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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웃음이 나요, 맘스터치×김풍

먹기 싫어 아냐 먹고 싶어 아니 먹기 싫어
먹기 싫어 아냐 먹고 싶어 아니 먹기 싫어

2026. 04. 20

왜 버거 브랜드가 유독 셰프와 콜라보를 많이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솔직히 깊게 고민은 안했다. 결론이 뻔했으니까. 셰프와 콜라보를 하기엔 버거만한 게 없으니까. 치킨 브랜드도 한때 협업을 많이 했지만 치킨은 버거만큼 접근성이 좋지 않다.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은 한 끼 식사라기보다는 특별식에 가까우니까. 피자도 괜찮을 것 같지만 마찬가지로 가격이 버거보다 비싸서 혼밥용으로는 적당하지가 않다. ‘오? 한 번 사먹어볼까?’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도 만 원 보다는 싸야 한다. 김밥이나 샌드위치 브랜드 중에서는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처럼 규모가 큰 브랜드가 흔치 않다. 그래서 결국엔 버거인 것이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에드워드 리 셰프, 오준탁(영탉)부터 시즌2의 후덕죽, 정호영, 유용욱, 이찬양 셰프(삐딱한 천재)까지 다양한 셰프가 버거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지도 않았고 셰프도 아닌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게 바로 ‘암흑요리사’ 김풍 작가다.

김풍이 맘스터치와 콜라보 제품을 만들었다. 버거 2종, 치킨, 피자 등 총 네 가지 제품을 함께 만들고 ‘야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사실 출시되자마자 바로 사서 먹어봤지만 충격을 받고 주화입마에 빠져 이제서야 리뷰를 쓴다.

참고로 나는 위에서 언급한 셰프 콜라보 버거를 대부분 먹어봤다. 프랭크 버거에서 출시한 오꼬노미야끼버거(정호영 콜라보), 쉐이크쉑X오준탁 셰프 버거만 제외하고 전부. 일단 결론부터 빠르게 얘기하면 맛만 따져서는 권성준 셰프X롯데리아 토마토 바질버거가 가장 좋았으나, 가장 인상적이고 충격에 남는 건 지금 소개하는 김풍의 매직풍 싸이버거다.

매직풍 싸이버거에는 피넛버터, 오이피클, 고추기름 등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모두 버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두툼하게 튀긴 치킨 패티에 오이피클을 올려둔 모습이라니… 상상만해도 잘못된 만남을 갈라놓고 싶은데, 하지만 직접 먹어보니 예상그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게 칭찬일까 혹평일까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 그건 매직풍 싸이버거를 먹는 이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매직풍 싸이버거는 맛이 없지는 않다. 이 표현을 쓰고 나니 경상도식 표현으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경우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다. 맘스터치의 그 유명한 치킨 패티가 들어갔고, 버거번도 그대로인데 아무리 오이피클이 중간에 껴서 방해한다고 해도 맛이 없어질 수는 없다. 어이없는 포인트는 이거다. 치킨 패티의 바삭한 식감을 느끼려고 하면 피클이 중간에 비집고 들어와 아삭함과 신맛으로 방해를 한다. 보통 음식이라고 하면 각 요소가 서로 어우러지며 서포트해주는데 매직풍 버거는 개인주의자 재료들이 따로 놀다가 가끔 부딪치는 느낌이다. 클럽에서 정신 없이 놀고 있는 오이피클, 치킨패티, 피넛버터가 둠칫둠칫 춤추다가 한번씩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다시 제 갈길을 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오이피클은 얼마나 푸짐하게 줬는지…

살면서 패티와 피클을 처음 마주한 셰프가 잘못된 방식으로 버거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하지만 매직풍 버거를 먹는 목적이 ‘재미’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100% 만족이다. 다채로운 식감에 정신 못차리고 헛웃음이 나오는 맛이니까. 소고기 패티가 들어가는 매직풍 비프 버거 역시 패티와 피클이 안 어울리기는 마찬가지인데 좀 더 정상에 가까운 맛이다. 반대로 재미는 싸이버거에 비해 덜하니 기왕 먹을 거라면 싸이버거를 먹도록 하자.

두 번째 메뉴, 매직풍 싸이순살은 맛의 방향이 아예 다르다. 파인애플 소스, 코코넛플레이크가 들어갔다. 내 입맛에는 파인애플 소스가 너무 달았는데, 파인애플과 코코넛 맛을 좋아한다면 만족스러울 수는 있겠다. 이 메뉴는 웃기지 않다. 동남아 어느 식당에서 실제로 이렇게 치킨을 팔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장 맛있게 먹은 건 매직풍 피자. 가장 김풍스러웠다. 시래기 패스토, 참깨된장마요, 바싹 불고기, 누룽지 토핑 등이 모두 한 피자 위에 올라갔다. 형태는 피자지만 그 위에 올라간 토핑의 조합만 보면 전혀 피자스럽지가 않다. 낯설지만 익숙한 묘한 기시감을 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김풍이 만든 요리를 먹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게스트들이 있다(우린 그걸 김풍 매직이라 부른다). 게스트 입장에서는 ‘아니 저게 뭐야’, ‘저걸 내가 먹어도 될까?’ 이런 걱정을 하다가 막상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어서 웃음이 나오는데 매직풍 피자는 정확히 그런 맛이다. ‘냉부’를 보면서 나는 ‘내가 언젠가 저 게스트석에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 시래기 피자(발음을 주의하자)를 먹으면 이미 소원을 이룬 느낌이다.

시래기와 불고기를 함께 씹으면 고기를 한 가득 씹는 것 같고, 된장마요가 있어서 리치함을 함껏 끌어올려준다. 된장 맛은 강하지 않고 ‘마요’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 솔직히 또 시켜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 피자 맛있긴 했는데… 이런 생각이 가끔 들 것 같다. 최근 먹어본 셰프 콜라보 메뉴 중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재밌었다. 배도 부른데 재미도 있다니… 이건 정말 좋은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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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