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년차 게이머 이주형입니다. 오늘은 스위치2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이 제품은 2017년 닌텐도 스위치(이하 스위치1)의 출시 이후 무려 8년 만에 나온 새로운 콘솔입니다. 생긴 건 비슷하게 생겼지만, 안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 출시하자마자 열심히 일이라는 핑계(…)로 스위치2로 열심히 게임을 해 봤습니다.
맨 처음으로 느끼는 스위치2의 첫인상은 “스위치1이 더 크고 고급스러워졌다”입니다. 초기형 스위치1과 개선판인 스위치 OLED를 같이 놓고 비교해 보면 확연히 커진 걸 확인할 수 있고, 플라스틱의 마감도 개선되어 훨씬 고급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우려와 다르게 크기에 비해 무게는 아주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더 커지면 휴대하는 게 여러모로 어려워질 것 같은데, 그 마지노선을 잘 잡은 느낌입니다. 거기에 조이콘도 기기와 색깔을 맞춘 검은색으로 통일돼서 전반적으로 1세대 스위치보다 더 진중한 분위기를 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스위치2의 두께를 어느 정도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스팀 덱이나 에이서스의 ROG 앨라이와 같은 다른 핸드헬드 게임용 UMPC들이 상당한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 걸 생각하면 훨씬 휴대에 용이하달까요.
그 외에도 스위치2는 전반적인 내구성 개선과 기능 개선에 신경을 썼습니다. 먼저, 게임 카드 슬롯 덮개가 밀봉이 더 잘 되는 형태로 개선되었어요. 그리고 킥 스탠드는 U자 형태로 기기 너비 전체를 커버하면서, 경첩도 훨씬 단단해져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게 됐죠.
상단에는 USB-C 포트가 추가되었는데, 테이블 탑 모드로 게임을 할 때 충전할 방법이 없었던 이전 세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꼭 테이블 탑 모드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충전하면서 게임을 하면 아래에 충전 케이블이 있는 게 거치적거릴 때가 많아서 위에 충전 단자가 하나 더 있는 건 아주 편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조이콘도 큼직해진 사이즈의 혜택을 받습니다. 그립감이 훨씬 더 좋아졌거든요. 특히 한 명의 플레이어가 조이콘을 하나씩 잡고 게임을 할 때 넉넉한 크기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자석 방식의 부착 방식은 뒤에 버튼을 통해 쉽게 뗄 수 있고, 일부러 어느 정도의 유격을 줘서 과도한 힘에 연결 부위가 쉽게 부러지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해요. 다만 ZL과 ZR 버튼이 여전히 PS5의 듀얼센스나 엑스박스 컨트롤러와 다르게 점진적으로 압력을 넣을 수 있는 트리거가 아닌 일반 버튼인 것은 특히 정교한 가감속 컨트롤이 필요한 시뮬레이션 계열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쉽습니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에서 내린 결정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레이싱을 포함해 몇몇 장르의 게임은 스위치2에서 원활하게 플레이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스위치2의 독도 새로 바뀌었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팬이 내장됐다는 점입니다. 스위치2가 독 모드에서 고출력을 낼 때 제대로 기기를 식혀주기 위함이죠. 스위치 OLED와 함께 선보인 개선된 독처럼 새로운 독에도 이더넷 포트를 내장했고, USB 포트도 외부에 두 개로 넉넉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스위치2 독이 스위치1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가족 중에 아직 스위치1이나 스위치 OLED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TV에 독을 하나만 연결해 두고 돌려쓸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함께 제공되는 충전기도 케이블 일체형이었던 스위치1 때와 다르게 케이블과 어댑터가 분리되는 구조로 둘 중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쉽게 교체가 가능하도록 바뀌었어요.
화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7.9인치의 1080p LCD로, 최대 120Hz에 가변식 주사율(VRR)을 지원합니다. 가변식 주사율은 게임의 프레임 속도에 맞춰 화면의 주사율을 조정하여 프레임 속도와 주사율이 다를 때 화면이 찢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 ‘화면 찢김 현상’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프로모션(ProMotion)과 비슷한 기술이라 보시면 됩니다. 색 재현율도 상당히 좋은 편으로, DCI-P3 색영역의 99%를 커버하는 수준이라고 해요. 이 정도면 맥북 에어 수준의 색 재현율인데, 애플이 화면에 진심인 회사임을 생각해 보면 스위치2의 LCD 역시 괜찮다고 할 수 있죠.
스위치2가 다시 LCD를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당장 직전에 나온 스위치 OLED 모델과 비교하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둘을 비교해 보면 스위치2 LCD가 색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위치 OLED는 상대적으로 옛날 삼성 갤럭시폰처럼 채도가 과도하게 올라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거기에 해상도도 더 높고, VRR을 지원하니 여러 면에서는 개선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위치 OLED가 패널의 특성상 암부 표현력과 반응 속도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시야각 면에서도 스위치2보다 더 나았습니다.
거기에 스위치2의 LCD에는 치명적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최대 밝기가 고작 400니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죠. 사실 2017년에 나온 첫 스위치보다는 확실히 개선됐고, 스위치 OLED와 비슷한 밝기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밝은 대낮에 밖에서 게임을 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닌텐도가 이번 스위치2에서 자랑하는 HDR을 지원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예요. 제대로 된 HDR 경험을 위해서는 HDR을 지원하는 TV나 모니터에 독 모드로 꽂아야 하는데, 이때는 대신 VRR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대 4K 60Hz, 4K 미만 해상도 120Hz 지원) 스위치2의 화면은 분명 개선된 부분도 많지만, 스위치 OLED의 존재 덕분에 전반적으로 ‘옆그레이드’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닌텐도가 스위치2에서 강조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개선된 스펙입니다. 스위치2는 엔비디아가 스위치2만을 위해 개발한 전용 테그라 칩을 사용하는데, 전작과 비교해 보수적으로 봐도 7~8배 정도 나은 성능을 보인다고 해요. 이게 엄청난 수치 같긴 하지만, 무려 8년 전에 출시했던 스위치1이 당시에도 뒤떨어진 스펙을 갖췄었으니 스위치2가 그만큼 따라잡아야 했던 부분도 있었죠.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GPU입니다. 엔비디아의 RTX 30시리즈의 GPU 코어를 사용하는데, 이 덕분에 요즘 AAA 게임들에서 사용하는 레이 트레이싱이나 DLSS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를 이용해 프레임 단위로 해상도를 업스케일링 하는 DLSS는 스위치2의 성능적 한계를 뛰어넘는 해상도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스토리지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어요. 내장 스토리지는 기존 스위치의 32GB(스위치 OLED는 64GB)에서 256GB로 업그레이드했고, 전반적으로 데이터를 읽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외장 마이크로SD 슬롯에는 역시 읽기 속도가 훨씬 빨라진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라는 최신 규격만을 지원합니다. 전반적인 용량 증가뿐만 아니라 읽기 속도에 이만큼 신경을 쓴 것은 요즘 많은 게임의 용량이 기본 몇십GB 수준으로 커졌고(대표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의 스위치2 버전 용량이 60GB가 넘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불러올 때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에요.
다만 표준이 워낙 최신이라 시중에 고용량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 카드가 많이 풀려있지 않고, 그나마 구매할 수 있는 카드의 가격도 256GB 기준 7만 원대로 비싼 점은 좀 아쉽습니다. 저도 스위치2에 같이 딸려 온 <마리오 카트 월드>와 기존 스위치 OLED에 받아뒀던 기존 스위치 게임들을 옮겨오는 것만으로 내장 256GB는 물론이고 함께 구매한 256GB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 카드의 반이 차버려서(즉, 이미 390GB가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죠) 스위치2 전용 게임들을 구매하면 할수록 더 큰 용량의 카드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다만 스위치2 덕분에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 카드 규격의 대중화가 빨리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럼, 이 전반적 성능이 실제로 스위치2로 게임을 할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얘기해 볼게요. 스위치2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스위치2 전용 게임, 1세대 스위치 게임, 그리고 그 1세대 스위치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 스위치2의 성능을 활용한 그래픽과 새로운 기능을 갖춘 ‘스위치2 에디션’이죠.
먼저 스위치2 전용 게임들을 볼까요. 닌텐도의 스위치2 플래그십 게임인 <마리오 카트 월드>는 실제로 원래 1세대 스위치용으로 개발하다 성능이 부족해서 스위치2로 개발을 바꿨다고 하는데요.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를 적용했고, 최대 24명이 동시 접속해 레이스를 펼칠 수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스위치2의 성능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바로 <사이버펑크 2077>이었습니다. PS4와 같은 구형 콘솔에서는 아예 돌릴 수도 없다는 확장팩까지 포함된 ‘얼티메이트 에디션’으로 즐길 수 있는데요. 당연히 PS5나 PC 버전보다는 그래픽 수준이 낮긴 하지만 돌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모자라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는 점이 더 놀라웠습니다. 스위치2로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바로 위에 언급한 대로 조이콘이 트리거가 아니라서 정교한 차량 제어가 힘들다는 점 정도였으니까요.
스위치2의 엄청난 성능 향상은 역설적으로 기존의 1세대 스위치용 게임을 할 때 바로 체감됩니다. 1세대 스위치의 성능 한계로 인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던 게임들이 있었는데요, 이런 게임들이 스위치2의 엄청난 성능 향상에 힘입어 매우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제가 리뷰 기간에 가장 많이 했던 게임이 바로 1세대 스위치용으로 이식됐던 <어쌔신 크리드 3 리마스터>였는데, 1세대 스위치에서의 성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부드러운 게임플레이가 가능했어요. 리뷰가 끝나고 난 후에도 당분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위치 게임들을 스위치2에서 다시 해보느라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스위치2의 다른 새로운 기능으로는 ‘게임챗’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화상 채팅 기능이 스위치2에 내장되었다고 보시면 돼요. 단순히 음성과 카메라를 통한 화상뿐만 아니라, 대화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이 스위치2로 하는 게임의 모습까지 볼 수 있죠. 이를 위해 스위치2에 마이크가 달려있는데, 거리가 꽤 먼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목소리를 잘 분리해 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터리도 얘기해 볼게요. 배터리 용량 자체는 기존 스위치 대비 약 21% 더 커졌지만,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고 화면도 더 커지면서 전력 소모가 많아졌어요. 이에 따라 닌텐도가 공식적으로 밝힌 배터리 수명은 2~6.5시간으로, 초창기 스위치1(2.5~6.5시간)보다도 조금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스위치2에서 돌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게임일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할 때 닌텐도의 최저 예상치인 2시간 내외의 배터리 시간을 보였습니다.
물론 배터리 수명을 위해 용량을 더욱 늘린다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그럴수록 본체의 무게가 무거워지기에 닌텐도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최선의 타협점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와 별개로 휴대 모드에서의 전력 소모 수준은 10W 내외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20W 정도의 전력을 공급하는 충전기나 외장배터리면 무난하게 스위치2를 충전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닌텐도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습니다. 엄청나게 성공적인 콘솔의 후속으로 나오는 콘솔은 망작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죠. 위(Wii)의 후속으로 출시됐던 위 유(Wii U)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처음 들어봤다고요? 우리나라에는 출시되지도 않았거든요.
스위치2는 다행히도 이러한 징크스를 피할 것 같습니다. 이미 출시 첫 4일간 350만 대를 팔아치우며 비슷한 폼 팩터인 스팀 덱이 3년 동안 판매한 물량을 뛰어넘었죠.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닌텐도는 스위치2에서 스위치1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면서 스위치1의 최대 단점인 성능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유일한 걸림돌은 아무래도 가격일 겁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아주 비싼 건 아니라고 하고, 해외에 비하면 국내 정발 가격이 아주 비싼 편은 아니지만, 64만 8,000원이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 디지털 에디션(59만 8천 원)보다 비쌉니다. 닌텐도 콘솔이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비싼 적이 우리나라에서는 없었던 만큼,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죠.
이 가격의 정당화는 결국 여러분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조언을 몇 가지 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스위치를 구매한 적이 없다면 무조건 스위치2를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아직 판매하고 있는 스위치1보다 모델에 따라서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그만큼 더 나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치1으로 나오는 게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스위치2를 두고 스위치1을 구매하면 후회가 많이 될 겁니다.
스위치1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몇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2017년에 나온 초기형 스위치1을 가지고 있다면 8년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스위치2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해 드리지만, OLED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 저같이 스위치2의 성능을 중시하거나, <마리오 카트 월드>와 같이 지금 나와 있는 스위치2 전용 게임에 충분한 가치를 느끼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스위치2 전용 게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스위치2를 고민하는 여러분 모두 언젠가는 스위치2를 사게 될 것이라는 점이죠.
(참고: 리뷰에 사용한 스위치2와 게임들은 모두 직접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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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