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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커피 가이드: 한남동 편

한남동에 가면 무조건 여기로
한남동에 가면 무조건 여기로

2025. 10. 28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얼마 전 앤트러사이트 한남이 문을 닫은 곳에 대형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남동에서 앤트러사이트를 영영 못 보는 건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조만간 주변에 새롭게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남동에는 앤트러사이트를 필두로 개성 만점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즐비하다. 이번에는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 한남동의 커피 지도를 빛내는 네 곳을 소개한다.


[1]
트래버틴 한남 

트래버틴

용산의 미술관 옆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트래버틴이 한남동에 새롭게 매장을 확장했다. 트래버틴은 한남점 개장과 함께 덴마크의 라카브라 커피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로스팅을 시작했다. 트래버틴 한남의 위치는 한남동에 새롭게 입주한 화제의 주상복합 브라이튼 1층. 건물 측에서 상당히 공을 들여서 입주했다는 후문이다. 매장의 외부는 차분한 분위기이고, 내부는 흰 벽과 원목 가구 그리고 조명이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보여준다. ‘도심 속 차분한 여백’이 매장에 가득하다.

트래버틴 한남은 새롭게 매장을 열면서 최진호 도자기와 헙업해 매장 기물과 잔을 전면 교체했다. 최진호 도자기는 청자를 활용한 새로운 한국적인 도자기 열풍의 기원으로 손꼽히고, 온라인에 물건이 등록되자마자 품절되는 인기 아이템이다. 한국적 미학을 스페셜티 커피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한남동이라는 동네와 묘하게 어울린다. 외국인들이 앞다투어 찾는 한남동에서 트래버틴의 스페셜티커피와 코리안 트래디셔널 최진호 작가의 청자가 나란히 놓여 있는 장면이 근사하다.

추천 커피는 케냐 싱글 브루잉과 브라질 라테. 케냐는 레몬 껍질을 씹은 듯한 산미가 예리하고, 브라질 싱글오리진을 베이스로 하는 카페라테는 고소한 커피의 질감이 우유의 단맛과 깊은 포용력으로 조합되었다.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는 진득한 질감의 초콜릿 케이크. 이즈니 숙성버터로 만든 햄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다. 한남동의 새로운 핫플 트래버틴이 스페셜티 커피가 꼭 낯설고 무겁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볍게 증명한다.

  • 주소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14길 24 1층
  • 영업 시간 | 매일 8:00~21:00
  • 추천 메뉴 | 케냐 싱글 브루잉, 브라질 라테

[2]
gml 한남 

gml

‘good material for life’이라는 슬로건의 gml 한남은 좋은 재료와 삶을 연결하는 카페다. 한남의 인기를 바탕으로 gml은 최근에 도산에도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gml 한남은 내리막길에 위치한 건물 2층. 카페 매장이 2층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는 손님으로 늘 만석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매장은 갤러리와 쇼룸의 성격이 강하다. 곡선과 직선이 어울리며, 여백이 많은 인테리어, 그리고 조심스럽게 놓인 설치 작품 같은 가구까지 선명한 브랜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gml은 전 세계 다양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큐레이팅해서 필터커피로 선보이는 원두 편집샵 겸 필터커피 전문점이다. 서울의 프릳츠부터 프롤로그(덴마크), 프로디갈(미국), 스테레오 스코프(미국), 리브스(일본), 코스피어(부산), 카펠릭스(오스트리아), 하치(캐나다)까지, 전 세계의 로스터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메뉴판을 바라보면, 세계의 커피 지도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브루잉 커피와 밀크브루커피. 이번에는 2022년 세계 로스팅 대회 챔피언 카펠릭스의 콜롬비아 게이샤 아이스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마치 레몬그라스와 허브가 커피 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밀크티에서 영감을 받아 따듯한 우유에 브루잉한 밀크브루커피는 카페라테와 다른, 깔끔한 질감이 신선하다. 

gml은 커피에 전념하면서 공간의 느낌까지 선명하다. 한남동 갤러리투어를 하다가 들른다면, 커피와 함께 또다른 예술적 감흥을 만날 수 있다.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22 3층
  • 영업 시간 | 매일 9:00~22:00
  • 추천 메뉴 | 브루잉 커피, 밀크브루커피

[3]
히트커피 라운지 이태원 

천안에서 출발한 히트커피가 서교, 신사를 거쳐 이태원에 히트커피 라운지를 열었다. 히트 커피 이태원은 낮에는 햇살 가득한 공간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밤에는 조명을 낮추고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로 변신한다. 낮에는 밝고 여유롭지만, 밤이 되면 조명과 음악이 바 스타일로 전환돼 특별한 무드를 만든다. 

히트커피

히트커피 이태원 라운지는 이태원역 3번 출구, 파출소 옆 건물 2층에 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올라가면 탁 트인 창 너머 이태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안쪽은 커피 바, 창가에는 전망 좋은 좌석으로, 여행자의 여유와 칵테일 바의 리듬이 잘 혼합되었다.

히트커피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커피 생두를 선명한 개성으로 표현하는 로스터리 매장이다. 필터커피는 산지별 개성을 살린 싱글오리진으로,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밸런스를 중시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히트커피의 대표 블렌딩은 오후 세 시의 권태를 깨우는 15pm, 안정감을 주는 22pm, 고소하고 쌉싸름한 Midnight. 시간의 느낌을 블렌딩의 이름으로 재해석했다.

추천 메뉴는 싱글오리진 브루잉커피와 블루베리 패스트리. 얼그레이 차와 복숭아, 레몬그라스를 연상시키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이 입안에서 절묘하게 혼합된다. 이외에도 저녁시간 라운지 전용 메뉴로 콜드 브루 마티니 칵테일도 마셔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82 2층
  • 영업 시간 | 월-화 8:30~23:00, 수-목 8:30~23:30, 금 8:30~24:00, 주말 10:00~24:00
  • 추천 메뉴 | 싱글오리진 브루잉커피, 블루베리 패스트리, 콜드 브루 마티니 칵테일

[4]
피어커피 한남 

피어커피

스페셜티커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피어커피가 성수, 코엑스, 신세계 강남점에 이어 한남동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한남점은 한강과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작은 매장으로 주말에만 문을 여는 에스프레소 커피바로 운영 중이다. 

피어커피 한남에 찾아간 시간은 주말 오후. 한가한 오후의 카페를 연상했다가 깜짝 놀랐다.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불편한 언덕 위 에스프레소 커피바가 이렇게 붐빌 수 있다니. 매장 내부는 손님이 가득했고, 외부 간이 의자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커피의 계절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을철 피어커피의 추천 블렌딩 커피는 ‘핀’ 블렌딩 커피. 톰소여의 친구 허클베리핀을 상징하는 핀 블렌딩은 따듯한 색깔의 계절감이 커피에 배어있고, 고소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마지막에 길게 이어지는 과일의 여운이 인상적이다. 에스프레소로 마셔도 좋지만, 바리스타에게 부탁하면, 핸드드립으로도 마실 수 있다. 

이외의 추천커피는 크렘드마롱(Crème de Marron). 가을을 연상시키는 시즌 블렌딩에 유럽의 밤 크림 디저트를 얹어 프랑스식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에스프레소 창작메뉴이다. 커피 본연의 단맛 질감이 밤크림과 잘 어울린다. 

피어커피 한남은 마치 작은 음악회와 같다. 공간은 우드 톤과 미니멀 디자인으로 차분하지만, 바리스타들의 환대와 커피의 완성도가 무대를 빛낸다.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곡을 듣는 기분처럼. 가을에는 꼭 피어커피를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10길 36 1층
  • 영업 시간 | 금-토 10:30~18:30
  • 추천 메뉴 | 핀 블렌딩 커피, 크렘드마롱

서울의 카페 풍경이 계절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성수동이 독립 로스터들의 전쟁터라면, 강남 도산공원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쇼룸 같은 무대다. 그리고 최근에는 패션과 미식의 새로운 중심 한남동에 새로운 스페셜티커피의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스페셜티커피의 현주소를 찾고 싶다면 지금 한남으로 가보자. 가을철 커피 여행에 특별한 커피의 감흥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