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버프가 끝나가는 요즘, 이라고 쓰기가 참 민망하다. 분명히 이 표현을 다섯 달 전에도, 세 달 전에도 쓴 것 같기 때문에. 과연 ‘흑백요리사에서 더 뽑아먹을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나이브했던 것일까. 여전히 농심은 만찢남과, 피자알볼로는 나폴리맛피아와, 맘스터치는 에드워드 리와 콜라보를 한다.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중에 꽤 괜찮은 치킨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제목을 봤다면 이미 알겠지. 맘스터치 에드워드 리 빅싸이순살이다.
자, 이 치킨은 단순하다. 기존에 판매하던 맘스터치의 인기 메뉴 빅싸이순살을 에드워드 리가 재해석했다고 보면 된다.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어떤 소스를 쓰느냐, 그 소스를 어떻게 뿌리는냐.
보통 한국의 양념치킨은 커다란 믹싱볼 같은 곳에 치킨을 넣어서 함께 섞는다. 양념이 묻지 않는 곳이 없게 꼼꼼히 섞으려고 한다. 교촌처럼 붓질로 천천히 더 꼼꼼하게 양념을 바르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맘스터치 에드워드 리 치킨은 슬쩍 뿌린다. 맘스터치에서는 이 방식을 두고 ‘골든 레이어링으로 뿌린 드리즐’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핫도그 위에 케첩 뿌리듯 스치듯 뿌렸다는 뜻이다. 소스가 내는 맛의 정도와 바삭한 부분의 비율을 고려해 최상의 정도를 찾아낸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마케팅 포인트 한 번 맛깔나게 써놨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다. 물론 골든 레이어링이나 드리즐 같은 용어는 몰라도 되고, 최적의 정도라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소스는 간장 소스처럼 보이겠지만 버번 위스키를 졸인 버번 소스다. 버번 소스가 뭐냐고 묻는다면, 메이플 시럽의 맛이 느껴지고 향이 직관적이기보다는 복합적인데, 한국에 온갖 종류의 치킨이 다 있다고 해도 이런 치킨은 처음이다. 메이플 시럽 맛이 난다고 했지만 그 맛이 강하지는 않은데, 그 정도가 딱 좋다. 아마 일반적인 양념치킨처럼 온 몸에 양념을 발라 놓으면 너무 달거나 끈적해서 몇 조각만 먹어도 금세 물렸을 거니까.
바삭함의 정도와 버번 소스가 주는 킥이 상당히 좋은 치킨이다. 사용한 위스키는 와일드터키라고 하니 어쩌면 아끼려고 드리블 방식을 뿌린 것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아니다. 이 정도가 딱 좋다. 단점이 있다면 ‘점바점’이 심하다는 것. 나는 이 치킨을 두 번 먹었는데, 첫 번째 매장은 소스가 너무 적어서 소스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다행히 두 번째 매장은 적당히 발려 있었다.
항상 먹던 치킨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의 치킨을 원한다면 맘스터치 에드워드 리 빅싸이순살(아, 이름 길다)을 추천한다. 닭다리살만 사용해서 퍽퍽한 부위도 없고, 튀김옷도 아주 바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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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