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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리뷰] 나폴리맛피자에는 나폴리가 없다

이름이 가진 파워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
이름이 가진 파워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

2025. 04. 09

‘나폴리맛피아’라는 활동명이 더 어울리는 권성준 셰프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생명을 건다는 것” 그래서 피자알볼로와 협업해 출시한 신메뉴 ‘나폴리맛피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게다가 최근에 롯데리아와 콜라보를 한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를 품절시킬 정도로 좋은 감각을 보기 준 적도 있으니 기대가 생기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나폴리맛피자’는 나의 기대를 조금도 충족해 주지 못한 메뉴였다. 일단 메뉴 설명부터 하자면 메뉴 이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폴리맛피자’. 피자 알볼로 20주년을 기념해 권성준 셰프와 콜라보를 했고,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안 푸드의 특징을 피자에 담으려고 했다. 중의적인 의미가 있을 거다. 나폴리맛피아가 해석한 피자라는 뜻이기도 하고, 나폴리맛을 담은 피자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당황스럽다. 토핑으로 올라간 것을 읊어보겠다. ‘토스카나식 로제소스’, 선드라이드토마토, 강원도 감자, 갈릭새우, 핫 바베큐 치킨, 바질페스토와 뉴그린. 이 조합은 전형적인 K-피자가 아닌가. 이탈리안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이탈리안 피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나폴리식 피자를 떠올리자), 이토록 많은 토핑이 올라가는 피자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거다. 물론 본토 스타일과 조금은 다를 수도 있지만, 핫 치킨으로 매운 맛을 가미한다거나, 감자도 올리고, 갈릭 새우도 올리는 건 나폴리 피자의 재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다르다.

다들 알다시피 K-피자는 온갖 토핑이 올라가고 도우 맛보다는 토핑 맛과 디핑 맛으로 즐기는 쪽으로 발전했다. 반면, 이탈리안 피자는 화덕에 구운 쫄깃한 도우와 달고 신 맛이 적절한 토마토 소스가 베이스로 올라가 미니멀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며 단순한 맛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피자알볼로의 ‘나폴리맛피자’는 그냥 K-피자다.

한 입 먹어보면, 맛있는 피자는 맞다. 누가 이 피자를 두고 맛이 없다고 할까. 하지만 ‘나폴리맛피자’라는 중의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과, 이탈리안 푸드에 영감을 받았다거나, 터치가 들어갔다거나, 이탈리안 감성을 넣었다거나 하는 말은 감히 허하기 힘들다(내가 허락하는 건 아니지만). 피자알볼로 홈페이지에도 메뉴 설명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같으니까요.” 평소 피자알볼로의 피자를 좋아하거나, K-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지만, 진짜 이탈리안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혹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나폴리맛피자’라는 이름을 안 썼다면 괜찮았을 텐데, 권성준 셰프는 필살기를 너무 쉽게 써버린 것 같다. 가격은 L사이즈가 3만 2,000원, R사이즈가 2만 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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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