실루엣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핏은 말 그대로 와이드. 다리 전체를 툭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라인이 체형을 자연스럽게 커버하며 시원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름이라고 무조건 짧은 팬츠만 입을 수 없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스트랩 샌들 하나만 더하면 감도 높은 스타일링이 완성되고, 크롭 탑부터 기본 티셔츠까지 웬만한 상의와도 찰떡궁합이다.
사이드 포켓이 실용성을 더하고, 뒷면 가죽 로고 패치가 은은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전체적으로는 미니멀하지만, 세심한 디테일에서 빈틈이 없다. 꾸미지 않아도 멋있고, 힘 빼고 입어도 스타일은 살아 있는 팬츠를 찾는다면. 구매는 여기.
6. 인사일런스
새틴 버뮤다 팬츠
인사일런스의 ‘새틴 버뮤다 팬츠’는 한층 더 근사하고 세련된 무드를 완성해준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새틴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입자마자 느껴지는 유연한 터치감이 매력적인 이 팬츠는, 간결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품고 있어 여름철 룩에 품격을 더한다. 여유로운 세미 와이드 핏은 다리를 자연스럽게 커버하면서도 답답함 없이 시원하고, 무릎 위로 떨어지는 버뮤다 기장이 활동성과 쾌적함을 동시에 챙긴다. 특히 허리 안쪽에 숨겨진 E-BAND 디테일 덕분에 착용감이 한층 부드럽고 편안하다.
단정하게 셔츠를 넣어 입으면 포멀한 하프 팬츠 룩으로, 루즈한 반팔이나 슬리브리스와 매치하면 자연스러운 ‘꾸안꾸’ 스타일링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틴 소재가 주는 매끈한 윤기가 스타일에 시크함과 로맨틱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평범한 블랙 팬츠에 지쳤다면, 올여름에는 이 은은한 반짝임으로 당신의 룩에 특별한 한 끗을 더해보길 추천한다. 구매는 여기.
7. 유니폼브릿지
pocket long skirt
단정함과 실용성, 편안함까지 모두 챙긴 여름 스커트를 찾고 있다면 유니폼브릿지의 ‘Pocket Long Skirt’가 좋겠다. 코튼과 나일론을 적절히 섞은 혼방 원단은 바삭한 터치감과 함께, 땀차지 않는 쾌적함을 자랑한다. 뚜렷한 질감 덕분에 입었을 때 실루엣이 힘 있게 잡히고,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기장은 체형에 구애 없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뒤트임 디테일이 더해져 걸을 때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다. 허리는 버튼과 지퍼로 단정하게 여미는 스타일이고, 한쪽 사이드에 자리 잡은 플랩 포켓이 실용성은 물론 캐주얼한 포인트 역할도 한다. 작지만 은근히 룩에 힘을 더하는 디테일이다.
베이지와 블랙, 두 가지 베이직 컬러로 구성되어 어떤 상의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반팔 셔츠와 샌들로 깔끔한 출근룩을 완성하거나, 슬리브리스에 운동화를 매치해 스트리트 감성의 데일리룩으로도 손색없다. 깔끔한 실루엣과 실용적인 디테일을 고루 갖춘 이 스커트는 올여름 시즌 내내 자꾸만 손이 갈 아이템이 될 것이다. 구매는 여기.
8. 코어드
Nonfade pintuck denim
흔히 여름이면 연청이나 워싱 팬츠만 떠올리기 쉽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논페이드 데님의 묵직한 멋을 포기할 수 없다면 코어드의 ‘Nonfade Pintuck Denim’을 추천한다. 선명한 컬러감 덕분에 한여름에도 시원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물론 논페이드 특성상 한여름 무더위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그만큼 멋으로 이겨내는 쿨한 감성이 필요한 아이템이다.
워싱 없이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는 코어드만의 고급 원단과, 프론트에 더해진 핀턱 디테일이 레그 라인을 자연스럽게 정돈해 준다. 루즈한 와이드핏은 하체를 부드럽게 감싸 체형 보정은 물론 시원한 실루엣까지 완성한다.
논페이드 원단이 주는 선명한 컬러는 룩에 힘을 더하고, 쉽게 바래지 않아 관리 부담도 적다. 고급 실리콘 유연제 가공 덕분에 뻣뻣함 없이 부드럽게 흐르며, XS 기준 숏 총장 98cm, 롱 총장 103cm로 기장 선택도 가능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크롭 티, 민소매, 셔츠 등 어떤 상의와 매치해도 ‘핏’이 딱 떨어지는 무심한 듯 시크한 진한 데님을 찾는다면,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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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정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는 박찬호급 투머치토커. 장래희망은 투머치라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