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연희동의 카페는 유난히 특별하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곳과 개성 있는 로컬 인디 스타일의 매장들이 조화롭게 모여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스페셜티커피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스페셜티 커피로 주목할 만한 여덟 곳의 카페부터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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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매뉴팩트는 연희동을 상징하는 매장이면서 한국의 스페셜티커피인들에게 존경받는 커피 매장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센터 연희동 사러가 마켓 뒤, 에브리씽 베이글이 보이는 건물 2층이다. 오래된 건물 2층에 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하다. 매뉴팩트 연희는 커피를 작업하던 공방으로 시작했는데 지역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방문하면서 자생적으로 카페로 확장되어 다양한 공간이 독특하게 혼합된 공간이다.
매뉴팩트의 추천 커피는 채색한 듯한 그라데이션의 서늘한 우유와 따듯한 리스트레토 샷이 농축된 향미의 커피가 섬세하게 증폭하면서 조합된 아이스 플렛화이트 커피이다. 매뉴팩트의 콜드브루 커피 역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이번 커피 페스티벌에 맞춰 매뉴팩트는 에스프레소와 자몽, 초콜릿의 풍미가 복합적인 스타우트 맥주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질감의 커피를 준비했다. 비주얼은 독일 옥터버페스트의 시원한 맥주가 연상되는데 찐득한 질감과 강력한 임팩트가 커피 속에서 사이좋게 공존한다. 봄을 재촉하는 시원한 청량감이 일품이다.
매뉴팩트는 85점 내외의 스페셜티커피를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정성껏 가공해 88점대 최고의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소박하면서 소비자에 대한 진심이 잘 담겨있다.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산증인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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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게 동경 연희점
커피가게 동경 연희 매장은 연희동을 상징하는 한국에서 가장 유니크한 쇼핑문화기업 ‘사러가’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화 지역 마켓의 원조 사러가는 연희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쇼핑몰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기반 업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커피가게 동경 연희는 매장 내부가 넓지 않은 편이지만, 창문 방향에 벤치, 간단한 테이블을 배치해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커피 가게 동경의 인기 메뉴는 라이트 로스팅 혹은 다양한 싱글오리진 핸드드립커피와 아인슈패너. 추천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 블렌딩 핸드드립 커피다.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내추럴 가공커피를 블렌딩해서 농밀한 잼과 같은 단맛과 향미가 매우 매력적이다. 아인슈패너는 견고한 에스프레소의 단단한 질감과 직접 만든 크림의 섬세하고 입체적인 단맛이 매우 아름답게 어울린다.
이번 페스티벌 특별 음료로는 로즈힙, 히비스커스, 엘더베리 등을 우유에 냉침 후 부드러운 크림을 플로팅, 라즈베리 가니시로 마무리한 카페 로사도를 준비했다. 장미향과 달콤한 딸기향이 풍요로우면서 어디선가 마주한 봄날의 햇살을 연상시킨다.
커피가게 동경에서는 80년대 빈티지 탄노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한 음악, 일본 깃사텐 커피의 전성시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빈티지 커피 잔과 같은 디테일을 놓쳐선 안 된다. 좋은 커피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매장의 진심이 잘 전달이 되는 곳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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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스트롤 연희
‘꿈속을 거닐다’는 의미의 비전스트롤 역시 연희동 사러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연희동 아티스트들의 핫플, 디자인스토어 올라이트 바로 옆이고, 매뉴팩트에서도 멀지 않다. 비전 스트롤의 내부는 한눈에 들어오는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중앙에 커피바가 있고 자그마한 벤치와 좌석이 있는 공간이 전부이지만, 아름다운 꽃과 멋진 음악, 다양한 소품 덕분에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비전스트롤 연희는 지금 한국의 스페셜티커피 매장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공간이다.
비전스트롤의 추천 커피는 기본 브루잉 커피와 창작 메뉴 라임에스프레소. 기본 브루잉 커피는 새롭게 선보인 파머스 블렌딩 커피가 인상적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베이스로 장미향과 섬세한 애프터가 인상적인 파머스 블렌딩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마셔도 좋고, 브루잉(핸드드립) 커피로 마셔도 훌륭하다.
커피 페스티벌 특별 음료로 라임에스프레소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원당의 설탕을 적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라임 위에 설탕을 올려 토치로 스코칭, 라임의 산미와 원당의 진득한 단맛을 얼음으로 냉각한 에스프레소 샷 위에 제공한다. 한잔 한잔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강력한 비주얼, 폭발적인 단맛과 산미, 커피맛의 향연이 입체적이다. 연희동 비전스트롤의 임팩트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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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에디션
지난번 연희동 커피 편에서 소개했던 라우터 커피가 다크에디션커피로 새롭게 브랜딩 됐다. 연희동의 끄트머리 나지막한 언덕길에 위치한 다크에디션 커피는 한국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 가장 특별한 인디 커피 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불편한 위치에 있는 작은 매장에 항상 손님이 가득하다. 분주한 와중에도 친절한 부부 바리스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싱글오리진 스페셜티커피들을 정성껏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소품으로 꽉 찬 맥시멀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연희동 반려인들이 각양각생의 반려동물과 함께 내 집처럼 방문하는 곳이다. ‘새소년’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 뮤지션들과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아티스트들도 다크에디션의 단골이다.
추천 커피는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 평상시에도 20종 이상의 고품질의 스페셜티커피를 브루잉으로 마실 수 있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손님앞에서 밀크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라테가 꿀처럼 맛있다.
다크에디션은 이번 페스티벌 음료로 연희동의 멜레코테와 협업해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에 카다멈 젤라토를 조합한 특별한 아포가토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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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 커피
‘회상하다, 돌아보다’라는 뜻을 가진 룩백커피는 매뉴팩트와 사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연희동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매장중 한곳이다. 룩백의 이웃은 서울을 대표하는 카레맛집 히메지이다. 룩백커피는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커피의 매력을 지향하는 곳으로 개성 있는 손님들과 다양한 바이브를 이루고 있다. 책 <나다운게 뭔데>의 작가, 김정현 에디터도 룩백커피의 단골이다.
강력한 바이브의 룩백커피는 의외로 일상의 평안한 커피를 지향한다. 추천 커피는 매장의 대표적인 블렌드 버블 블렌드와 락블렌드를 기반으로 적절한 산미와 고소함을 표현하는 롱블랙과 플랫화이트이다.
이번 커피 페스티벌을 위해서 아콘차르 섹터 잉카와시 농장의 리스벳 마리뇨 와야의 가족이 재배하는 커피를 사용했다. 60시간 이상의 발효를 거친 수세식 가공 특유의 청량하고 깔끔하고 우아한 향미와 라벤더, 자스민 패션프룻, 체리, 감귤, 복숭아의 향미를 머금고 있는 게이샤 커피를 아이스와 따듯한 브루잉 커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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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프로토콜 커피도 지난 연희동 편에서 소개한 매장으로 이번 커피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명지대 방면 대로변 2층에 위치한 대형 매장이다. 코로나 기간에 매장을 오픈한 프로토콜 커피는 빠르게 유명해졌는데, 아마도 멋진 스탠드와 조화로운 공간이 돋보이는 프로토콜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서 마주했으리라 생각한다.
웅장하고 멋진 음악과 공간의 프로토콜 커피에서 진짜 매력은 섬세한 로스팅의 스페셜티커피이다. 공간 뿐만 아니라 커피에 진심인 프로토콜 커피는 하루에 두잔의 커피를 추천한다. 첫 잔은 매장을 대표하는 슈퍼노멀 블렌딩과 같은 묵직하고 질감 있는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커피이고, 두번째 커피는 차와 같이 섬세한 향미와 아름다운 밸런스가 돋보이는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이다.
페스티벌 특별 커피로는 콜롬비아 핀카 펠라네그라 무산소 수세식 가공 게이샤 커피와 포토시 농장의 베이비 드래곤 내추럴 피베리 커피를 블렌딩했다. 임팩트와 화려한 향미를 만족시키는 봄바람 블렌딩 커피를 에스프레소, 브루잉, 따듯한 라테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넓게 트인 시야와 작업 테이블, 집중하는 조명 아래 사람들의 시선까지 멋진 프로토콜에서 아름다운 커피를 마음껏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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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키 연희
성수동에서 시작한 로우키 커피는 한국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 인디 커피를 상징하는 곳이다. 로우키는 이름처럼 조용하고 묵묵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곳이다. 연희동의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서 유행을 타지 않은 목재와 채도를 낮춘 색감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로우키는 화려한 커피보다 전달할 가치가 있는 소박한 커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우키의 대표적인 블렌드는 강배전 커피이면서 커피 본연의 향미가 매력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다크문 커피이다.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서 모과와 장미꽃을 이용해, 흰 눈이 쌓인 풍경을 연상시키는 모과 장미라테를 특별히 선보였다. 이외에도 로우키만의 매력적인 싱글오리진 커피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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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밸류
디폴트 밸류 커피는 바리스타들의 바리스타, 챔피언들의 바리스타로 손꼽히는 신창호 바리스타의 매장이다. 2025년 3월 22일, 디폴트 밸류의 신창호 바리스타는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커피인굿스피릿 대회에서 우승함으로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중에서 역대 최초 3관왕을 다시 한번 기록했다.
디폴트 밸류 매장의 위치는 신촌에서 성산대교 방향 대로변으로 다른 연희동 매장과 위치가 다르지만 외부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디폴트 밸류는 전국의 바리스타들이 커피투어를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매장의 내부는 백색톤의 차분한 공간이고, 커피와 관련된 기물들과 신창호 바리스타의 트로피가 가득하다.
디폴트 밸류의 대표 커피는 독특한 질감의 사이폰 커피, 한번 마셔보면 잊지 못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우유를 사용하는 시그니처 라테가 있다.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서 리얼나인 머신으로 추출한 콜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딸기향이 가득한 블렌딩 커피를 사용한 콜드에스프레소 마키아토, 루이보스 차를 냉침한 차에 말차크림을 올린 특별한 콘파냐를 준비했다. 물 오른 챔피언의 커피를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연희 커피 페스티벌
한국의 스페셜티커피를 발전시키고 있는 연희동에서 4월 4일부터 6일까지 한국 최초 민간 차원의 커피 페스티벌 소식이 전해진다. 전국의 커피인들이 몰려오는 실력있는 카페와 연희동의 찐맛집들이 알차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번 ‘연희 커피 페스티벌’에는 스페셜티커피 업체 이외에도 연희동의 전국구 빵집 ‘피터팬1978 제과점’, 한국 파인다이닝 세프들이 사랑하는 ‘폴앤폴리나’, 한국 베이글 열풍의 원조 ‘에브리씽 베이글’, 독특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돌파운드’, 프렌치 셰프가 운영하는 그로서리 샌드위치 매장 ‘블루레시피’ 등 커피와 어울리는 다양한 맛집까지 함께 한다.
이번 커피 페스티벌 기간 동안 총 13개의 매장(카페 8곳, 베이커리 5곳) 중에서 8곳 이상의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연희 커피 페스티벌 드립백 세트(8종 세트) 혹은 아르노 글래스 신제품을 선물로 제공할 예정이다. 선물 때문에 방문해도 될만큼 욕심나는 선물이다.
이외에도 매뉴팩트 커피는 추출 시연, 디폴트 밸류 커피는 커피인굿스피릿 시연, 로우키 커피는 금요커핑, 프로토콜 커피는 홈바리스타를 위한 추출 수업, 블루레시피는 김사홍 바리스타와 협업으로 스페셜티커피와 음식의 마리아주 페어링 코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커피 페스티벌 공식계정(@yeonhui_coffeefestival)과 업체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