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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잊은 당신에게, 신상 막걸리 3종

미나리도 들어가고, 위스키도 들어가고.
미나리도 들어가고, 위스키도 들어가고.

2025. 01. 15

안녕, 에디터B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된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슨 일 있어?”라는 말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스타그램을 왜 안 해?”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모든 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게 참 피곤하다. 새로 나온 막걸리를 한 잔 마시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한 살 더 먹었지만, 크게 나쁜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구나, 이렇게 걱정 없이 술을 마시다니. 기별 없음이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말 없는 막걸리는 알아주겠지.

요즘따라 신상 막걸리가 많이 보이길래 몇 개 사봤다.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신다면 놀랄 만한 포인트가 있는 술들이다. 먼저 가장 귀여운 술부터.


죽산 막걸리
‘소용량의 복순도가 계열’

죽산 막걸리는 MBC 예능프로그램 <시골마을 이장우>를 통해 첫 공개된 막걸리다. 프로그램에서 이장우는 막걸리를 개발하고 폐양조장을 되살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프로그램에서 만든 막걸리를 세븐일레븐에서 단독 출시한 것.

죽산 막걸리는 흔히 ‘샴페인 막걸리’라고 분류되는 탄산감이 굉장히 강한 막걸리다. 대표적으로 복순도가가 있다. 라벨에도 ‘탄산주의’라는 경고와 함께, “열다가 칙 소리가 나면 멈추고 천천히 따르라”는 가이드가 있다. 탄산이 상당히 강했지만 용량이 450ml에 불과해 탄산을 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죽산 막걸리는 김제 죽산면의 쌀을 사용해 ‘죽산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신뢰의 팔팔양조장에서 양조했다. 팔팔양조장은 하드포션, 팔팔막걸리, 심우주 등 좋은 평가를 받은 술을 만드는 곳이다. 도수는 5.5%.

맛은 달지 않고 드라이한 편이고, 바디감은 거의 없다. 바디감이 있는 막걸리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술이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향이 좀 약하고, 개성이 강하지 않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 같다(분명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탄산이 강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아서 스테디셀러가 되기엔 어려운 술일 것 같다. 이 정도의 맛을 내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고 용량이 많은 막걸리는 많기 때문이다. 가격은 4,200원.


미나리 우곡생주
‘믿고 마시는 우곡 생주’

<흑백요리사> 파이널 대결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는 ‘참외미나리주’라는 칵테일을 선보였다. GS25에서는 발빠르게 ‘이균 참외 미나리주’를 출시했고, 순식간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참외미나리주의 정확한 레시피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술이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있는데, 바로 해창 막걸리와 우곡 생주다. 그래서 우곡 생주를 만드는 배혜정도가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위해 ‘미나리 우곡생주’를 출시했다.

도수는 12도, 막걸리 치고는 도수는 높은 편이고 질감은 꾸덕한 편. 단 맛도 강해서 쭉쭉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도수가 높다보니 웬만하면 희석해서 먹는 걸 추천한다. 이 막걸리를 살 때 편의점 사장님도 “이거 어떻게 마시게요? 12도라서 엄청 높은데?”라고 하며 겁을 주기도 했다. 사장님은 우유에 타먹는다고 했는데, 얼음을 넣어서 먹어도 되고 탄산수를 타먹어도 좋다. 미나리 향이 존재감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미나리 분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향이 날만도 한데, 미미하다. 정말 열심히 집중하면 끝맛에서 약간의 향긋한 풀맛이 느껴지는데, 대마가 들어간 막걸리 ‘칠위드’에서 느낀 풀향과 비슷한 뉘앙스다. 조금만 더 강해도 좋을 것 같다. 가격은 1만 1,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꾸덕한 막걸리는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막앤스키
‘신입생 환영회의 맛’

이 막걸리를 맛 본 에디터H가 말했다. “신입생 환영회가 생각나…”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빔과 지평주조가 협업한 이 막걸리에는 위스키가 7.7% 들어가 있다. 위스키 향이 나냐고? 아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맛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막걸리만 마셔도 맛있고, 위스키만 마셔도 좋은데… 그…왜 섞는 거죠? 아마도 답은 “재미있으니까”

이 막걸리는 래퍼 최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최자로드>에서 최자는 맥캘란과 막걸리를 섞는 ‘맥스키’라는 레시피를 소개했는데, 그 당시에 쓴 막걸리가 바로 지평막걸리였기 때문. 막앤스키의 맛은 묘하다. 향이 강한 막걸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위스키의 향만 강하고, 막걸리는 존재감이 없다. 막걸리와 위스키의 궁합이 조화롭다기보다는 다소 혼란스러운데,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래퍼가 MC 스나이퍼의 ‘솔아 솔아 푸른 솔아’를 부르는 느낌이랄까. 왜 대중적으로 퍼지지 않았는지 알 것도 같다. 이 정도의 레시피는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술 맛을 느끼지 못하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오? 위스키랑 막걸리랑 섞어볼까?”라는 제안에 누구도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제조되는 레시피가 아닐까. 재미로는 마셔볼 수 있겠다. 맛을 혹평했지만, 사실 나는 이런 재미있고 실험적인 콜라보를 아주 좋아한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