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디저트를 사랑하는 객원 에디터 김여행이다. 사람들이 케이크를 가장 많이 찾을 때는 언제일까? 바로 기념하거나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다. 실제로 평소 ‘친구, 부모님, 가족의 생일 혹은 기념일에 선물할 홀 케이크가 필요한데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쉽게 생각하면 쉬울 수 있는 질문이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다. 맛이라는 건 워낙 주관적인 영역인 데다 선물이라는 건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주는지도 모두 고려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그간 직접 먹어보고, 선물하면서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케이크가 몇 있다. 예약 난이도나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맛과 비주얼 모두 흠잡을 곳 없는. 누구에게 선물하더라도 실패 없을 확신의 케이크를 소개한다.
1. 애니브
연희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두 지점이 있다. 연희 본점은 예약을 통해 홀 케이크를 구매할 수 있고,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홀 케이크 ‘ANNIV’를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을 딴 케이크인 만큼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데, 부드러운 우유 크림과 촉촉한 시트의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조화가 아름답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야만 맛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케이크. 홀 케이크를 그대로 축소해 둔 듯한 작은 크기도 있어서 간단히 기분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애니브 본점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8-8 본관 1층
- 애니브 롯데백화점 본점 | 서울 중구 남대문로 81
2. 핀즈
급하게 케이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제일 먼저 추천하는 곳이다. 성수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어느 쪽이든 다양한 종류의 홀 케이크를 구비하고 있는 데다 사이즈도 2~3인용부터 6~8인용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게 메리트. 향긋한 자스민 향과 고소한 피스타치오 풍미를 담은 자스민 피스타슈나 목련과 현미, 녹차가 어우러진 매그노리아, 제철 과일과 허브 크림을 이용한 시그니쳐 파블로바처럼 향을 덧입힌 케이크나 태운 바닐라 크림과 부드럽고 촉촉한 아몬드 제누아즈 시트가 어우러져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한 번트 바닐라 쇼트케이크 등 선물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구매하기 좋다. 여름철의 청차와 복숭아 조합 ‘피치 베르’도 늘 생각나는 케이크.
- 핀즈 본점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3길 4-13
- 핀즈 롯데백화점 잠실점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40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1층
3. 우나하우스
우나스의 세컨드 브랜드로 더 현대 서울, 현대 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총 세 곳에 지점이 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달항아리 모양 케이크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실제 달항아리라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운 형태와 더불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균형 잡힌 맛을 담고 있다. 생크림과 제철 과일로 이루어진 케이크라 여럿이 나눠 먹기에 부담 없지만, 조금 더 가벼운 스타일을 원한다면 달항아리 액자 무스케이크를 추천한다. 액자 속에 입체적으로 담긴 형태로 마치 단아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현재는 바닐라, 유자, 이스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꽃 향을 좋아한다면 ‘이스파한’을 추천하고 싶다. 화사한 향을 담은 장미 리치 무스와 라즈베리 리치 꿀리, 리치 과육, 장미 시럽에 적신 시트가 매력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 우나하우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65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1층
4. 두세르
두세르는 분당에서 아주 유명한 케이크 가게다. 처음 방문했던 게 2019년쯤인데, 갈수록 인기를 더해 요즘은 오픈 한두 시간 전에 웨이팅을 하거나 예약에 성공해야만 먹을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맛이라는 의미. 누군가 두세르 케이크를 선물해 준다면 나는 아마 그 자리에서 사랑 고백을 할지도. 특히 복숭아와 무화과가 함께 나오는 여름과 가을철의 ‘얼복무'(얼그레이 복숭아 무화과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넉넉하고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부터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앉은 자리에서 계속해서 들어가는 맛이라 다 먹고 난 뒤에도 은은히 생각난다. ‘그때 그 케이크 맛있었는데~’ 하고 추억하기에 좋은 케이크.
- 두세르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일로74번길 23
5. 성심당
모르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소개하고 싶다. 5월부터 시작되는 ‘망고 시루’를. 성심당은 지금처럼 전국적인 인기를 얻기 전에도 생크림 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했다. 그런데다 망고라니! 맛있을 줄은 알았지만 정말 맛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볼륨에 나올 수 있는 최상의 아웃풋이 아닐까. 신선하고 리치한 우유 풍미를 가득 담은 크림에 한없이 부드러운 제누아즈 시트. 달콤하게 녹아드는 망고. 이렇게 큰 케이크를 어떻게 다 먹나 싶은 걱정은 한입 먹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고 오히려 한 판 더 사 올걸 그랬다 싶은 마음이 불쑥 솟는다. 한 가지 구매 꿀팁은 저녁 시간에 방문하라는 것. 점심 즈음까지는 최소 한두 시간씩 대기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영업 종료 전까지 계속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저녁에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수량이 한정적이므로 케이크 부띠끄 본점으로 가야 한다.
- 성심당 케이크 부띠끄 | 대전 중구 대종로 480
6. 라바즈
라바즈만큼 과일에 진심인 파티세리도 드물다. 일 년 동안 챙겨 먹다 보면 제철 과일을 놓칠 틈이 없을 정도. 때마다 나오는 쁘띠 갸또를 홀케이크 버전으로 주문할 수 있고, 예약도 쉬운 편이기에 하루 이틀 전 예약만 한다면 서울 서쪽에서 최고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케이크는 뭐든 좋지만, 다가올 계절에는 블루베리와 라벤더를 이용한 블루베리 타르트나 주마다 달라지는 복숭아 품종으로 만드는 뻬슈 로제를 권하고 싶다. ‘딸기 프레지에’나 ‘망고 케이크’는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동시에 내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 라바즈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23 2층 왼쪽 202호
7. 서래케이크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던 파티셰가 운영하는 만큼, 패스트리 부티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맛에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그 시기의 가장 질 좋은 과일만 사용하는 쇼트케이크는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워서 호시탐탐 서래케이크에 케이크 주문할 기회만 노리고 있을 정도. 제주산 애플망고가 가득 들어간 애플망고 쇼트케이크도 좋고, 곧 다가올 계절의 ‘복숭아 얼그레이 쇼트케이크’도 정말이지 훌륭하다.
- 서래케이크 | 서울 서초구 서래로7길 15
8. 파티세리 뮤흐
파티세리 뮤흐에선 클래식하면서도 최규성 셰프만의 섬세한 터치가 가미되어 있는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홀 케이크로 주문 가능한 ‘오랑쥬리(Orangerie)’가 이름처럼 서정적이고 근사한 맛을 품고 있다. 구름처럼 부드러운 이탈리안 머랭, 망고 패션 시럽을 적신 비스퀴와 오렌지 블라썸 가나슈 몽떼,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켜켜이 쌓여 한없이 일체화된 부드러움 속에서 오렌지꽃 향기가 은은히 입안에 퍼질 때의 행복감이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그야말로 오렌지 정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 특별한 날에 더없이 걸맞은 케이크를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든 편히 만날 수 있다니 이만한 호사가 더 있을까 싶다.
- 파티세리 뮤흐 |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1길 25-1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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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행
디저트와 빵에 진심인 사람. 먹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때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