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등학교 꼬꼬마 시절부터 게임을 하던 이주형입니다. 어제 닌텐도가 스위치 2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스위치 2라는 이름과 생김새만 공개했을 뿐,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봐도 닌텐도의 달라지고 있는 콘솔 전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닌텐도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정보들을 먼저 볼까요? 이름은 ‘닌텐도 스위치 2’고요. 크기는 스위치보다 더 커졌고, 새로운 체결방식을 사용하는 조이콘이 등장했습니다. 위에 USB-C 포트가 하나 더 생겼고, 킥스탠드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스위치 게임들도 스위치 2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요.
먼저, 스위치 ‘2’라는 이름에 주목해 보죠. 닌텐도가 콘솔 이름에 숫자를 붙인 건 처음입니다. 2라는 숫자만큼 전 세대의 전반적인 콘셉트를 유지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방법은 없을 겁니다. 스위치 2의 모습도 크기는 더 커졌지만 탈착이 가능한 조이콘과 전반적인 시스템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잘 모르면 이게 스위치 2인 줄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기존 스위치에서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던 불만도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도 눈에 띕니다. 레일 방식의 기존 조이콘 체결 방식은 구조적으로 간단했지만 계속되는 탈착으로 인한 마모로 내구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는데, 스위치 2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석을 도입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요. 닌텐도가 메커니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조이콘을 탈부착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자석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확실해 보입니다.
그 외에도 끝쪽에 살짝만 벌려져서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분리되어 버리던 킥스탠드는 이제 기기 가로 전체의 길이로 길어져서 안정감을 더했고, 이렇게 킥스탠드로 거치한 상태로 게임을 하면 충전을 못 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에 USB-C 포트를 하나 더했습니다.
이러한 개선점들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스위치 2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바뀐 게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혹자는 지루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어요. 사실 닌텐도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입니다. 경쟁사들이 성능 경쟁에 몰두할 때 모션 컨트롤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 선보인 것도 닌텐도였고, 그다음에는 컨트롤러에 화면을 넣는다는 개념을 선보이기도 했죠. 스위치도 거치형 콘솔과 휴대형 콘솔의 두 가지 기능을 하나의 기기로 수행한다는 개념을 선보였는데, 스위치의 폼 팩터는 스팀 덱을 위시로 한 게임 용도의 UMPC를 부활시키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왜 닌텐도는 스위치 2에서는 소위 ‘안전빵’을 택한 걸까요? 공식적으로 밝힌 건 없지만, 스위치 2는 바뀌고 있는 게임 산업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입니다. 스위치가 나온 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 시장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스위치는 닌텐도 메인 콘솔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판매됐습니다.) 디지털 다운로드가 주류인 것을 넘어 이제는 게임을 인터넷에서 스트리밍 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제는 각각의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월 구독으로 다양한 게임 카탈로그를 플레이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임 패스’ 서비스 등을 통해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엑스박스 진영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제로 엑스박스 콘솔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죠.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소위 ‘대작’ 게임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 다음, 이를 한 장에 6-7만 원에 판매함으로써 제작비를 회수한다는 전략이 더 이상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기 충분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서, 닌텐도도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 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닌텐도의 다양한 IP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것이에요. 2023년에 닌텐도는 무려 30년 만에 자사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미니언즈 시리즈’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과 제작했습니다. (<명탐정 피카츄>는 닌텐도가 아닌 포켓몬 컴퍼니가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슈퍼 마리오의 머쉬룸 킹덤의 모습을 현실로 재현한 슈퍼 마리오 월드를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닌텐도의 여전한 주요 매출원은 바로 게임 콘솔과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입니다. 물론 닌텐도도 월 구독제인 스위치 온라인을 통해 옛날 콘솔 게임들을 제공하는 등 이 새로운 시대를 외면하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닌텐도의 게임 쪽 전략은 콘솔과 게임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게임 산업이 전통적으로 굴러가던 방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닌텐도 입장에서는 이미 후속 기종 루머가 돌던 상황에서도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며 충분히 입증된 스위치의 후속 기종에 쓸데없는 리스크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그 물에 맞춰 노를 적당히 저어주자는 전략이죠. 당장 성공적이었던 위의 후속으로 완전히 다른 개념을 가진 위 U를 선보였다가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경험을 한 닌텐도니 그 결정이 더더욱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면 스위치 2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스위치의 기록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년간 1억 4,600만 대 가량이 판매된 스위치는 역대 콘솔 판매량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에는 스위치보다 5년 더 판매한 플레이스테이션 2(1억 6천만 대)와 휴대용 콘솔인 닌텐도 DS(1억 5,400만 대)뿐입니다. 이렇게 많이 팔았으니 스위치 2가 스위치보다 많이 판매한다는 시나리오는 사실 가능성이 높진 않죠. 거기에 처음에 스위치가 나왔을 때와 달리 지금은 스위치와 비슷한 폼 팩터를 가지고, 스위치 2보다도 더 강력한 성능을 보일 UMPC형 게임 콘솔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경쟁 제품들이 생긴 셈입니다.
여기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8년 전에 저는 미국의 한 타겟(월마트와 비슷한 슈퍼마트 체인)에서 스위치를 출시일에 구입했음에도 스위치의 성공을 의심했었습니다. 휴대성을 고려하느라 성능이 낮다는 것(스위치 칩셋의 성능은 이 시점에도 이미 나온 지 1년 반이 된 아이폰 6s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론칭 타이틀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간과했던 것은 바로 닌텐도 IP의 힘이었어요. 스위치와 함께 출시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 이어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스플래툰 3>, <모여봐요 동물의 숲>, <피크민 4>로 이어지는 히트 게임 라인업은 8년 동안 스위치의 판매량을 지탱해 주었죠. 이러한 닌텐도 게임들의 힘을 잘 알기에, 저는 스위치 2도 스위치만큼은 아니더라도 위에 언급한 경쟁 제품들 사이에서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이 OS와 그 생태계로 다른 스마트폰들과 차별화하는 것처럼요.
물론 스위치 2의 하드웨어 개선은 중요합니다. 특히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더 나아졌을 성능이 특히 가장 많이 기대되는 부분이죠. 이전 스위치에서는 불가능했던 게임들을 가능하게 해 줄 테니까요. 하지만 스위치 2의 최강점은 여태까지의 닌텐도 콘솔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닌텐도의 게임들에서 나올 것입니다. 거기에 이미 입증된 하드웨어가 조합된다면?
“Shut up and take my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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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테크에 대한 기사만 10년 넘게 쓴 글쟁이. 사실 그 외에도 관심있는 게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