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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꽃 선물에 대한 구매 가이드

비틀즈뱅크 조은별에게 물었다
비틀즈뱅크 조은별에게 물었다

2024. 09. 09

몇 번의 꽃을 샀다. 몇 번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 꽃을 사는 경험은 내게 항상 특별했다. 어떤 사람들은 기분 좋은 날 자신을 위해 꽃을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적은 없었고, 100퍼센트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어떤 꽃을 찾으세요?” “음… 글쎄요.”
“누구한테 선물하는 거예요?” “여자친구요.”
“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세요?” “음…얼마부터 있죠?”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기 어려웠다. 그래, 나는 항상 꽃 선물이 어려웠다. 그래서 춤추는 꽃집으로 유명한 성수동의 비틀즈뱅크에 찾아갔다. 비틀즈뱅크의 대표이자 배우 조은별에게 꽃 선물 팁을 물었다. 요즘 춤을 워낙 많이 춰서 도가니가 아프다는 그녀와 다행히도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음… 꽃말에 집중하시는 분도 있는데, 사실 꽃말에 맞춰 준비하다보면 여러 어려움이 있어요. 한 다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꽃이 잘 어우러지게 조합을 해야 하는데, 서로 의미가 안 맞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꽃말을 신경쓰다보면 예쁘게 한 다발을 만들고 싶은 꽃집 사장으로서는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꼭 의미를 담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네, 그래서 꽃을 받는 사람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알면 도움이 돼요. 그리고 컬러만큼이나 소재감도 큰 영향을 줘요. 송이가 큰 꽃으로 가득한 꽃다발, 들풀처럼 자잘한 송이가 섞인 꽃다발, 풀이나 초록잎이 많이 들어간 꽃다발 되게 다양해요. 소재감에 대한 취향 차이가 확실히 있으니 이것도 미리 알고 있으면 좋아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어떤 분들은 꽃을 받을 사람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여줘요.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무드의 사람인지, 무채색 옷을 입는지 등을 알 수 있잖아요. 그 사람의 분위기를 보면 닮은 꽃이있거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보여주시면 어울리는 꽃을 더 잘 추천해줄 수 있어요.

사실 저도 꽃다발을 만들 때 향을 챙겨드리고 싶어요. 근데 향이 나는 꽃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장미, 백합, 히야신스 정도인데 많이 안 쓰이거든요.

네 맞아요. 아, 어머님들은 프리지아 같이 향이 많이 나는 꽃을 좋아하긴 해요. 생긴 것도 노랗고 향도 나니까 예쁘잖아요

저는 두 가지만 여쭤봐요. 하나는 꽃을 받는 분이 화려한 걸 좋아하는지, 깔끔하고 단아한 걸 좋아하는지. 두 번째는 어떤 기념일이라서 선물을 하는 건지. 두 가지만 알려주시면 원하시는 가격에 맞춰드릴 수 있어요. 근데 보통 부모님들은 원하는 느낌이 딱 있어요(웃음). 소재감을 안 넣는 걸 좋아하시고, 넣어도 푸릇푸릇한 풀잎 같은 건 좋아하는데 약간 거친 느낌은 또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작은 꽃보다는 꽃 얼굴이 크고 예쁜 것 위주로 많이 넣어드려요. 꽃스러운 꽃을 좋아해요.

저는 남녀노소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은 꽃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용도나 관계에 따라 사이즈만 조정해도 가벼운 선물이 될 수도 있고 특별한 선물이 되기도 하잖아요. 축하할 일이 있거나, 사랑을 고백할 때나, 슬픔을 위로할 때나, 수고에 대한 보상이나… 그 어떤 메세지든 꽃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멋지지 않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물은 꼭 필요했던 물건을 받을 때도 좋지만, 스스로는 선뜻 잘 안 사게 되는 예쁜 물건을 받을 때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꽃이지 않을까요? 계절까지 표현해낼 수 있는 선물이라 낭만있는 선물이기도 하고요.

저는 버터플라이를 추천하고 싶어요. 외형적으로는 버터플라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늘어지기도 하고 퍼지기도 하는데 어떤 화병에 꽂아도 정말 예쁘게 어울리는 꽃이에요. 지금 저희 가게에는 없어서 보여드리기가 힘든데, 유리꽃 같은 여리여리한 모습이지만 오래가는 꽃이기도 해요. 그리고 향기가 좋은 꽃이라면 전 히야신스 꽃 향기를 정말 좋아해요.

사실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여전히 배우를 꿈꾸고 있어요. 배우로서 일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 기회를 기다리면서 마음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꽃 작업을 하게 됐어요. 꽃에 대해서 진심이라, 그냥 돈벌이가 필요해서 꽃집을 차렸다는 오해는 받고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매일매일을 쉬는 날 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직접 발품손품 팔아가며 꽃집을 운영하고있어요. 한때는 꽃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았구요. 꽃집 일이라는 게 체력적으로는 고된 일도 많고, 힘든 때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제가 작업한 꽃을 만족하실 때 기쁨으로 다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손님과 나누는 대화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일터이기도 하지만 힐링의 공간이고, 정말 소중한 아지트입니다.


자, 정리하자면 이렇다. 꽃을 받는 사람이 평소에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면 베스트, 만약 모른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자. 인스타그램 피드로 들어가면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서 분위기에 맞춰서 꽃다발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꽃을 선물한다면 꽃말보다는 시각적인 조화를 생각하고, 그 조화는 꽃 집 사장님에게 맡겨보자. 다 잘 알아서 해주실 테니까. 이제 다들 꽃 선물하러 떠나보자. 근데 나는 꽃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는 여기 있을 테니, 다들 기분 좋은 데이트하고 오시길.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