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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꼬마, 캐논 EOS 200D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나름대로 내게 의미있는 모델이다. 잠깐 옛날 얘기를 해보자.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지독한...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나름대로 내게 의미있는 모델이다. 잠깐 옛날…

2017. 07. 21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나름대로 내게 의미있는 모델이다. 잠깐 옛날 얘기를 해보자.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지독한 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렸다. 당시의 나는 DSLR은 커녕 똑딱이 카메라 조차 다뤄본 적이 없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DSLR과 미러리스의 차이도 몰랐다. 그런 내가 덩치 큰 놈을 들고 혼자 취재를 다녀야 하는 일이 허다했으니 무서울 수밖에. 기자 간담회에서 캐논 EOS 5D 마크2를 들고 낑낑대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플 지경이다. P, M, A… 알파벳 하나로 일축된 촬영 모드는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사실 두 어번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듣긴 했지만,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5D 마크2는 출시된지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여전히 훌륭한 바디다. 하지만 그 당시 카메라 생초보인 내게는 그저 무겁고 무서운 카메라에 불과했다. 셔터를 누르는 손이 덜덜 떨렸고, 사진도 형편없이 떨렸다. 화밸도 맞지 않았고, 초점은 10장을 찍으면 한 장 맞는 수준이었다. 주워들은 건 있어서 어두울 땐 감도를 조절하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ISO를 무식하게 올려 사진을 찍곤 했다. 내 사진을 본 선배들은 분노로 답했다. 어둠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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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가 처음으로 정붙이고 썼던 DSLR이 캐논 EOS 100D다. 우린 4년 전 봄에 처음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DSLR. 손에 쥐어보자마자 장난감 같은 바디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 작은 몸집에 렌즈와 버튼, LCD까지 모두 들어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건 리뷰 요정(당시엔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만)인 나를 위해 태어난 카메라다!

솔직히 크기가 작다고 해서 조작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다. 똑같은 DSLR 이었다. 하지만 100D는 어렵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작다는 건 편하고 친근하다는 뜻이다. 여태까지 경험했던 다른 DSLR과 비교했을 때 탁월한 접근성이었다. 한 손에 쏙 잡히는 그립과, 가방에 넣어도 어깨를 짓누르지 않는 무게 덕에 맨날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실력은 여전히 어설프지만, 이제는 카메라가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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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서두를 견디셨다면, 이제 오늘 리뷰의 주인공을 눈치 채셨으리라 믿는다. 캐논 EOS 200D다.

여전히 작고. 여전히 가벼우며. 오랜만에 봐도 예쁘다. 100D는 블랙 컬러를 썼었는데, 이번엔 화이트 컬러. 화사하고 뽀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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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다닌 동안 한결 같은 대중(?)의 반응을 맛봤다. “헐, 이거 뭐예요? 엄청 예쁘다. 이렇게 가벼운 DSLR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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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인터페이스는 거의 동일하다. 전작보다 친절해진 점만 가볍게 살펴보자. 일단 회전형 터치 LCD 부터. LCD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로우 앵글부터 하이 앵글까지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낮은 위치의 피사체를 찍기 취해 무릎 꿇을 필요가 없단 뜻.

왼쪽 상단에는 와이파이 전용 버튼이 생겼으며, 블루투스로도 사진 송수신이 가능하다. 굳이 SD 메모리를 연결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길 수  있어 편하더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폰에 옮겨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가로 설명하자면, 우측에는 HDMI 단자와 미니 USB 단자가 있으며 좌측에는 리모컨과 마이크 단자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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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를 앞으로 돌려서 셀카도 찍을 수 있다. 캐논 DSLR 최초로 ‘셀프 인물 사진 모드’를 지원한다. 이건 무슨 뜻이냐면 거친 우리의 피부를 보드랍게 문대주시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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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의 다른 카메라에서도 봤던 기능이지만 초보자를 위한 촬영 UI는 언제나 반갑다. 최소한의 설명으로 촬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과거의 내가 DSLR을 처음 썼을 때 이런 기능이 있었다면, 카메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진 않았겠지.

터치 LCD라 조작 자체가 쉽다. 사진은 멀티 터치로 확대해 볼 수 있고, 원하는 메뉴나 피사체를 터치하면 바로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사진을 보자. 이 예쁜 카메라를 들고 잠시 멀리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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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다르다. 카메라 들고 나선 날의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대충 찍어도 사진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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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특별히 카메라 리뷰를 위해 찍은 사진이라기 보다는, 여행지 멋진 거리를 슬렁슬렁 걸어다니며 찍은 사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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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뜨겁지만 습하지 않아 오래 걸어다녔다. 멋진 벽화와 샵이 연이어 있는 거리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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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렇게 하늘이 물감 풀어놓은 듯 새파랄 때는 사진 찍을 맛이 난다. 같은 풍경을 찍어도 카메라 제조사마다 색감이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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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런 파란 하늘을 찍을 땐 캐논 만한 게 없다. 따뜻한 느낌의 파란 하늘을 예쁘게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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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문득 바닥을 봤는데, 곳곳에 이런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베니스 프라이드. 맞다. 내가 방문했을 땐 프라이드 퍼레이드 직후였다. 그림속의 무지개집을 직접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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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15분 거리에 해변이 있었다. 이때부터 날씨가 정점을 찍었다. 하늘은 찢어질듯 파랗고, 사람들은 모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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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쇼핑하며 걸어다닐 때만 해도 행복했는데, 바닷가에 도착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사무치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계속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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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살짝 감성적인 느낌으로 보정해 보았다]

다정한 가족들,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친구들, 자전거를 타고 모래사장을 내달리는 아이들. 모두 즐거워보인다. 외로운 나는 고독하게 셔터만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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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살짝 감성적인 느낌으로 보정해 보았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몇 십 컷을 찍었다.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가 뻘쭘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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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살짝 감성적인 느낌으로 보정해 보았다]

PC로 옮겨서 사진을 확인하고 꽤 놀랐다. 흔들림 없이 피사체가 선명하게 담겼다. 찍을 때도 느꼈지만, 캐논 EOS 200D는 자전거 타고 쌩 지나가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포착할 수 있을 만큼 AF가 빠르다.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삐빅’ 하고 포커스를 잡는 실력이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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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기엔 딱 좋은 조건이다. 사진만 찍으려하면 가만히 있을 줄 모르고 계속 움직이는 고양이나 에디터M 같은 피사체에 추천한다. 생각없이 셔터를 누르면, 생각한 것 보다 잘 나오는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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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앞 상점가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머리를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물들인 언니가 내게 다가와 “네 카메라 어디꺼야?”라고 물었지만, 못 들은 척 뒷걸음질 쳤다.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갑자기 영어 울렁증이 도져서 나도 모르게… 읽씹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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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 멀리 나의 목표물(?)이 보인다. 샌들을 신고 모래사장을 걷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고 만다. 내가 무거워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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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니 더 예쁘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시 곳곳 어디에서나 프라이드 무지개 표시를 볼 수 있었지만, 베니스 해변에서 본 ‘베니스 프라이드’ 만큼 멋진 건 없었다.

서울에선 이렇게 많이 걷는 날이 없었는데, 모처럼 발바닥이 따가울 만큼 걸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나를 찾는 전화벨도 울리지 않고, 무거운 노트북도 없었으니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가벼운 카메라를 챙기길 잘했다. 아이폰으로만 찍었으면 저 풍경들이 섭섭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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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예의상 찍어본 야경(?) 사진. 숙소에서 창문 밖을 담은 거라 특별한 풍경은 아니지만, 해가 넘어가던 무렵의 하늘이 예쁘다. 삼각대도 없이 대충 찍은 건데 잘 나왔다.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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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할 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사진을 찍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얼마 안된 추억을 들쳐보며 꽤 즐거웠다. 카메라 리뷰를 하면 게으름 탓에 묻혀버릴 뻔한 사진들을 정리할 핑계가 생긴다. 언제 또 저 도시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청량하고 감성가득한 거리를 실컷 걸었지.

사진 속에 담긴 새파란 하늘을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도, 장마철의 눅눅한 기분이 바삭 바삭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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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D는 누구나 쓰기 쉽고 해피한 카메라다. 아마 100D에 이어 이번 모델도 많은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된다. 흥행의 요소가 너무 분명하니까. 망설임없이 누군가의 첫 DSLR로 추천한다. 커다란 카메라는 무섭고 서먹하지만(크기 뿐만 아니라 가격도),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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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