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즘 최고의 화제작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푹 빠진 에디터 유정이다. 국내 스타 셰프부터 재야의 고수까지 다양한 출연진이 선보이는 상상 초월의 요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물론,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의 대립(이자 케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을 보는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이 평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곤 하는데, 두 사람… 진짜 안 맞는다. 하지만 치열하게 대립할수록 보는 우리는 더 재밌어진다.
지난주 안성재 셰프가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라면 레시피를 하나 공개했다. 빽라면을 활용한 레시피인데, 구운 통마늘이 셰프의 킥. 이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인급동’에 오르고,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600만 뷰를 넘겼다. 궁금해서 나도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 자세한 레시피가 포함된 리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필요한 재료는 빽라면과 마늘, 대파. 평범해 보이지만 ‘껍질까지 있는 통마늘’이 포인트다. 통마늘을 껍질째 박박 닦은 뒤 뿌리와 머리 부분을 댕강 자른다. 그리고 구워주면 되는데, 영상에는 굽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 양념이나 기름 없이 오븐에서 200도에 25분 정도 이븐(even)하게 구워주면 영상과 비슷한 모양새가 나온다. 표면에서 진액이 나오고, 마늘은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살짝 말랑해진 정도면 된다.
구운 마늘을 물에 통째로 넣고 끓인다. 마늘과 껍질에서 맛이 우러나며 일종의 육수 역할을 해주는 건데, 끓이다 보면 안성재 셰프의 말처럼 국물에 점성이 생기며 조금 띡(Thick)해지고 노르스름하게 변한다.
육수가 팔팔 끓으면 마늘을 건져 으깨준 뒤, 면과 스프를 모두 넣는다. 여기서 유의할 점 한 가지. 평소처럼 라면 봉지 속 부스러기까지 탈탈 털어 넣으면 안 된다. 다양한 식감을 내기 위해 마지막에 뿌려줄 것이다.
면이 거의 익으면 대파 흰 부분을 쫑쫑 썰어넣고, 마지막으로 부스러기까지 뿌리면 안성재 셰프표 구운마늘라면 완성! 장장 30분이 걸린 라면… 그 맛은 과연 어떨까(두둥)
먼저 국물부터 떠먹어 봤다. “나는 마늘라면이다!!!!!” 같은 강렬한 마늘 향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한번 구운 뒤 삶았기 때문에 생마늘의 아린 맛은 없고, 국물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진다. 마늘만 끓였을 때 국물에서 구수한 맛이 났는데, 그 맛이 그대로 남아 깊은 풍미를 더해준다.
오리지널 빽라면과 비교해서 먹어봤는데, 구운마늘라면이 압승. 매운맛은 살짝 줄어들지만, 감칠맛이 훨씬 풍부해졌고 국물이 밥 말아먹고 싶을 정도로 진했다. 빽라면도 맛있었지만, 구운마늘라면을 먹고 다시 맛보니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중간중간 뭉근하게 익은 마늘이 씹히는 것도 킥이다.
하지만 두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째, 대파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안성재 셰프는 파를 넣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빽라면 스프에 이미 파, 계란 등 여러 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대파를 추가하니 과했다. 둘째, 라면 부스러기를 마지막에 뿌리지 않는 게 좋겠다(백종원 대표는 뿌리지 말자고 했다). 면의 익힘 정도가 적절하다면, 부스러기는 오히려 식감에 방해가 된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보류. 맛으로는 생존이지만, 조리 과정이 너무 길고 번거롭다. 한 번쯤 만들어보는 것은 추천한다. 특히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봤다면, 만드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만들 것 같다.
안성재 라면 레시피, 제 점수는요.
About Author
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