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좀요]
근사한 분위기의 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지는 그 안의 물건들.
‘와, 이건 어디서 산 거지?, ‘어떤 디자이너한테 맡겨서 제작한 걸까?’
고가의 장비부터 작고 귀여운 소품까지, 멋진 공간을 채우는 매력적인 물건들을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안녕. 가게에 궁금한 점 대신 물어봐 주는 ‘Mr. 정보 좀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오늘 소개하는 훔치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한 세 번째 공간. 뮤지션 스탠딩 에그의 작업실이다.
스탠딩 에그는 15년 차 인디 뮤지션이다.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을 기반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노래한다. ‘오래된 노래’, ‘넌 이별 난 아직’, ‘여름밤에 우린’ 같은 히트곡 정도만 아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얼굴 없는 가수를 내세우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탓에 팬이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을지도(참고로 스탠딩 에그는 세 명의 멤버로 이뤄진 팀이다).
얼굴은 몰라도 스탠딩 에그의 노래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드라마에서, 라디오에서, 동네 카페에서, 노래방에서 흘러나오는 이들의 음악은 화려하거나 독특한 요소 없이도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BGM처럼 스며들어 있다. 낭만의 싸이월드가 내리막을 걷던 시절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대중문화를 장악한 현재까지, 스탠딩 에그는 ‘인디 공무원’이란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성실한 음악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한국저작권협회에만 160여 곡의 음원이 등록돼 있다).
음악 외에도 매거진 발행과 영상 콘텐츠 제작 등 다방면으로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 스탠딩 에그.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그들의 작업실은 흡사 해외 아티스트의 아틀리에를 연상시킨다. 포틀랜드의 뮤지션이 쓰는 작업실을 떠올리면서 직접 구상했다는 이 공간은 쿨하고 자유분방한 아트 스튜디오의 이미지와 따뜻하고 아늑한 집의 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실내에 무게감을 더하는 정갈한 목재 벽면과 붉은색의 테라코타 타일 바닥, 공간 구석구석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물과 포스터까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느껴지는 이국적인 느낌에 없던 아이디어도 절로 샘솟는 것 같다.
작사/작곡/편곡과 간단한 스케치 녹음에 더해 회의나 미팅 업무를 보기도 하는 스탠딩 에그의 작업실. 크게 라운지, 컨트롤룸, 커피바로 구성된 이 감각적인 공간에서 욕심 많은 30대 에디터의 시선을 빼앗은 물건은 어떤 것들일까?
01
일렉 기타
기타리스트라면 모를 수 없는, 가장 유명한 기타 제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펜더Fender의 ‘스트라토캐스터’ 모델이다. <포피스 POPPIES>라는 만화 속 밴드를 좋아해 작중 기타리스트가 사용하는 기타와 동일한 소닉 블루 컬러로 골랐다고(스탠딩 에그는 해당 작품과 협업해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보급형에 가까운 기종인 만큼 실제 연주보다는 관상용으로 구매했으며,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 커스텀했다.
・ 브랜드: Fender
・ 제품명: Vintera ’50S Stratocaster
・ 구매 링크
02
벽등
이베이를 통해 구매한 조명. 방송국에 ‘On Air’ 사인이 있다면 녹음실에는 녹음 중임을 알리는 ‘In Session’ 사인이 있다. 해외 녹음실의 무드를 구현하고자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지금의 조명을 중고로 구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를 비롯해 여러 음악 장비를 갖춰 작/편곡 및 스케치 녹음 작업이 가능한 일종의 컨트롤룸을 세팅했는데, 이 조명이 컨트롤룸을 상징하는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정갈한 원목 프레임과 네이비색 아크릴판 위에 대문자로 새겨진 IN SESSION 텍스트가 어우러지는 멋스러운 제품.
・ 브랜드: OutoftheBlueShed
・ 제품명: In Session Studio Warning Sign
・ 구매 링크
03
피규어
토이 디자이너 키도Kiddo의 핸드메이드 피규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혼자서 만드는 작업으로 이 제품의 경우 5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해 판매했다. 스탠딩 에그는 한때 모티프커피바라는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키도는 친구이기도 한 스탠딩에그의 카페를 떠올리며 이 피규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카페 로고가 새겨진 테이크아웃 컵과 앞치마, 컨버스 X 오프화이트 스니커즈 등 실물을 보는 듯한 높은 퀄리티의 디테일이 압권이다. 서브컬쳐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는 키도의 감각적인 작업물은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 디자이너: 키도
・ 제품명: ‘Neko’ of Motif Coffee Bar
04
블랭킷
앰프와 스피커 뒤편 벽면에 걸어둔 블랭킷이다. 직조 방식으로 짜인 코튼 블랭킷에 드럼을 치는 소년과 유령을 연상시키는 검은 형상이 새겨져 있다. 연주에 몰입한 장면이 음악 작업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당시 품절 상태였음에도 주문 제작까지 하며 이 디자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커다란 사이즈와 육안으로 봤을 때 느껴지는 질감의 디테일 등 말끔한 하얀 벽을 단숨에 임팩트 있는 공간으로 바꿔준 아이템. 소재 특성상 흡음재로도 기능한다. 파리를 기반으로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을 선보이는 블레스BLESS의 제품이다.
・ 브랜드: BLESS
・ 구매 링크 (동일 제품은 현재 구할 수 없어 타 디자인 제품의 링크를 첨부한다.)
05
앰프
라운지 공간에 마련한 앰프. 미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매킨토시Mcinstosh는 진공관 앰프에서 트랜지스터 앰프까지 아우르며 전 세계 가장 많은 사용자층을 보유한 브랜드로 꼽힌다. 스탠딩 에그가 구매한 MA8900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합친 ‘인티앰프’로 채널당 200W 출력을 제공하는 제품. 발매를 앞둔 신곡의 경우 마스터링 작업까지 완료한 음원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청취하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는 턴테이블과 연결해 바이닐로 감상하는 편이다. B&W 스피커와 궁합이 훌륭해 풍부한 사운드에 한껏 젖어들고 싶을 때마다 라운지에 앉아 ‘음표 샤워’를 즐긴다고.
・ 브랜드: Mcintosh
・ 제품명: MA8900 INTEGRATED AMPLIFIER
・ 구매 링크
06
라운지체어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가구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1959년에 설립된 가구 브랜드 비초에Vitsœ. 620 암체어 역시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비초에의 대표 제품이다. 화이트 프레임과 시나몬 가죽 시트의 조합이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스탠딩 에그가 모티프커피바를 운영할 당시 비초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했으며, 모듈형 제품인 만큼 손수 조립해 완성했다. 조립이 전혀 어렵지 않아 만드는 과정 중에 새삼 디터 람스의 디자인과 비초에의 기술력에 감동했다고.
・ 브랜드: Vitsœ
・ 제품명: 620 Chair Programme
・ 구매 링크
07
커피 그라인더
작업실의 커피 퀄리티를 책임지는 펠로우Fellow 사의 전동 그라인더. 샌프란시스코에서 방문한 유명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에서 시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본 이후로 펠로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트한 블랙 컬러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브루잉 용도로 최적화된 분쇄 능력, 뛰어난 성능 대비 작은 부피 등 여러모로 흡족해 집에서 먼저 사용해 본 뒤 작업실에까지 들였다. 스태그 EKG 전기주전자와 아트모스 진공 밀폐용기까지 펠로우 제품으로 채워진 커피바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브랜드 : Fellow
・ 제품명 : Ode Brew Grinder
・ 구매 링크 (현재 1세대는 단종되어 2세대 제품의 링크를 첨부한다.)
08
인센스 챔버
일본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네이버후드NEIGHBORHOOD에서 출시한 인센스 챔버. 헤드폰을 착용한 해골 머리가 오디오 조절 장치 위에 얹어 있다. 내부에 인센스 스틱이나 콘을 넣어 놓으면 머리 중앙의 구멍과 살짝 벌어진 입을 통해 연기가 흘러나오는 구조다. 네이버후드 도쿄 매장에서 산 제품으로 벽면에 걸린 블랭킷과 더불어 라운지 공간의 ‘힙’을 담당하는 아이템이다. 뮤지션의 작업실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오브제가 있을까?
・ 브랜드: NEIGHBORHOOD
・ 제품명: Booze Radio Incense Chamber
・ 구매 링크
그 외 훔치고 싶은 물건들
오디오
・ 브랜드: BRAUN
・ 제품명: SK55(빈티지 제품)
매거진
・ 브랜드: BRUTUS
・ 제품명: BRUTUS特別編集 完本 音楽と酒。
・ 구매 링크
모니터 컨트롤러
・ 브랜드: SPL
・ 제품명: Monitor & Talkback Controller 2381
・ 구매 링크
전시 포스터
・ 박물관: Bundeskunsthalle
・ 전시명: Michael Jackson: On The Wall
스탠딩 에그
유튜브 | youtube.com/@standingEGG
인스타그램 | @standingegg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