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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천 만개가 팔렸다고? 비락식혜 제로 리뷰

밥알이 들어있는데 이게 제로 칼로리라고요?
밥알이 들어있는데 이게 제로 칼로리라고요?

2024. 08. 28

*이 글은 팔도의 유료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식혜를 사랑했다. 달고, 시원하며, 든든하다. 시원하게 국물을 들이킨 후에는 남은 밥알을 싹싹 긁어먹는 재미마저 각별하다. 게다가 식혜의 맛은 다른 어떤 음료로도 대체할 수 없다. 주스와도 다르고, 탄산음료나 차 종류와도 비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달콤한 음료로 만들다니. 이거야 말로 완벽한 K-디저트가 아닐까. 

언제부턴가 식혜가 다이어트의 주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는 정성과 시간만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엿기름과 쌀밥을 같이 삭혀 만드는 곡물음료이니, 칼로리가 높은게 당연하다. 순식간에 나의 사랑 식혜는 ‘부담스러운 디저트’가 되었다. ‘제로 음료’ 열풍 속에서 “제로 식혜는 역시나 불가능한거겠지?”하고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밥알이 동동 떠있는 게 식혜의 정체성인데, 이걸 제로로 만들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나오고 말았다. 팔도 비락식혜 제로(ZERO). 지난 4월에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설레는 마음을 참을 수 없더라. 곧장 238mL 캔 24개들이 2박스를 풀매수(?)했다. “갑자기 무슨 식혜를 이렇게 샀어?” 냉장고에 노오란 캔음료가 차있는 걸 보자 가족들이 한 마디씩 궁금증을 보탠다.

“새로나온 비락식혜인데 제로 칼로리래.” 

식혜가 제로 칼로리인게 말이 되냐며 다들 캔을 땄다. 반응은 대성공. “그냥 식혜 맛인데?” 야심차게 구입한 48캔의 식혜는 일주일만에 동이났다. 그 뒤로 5개월 동안 우리집 냉장고에는 비락식혜 제로가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제로 음료라고 하면 보통 오리지널의 맛을 흉내내며 묘하게 한군데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비락식혜 제로는 식혜가 가진 특유의 단맛과 엿기름의 묵직하고 쿰쿰한 향을 기가막히게 표현했다. 굳이 차이를 언급하자면 입 안에 남는 끈적한 단맛이 적다는 것 정도. 이 역시 목넘김이 경쾌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 

한국인이라면 식혜를 마시기 전에 혀가 먼저 기억하고, 기대하게 되는 ‘단 맛’의 기준치가 있는데 그걸 부족함 없이 채워주는 느낌이다. 특히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는 머리가 띵하게 울릴 만큼 차갑게 두었다가 마시면 일품이다. 밤에 운동을 끝내고 돌아와 뭔가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데, 칼로리가 있는 음료는 부담스러울 때. 탄산음료나 이온음료말고 기분 좋게 허기를 달래주는 음료로는 식혜만한 게 없다. 다만, 여태까지는 당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밤에 마시지 못했을 뿐. 

‘제로’라는 면죄부가 주어지고 나니, 식혜가 한국인의 일상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음료인지 알 수 있었다. 야근하다 입이 심심할 때, 술을 마시고 들어와 갈증이 날 때,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운동 후 땀을 흥건하게 흘리고 나서. 식혜의 달콤함은 그 순간의 심리적 갈증을 기분 좋게 채워주니까. 

이제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밥알은 누가 봐도 탄수화물인데 어떻게 제로 당류에 제로 칼로리일 수가 있는가. 심지어 원재료를 살펴봐도 분명 ‘멥쌀’이라고 써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알고보니 자체적인 당화공정을 통해 밥알에서 섬유질만 남기는 방식으로 칼로리를 낮췄다고. 밥알이 씹히는 디테일을 포기하지 않고 제로 칼로리로 만들기 위해 집요할 정도의 재능을 선보인 셈이다. 

이렇게 비락식혜 제로는 나의 ‘반려음료’로 자리잡았다. 재밌는 사실은 그게 나 뿐이 아니었다는 거.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제로 음료 잘 나오더라. 너 비락식혜 제로 먹어봤어?”하고 화젯거리가 되는 건 물론이고, 출시 5개월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달성했다고. 다들 여태까지 식혜없이 어떻게 살았던 것인가 싶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우리의 전통 음료인 식혜를 제로 칼로리로 재탄생시킨 건 노벨 과학상에 맞먹는 업적일지도 모르겠다. 

트렌드에 민감한 디에디트 직원들은 설탕이 들어갔다 싶으면 치를 떨고 입도 대지 않는다. 그런 우리 직원들이 식후 간식으로 식혜 한 캔을 뚝딱 비우는 건, 제로 칼로리가 빚어낸 신기한 풍경이다. 거기에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까지 더해져 식혜는 우리의 소울푸드가 되고 말았다. 

이 더운 날씨에 땀을 실컷 흘리고 나서 달콤한 식혜가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특히 238mL의 캔용량이 나에겐 딱 좋더라. 냉장고에서 막 꺼내면 손 끝에서부터 짜릿한 차가움을 느끼며, 이 시원함이 사라지기 전에 한 캔을 뚝딱 마셔버릴 수 있으니까. 칼로리도 당도 없는 식혜가 정말 맛있겠어?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글을 읽고 당장 마셔보시길.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