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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그래서, 브런트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 살 이후로 언제나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나는 비가 오면 센티멘탈해진다. 어쩐지 창밖을 바라보며 중2병에 취하고...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 살 이후로 언제나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나는…

2017. 08. 28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 살 이후로 언제나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나는 비가 오면 센티멘탈해진다. 어쩐지 창밖을 바라보며 중2병에 취하고 싶어진다. 에디터M에게 부탁했다. “블라인드 좀 올려줘, 비 내리는 걸 보고 싶어.” 그러나 나의 동료는 일말의 센치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 직접해, 부산스럽게.” 쌀쌀맞은 계집애. 사무실 창문의 블라인드 끈이 네 근처에 있어서 부탁한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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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블라인드를 올린 디에디트의 사무실 창문]

그래서 결정했다. 며칠 전에 발견하고 디에디트에서 소개하려고 내 마음 속에 저-장해뒀던 아이템이 있는데, 오늘 풀어놔야겠다. 바로 브런트의 블라인드 엔진. 손으로 줄을 당겨야 작동하던 블라인드를 ‘스마트 전동 블라인드’로 바꿔주는 재밌는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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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트의 제품은 예전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궁금하면 여기로), 마음이 가는 브랜드다. 생활 속에서 ‘짠’하고 솟아 오른 작은 아이디어를 상당히 우아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새로운 제품인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도 마찬가지다.

전동 블라인드는 편하다. 대신 비싸고 설치가 번거롭다. 블라인드 줄 당기는 수고 좀 덜어보겠다고, 그 비용과 수고를 받아들이긴 마뜩찮지 않은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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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의 뇌는 늘 달콤한 게으름을 꿈꾼다. 근사한 게으름이란 먼 곳에 있지 않다. 머리를 베개에 뉘우자마자 잠이 쏟아지는 고단한 밤, 다시 일어나서 전등을 끄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 있던가. 그래서 스마트 스위치나 스마트 전구가 태어났다. 쓴 이후론 집집마다 동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일도 없어졌을 것이다.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톡’하고 터치하면, 불이 꺼지고, 하루가 끝나고, 블라인드가 올라가고, 창밖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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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의 장점은 간편함과 넓은 호환성. 끈이 달린 블라인드에는 대부분 장착할 수 있다. 롤 블라인드, 로만 쉐이드, 버티컬 블라인드, 커튼 등 다양한 곳에 갖다댈 수 있는 오지랖이 인상적이다. 우리 사무실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들어. 다만 줄 없는 손잡이 블라인드나 잠금 장치가 있는 블라인드에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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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너무나 쉽다. 1분 안에 모든 설치가 끝날 정도. 커튼줄에 맞는 기어 타입을 선택해 본체에 장착하고, 줄에다 목을 매듯 걸어주면 된다. 이제 블라인드 엔진을 부착할 위치 선정이 관건이다. 줄이 적당히 팽팽하게 당겨지는 정도가 알맞다고. 뒷면에 양면 테이프가 있으니 비닐을 제거하고 붙여주면 쉽다. 마지막으로 제품 엉덩이(?)에 똥침 하듯 어댑터를 연결해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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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가 끝났다면 전용 앱을 다운로드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자. 앱 인터페이스가 매우 단순하다. 이런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화살표를 위 아래로 터치해서 블라인드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원하는 위치까지 미세 조절할 수 있다.

이제부터 당신은 블라인드의 지배자. 해가 강한 시간엔 블라인드가 내려오도록 해놓을 수도 있다. 혹은,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면 기상 시간에 블라인드가 올라가게 설정해 둬도 좋다. 여러 개의 블라인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내가 집을 떠나면 자동으로 블라인드를 올리거나 내려주는 등의 위치인식 제어까지 가능하다. 블라인드가 살아서 날뛴다. 어찌 이리 우아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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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의 음성 인식 서비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시리, 블라인드 올려줘! 뭐 이런 걸까? 끈 하나 당겨주기 귀찮아했던 에디터M에게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려줄 시간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제일 좋은 건 디자인이다. 기술력을 과시하지 않는 은은한 디자인. 불필요한 요소는 모두 배제한 간결함.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우러지는 감성적인 형태. 이런 게 참 좋다.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받고 있다. 정식 출시 후엔 15만 원대에 판매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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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내리자. 내 마음대로.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