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에디트에서 네 번째 WWDC 소식을 전해드리는 이주형입니다. 특히 올해 WWDC는 애플에 많은 주목이 쏠려 있었을 겁니다. 2년 전 애플 인텔리전스는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론적으로는 2020년대 들어 애플의 최대 실책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애플의 플랫폼 전체에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리퀴드 글라스도 강한 호불호를 보이며 100% 성공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죠. 거기에, 오늘 키노트는 팀 쿡이 9월에 존 터너스에게 CEO직을 넘기기 전 진행하는 마지막 키노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WWDC 키노트의 목표를 감히 정해보자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 애플 인텔리전스가 약속한 기능이 다시 발표되었고, 리퀴드 글라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모습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기능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WWDC 키노트를 평소에 보지 않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기존의 WWDC 키노트는 OS별로 신기능들을 나눠서 선보였었지만, 올해 WWDC는 모든 플랫폼에 공통으로 적용될 기능들을 굳이 OS를 나누지 않고 주제별로 묶어서 발표를 진행했어요. 이러한 발표 방식은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한쪽에서는 OS별로 나눠서 언급할 만큼 신기능이 많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OS라도 ‘애플 플랫폼’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일체감을 어필하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작년에 모든 운영체제의 버전 번호를 26으로 통일한 것(그래서 올해는 모든 운영체제가 27로 업데이트됩니다)과 리퀴드 글라스를 (약간 무리하면서) 모든 플랫폼에 적용한 것도 올해 WWDC의 밑밥 같았달까요.
어찌 됐든, 애플이 그렇게 뒤처졌다는 AI부터 살펴볼까요?
애플 인텔리전스, 그리고 시리 AI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애플 인텔리전스의 실패는 최근 들어 애플의 가장 큰 실책이자, 생성형 AI 시대에서 애플을 동네북으로 만들었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애플이 빼어 든 무기는 바로 다른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월에 애플은 구글과 제미나이를 애플의 자체 LLM인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반으로 삼는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때 많은 분이 오해했던 것이 애플이 제미나이 기능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오늘 키노트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은 제미나이는 어디까지나 새로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한 재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애플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제미나이 모델을 한데 섞어 더욱 강화된 신형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가을에 나올 27 버전들의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을 강화했다고 해요. 실제로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SVP인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쓰이는 모델은 구글이 제미나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모델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번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역시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온디바이스 모델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이미지 생성과 같이 온디바이스 모델의 성능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없는 부분만 비공개 클라우드 연산 서버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중 클라우드 모델에 제미나이 모델을 섞었고, 로컬 모델은 여전히 애플이 자체적으로 훈련한 모델이에요. 애플의 비공개 클라우드 연산 서버는 여전히 다른 AI 업체와 비교해 최고 수준의 개인 정보 보호를 자랑하는데요, 서버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애플조차 볼 수 없도록 설계했습니다. 물론 애플이 볼 수 없으니, 사용자의 데이터가 AI 모델 훈련에 쓰이는 일도 없죠.

이렇게 새로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힘을 빌려 선보인 새로운 기능이 바로 시리 AI입니다. 2년 전 약속했던 ‘더욱 개인화된 시리’의 확장판인데요. 기기에 저장되어 있는 메시지나 사진, 메일 등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아이폰에 띄워져 있는 화면을 분석하여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더 쉽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내장된 방대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아이폰에 있지 않은 정보도 검색해 사용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 예매 정보를 검색해서 예매가 열리는 시간대에 알려준다거나, 사진에서 여행 사진을 검색한 후, 이 중 특정 인물이 나오는 사진만 선별해 공유 앨범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메일이나 문자 등의 기록을 읽어서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죠. 맥에서는 시리 AI가 스팟라이트에 통합되어 스팟라이트에서 곧바로 시리에 접근할 수 있어요.

기능 세트 자체는 2년 전에 발표했던 애플 인텔리전스와 비슷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UX를 크게 손본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이렇게 시리 AI와 대화한 기록은 전용 시리 앱에서 다시 보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한 점도 단순히 시리 UI 위에다가 얹었던 2년 전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시리 AI를 한국에서 제대로 사용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비록 시리 AI 기능 자체는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영어로 우선 서비스가 시작되거든요. 애플은 다른 언어도 빠르게 추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첫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의 경우 한국어를 지원하기까지 7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기존의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또한 새로운 모델에 힘입어 기능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이미지 생성 쪽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는데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는 기존의 만화 같은 색채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사진 편집 기능도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이미 첫 iOS 27 베타를 설치해 본 베타 테스터들 사이에서 늘 갤럭시와 비교당하던 클린업의 성능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고, 여기에 주변부에 여백을 생성해 주는 확장 도구, 그리고 아예 구도를 조정할 수 있는 공간 프레임 재설정 기능이 추가됩니다.
사파리에는 탭을 분석해 비슷한 주제끼리 묶어서 탭을 정리해 주거나, 항공사 같은 곳에 전화할 때 아이폰이 메일 등을 뒤져 예약 번호와 비행편을 찾아주는 등의 맥락 검색, 더 개선된 성능의 받아쓰기와 쓰기 도구 등이 포함됩니다. 이 기능들은 한국어를 모두 지원합니다.

시리 AI와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중 일부는 이미 챗GPT나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이 다른 상용 AI 서비스에서 한참 전부터 지원했던 기능들도 꽤 있어서 애플이 얼마나 늦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운영체제 차원에서 구동되고, 아이폰에 저장된 기본 앱뿐만 아니라 일부 써드파티 앱의 데이터까지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는 AI 시스템은 시리 AI가 거의 유일합니다. 물론 제대로 구동된다는 전제 하겠지만,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일반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AI 기능을 아이폰이나 맥, 아이패드, 심지어 애플 워치에서까지 바로 접근할 수 있어서 아이폰을 통해 AI 기능을 접할 일반 사용자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리 AI와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은 기존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했던 모든 기기(아이폰 15 프로 이후의 아이폰, M1 이후의 아이패드 모델과 A17 프로 아이패드 미니, 맥북 네오를 포함한 애플 실리콘 맥)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더 많은 기능을 기기 내에서 구동할 수 있는 더 큰 온디바이스 모델은 아이폰 에어와 17 프로와 같이 12GB 이상의 메모리가 탑재된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개선

물론 올해 27 버전 운영체제의 주요 신기능은 애플 인텔리전스이지만, 애플은 다양한 성능 개선 또한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먼저, 작년에 26 버전과 함께 첫선을 보인 리퀴드 글라스의 디자인을 일부 손 봤는데요. 대표적으로 이제 UI의 전반적인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더가 추가됩니다. 또한, 사용자와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UI 전반적으로 소소한 부분들이 개선되었다고 해요.
27 버전 OS는 성능 개선에도 크게 신경 썼습니다. iOS와 iPadOS 27에서는 26 대비 앱 구동이 30% 더 빨라졌고, 에어드롭은 80% 더 빨라졌으며, iPadOS에서의 파일 앱의 내비게이션이나 파일 전송 속도는 5배 더 빨라졌습니다. 또한, 아이폰에서 작업 우선순위를 분배해 주는 CPU 스케줄러를 개선하여 구형 아이폰에서의 체감 속도를 더 개선했다고 해요. (iOS 27은 26과 동일하게 아이폰 11까지 지원합니다.)
최근, 특히 26부터 iOS 버그가 늘어나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버그를 잡고 성능을 개선하는 게 모두가 기대하는 새로운 기능은 아닐지라도 매일매일 사용하는 데 있어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신뢰와 안전
애플이 이번 키노트에서 시간을 할애한 또 다른 부분이 바로 자녀 보호 기능입니다. 발표에서 애플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디지털 기기에서 받는 영향을 연구하는 미국소아과협회처럼 다양한 전문가 및 전문 단체의 조언을 받아 관련 기능들을 새롭게 재설계했어요.

먼저, 자녀용 계정을 생성하면 어떤 앱을 허용할지 설정할 수 있고, 특정 앱을 특정 시간대(예를 들어 방과 후)에만 열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스크린 타임 또한 대거 개선되어 카테고리별로 앱 사용 시간을 통제할 수도 있고, 사파리로 방문하는 웹사이트의 목록도 부모가 관리할 수 있습니다. 특정 앱이 허락되는 시간대는 요일별로도 설정이 가능합니다.
자녀가 연락하는 대상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부모님만이지만, 이후 조부모님이나 주변 친구 등 범위를 부모가 직접 넓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애플의 27 버전 OS는 오늘부터 개발자 베타가 배포되며, 공개 베타는 7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식 배포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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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