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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육수, 아이스로 한 잔

뭔지 모를 그 2%...
뭔지 모를 그 2%...

2024. 08. 02

올해의 편의점 신상을 뽑자면 GS25 평양냉면 육수가 아닐까. 이미 수많은 소셜미디어에서 이 제품을 리뷰했기 때문에 지금 쓰는 시식평이 ‘뒷북에 뒷북에 뒷북인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편의점 카페라떼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보이길래 샀다. 편의점 카페라떼 추천 기사는 [여기]로 들어가면 읽을 수 있다.

말그대로 평양냉면 육수다. 평냉 마니아들은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한다. ‘평양냉면 국물만 테이크아웃해서 텀블러에 넣고 다니고 싶다.’ 그 생각을 정확히 구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육수의 가격은 1,600원, 얼음컵까지 구매하면 2,300원이다. 면플레이션으로 해마다 가격이 오르는 평냉 가격과 비교하면 착한 편이다. 나는 별도의 얼음컵은 사지 않고 냉동실에 얼려서 먹었다. 이게 진한 육수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일 것 같아서. 용량은 230mL, 칼로리는 10kcal.

순수하게 한우양지만 들어간 건 아니고, 복합조미식품, 옥수수전분 등 다른 제로도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맛도 복잡스럽다. 어쩌면 평냉순수파, 평냉근본주의자, 평냉순수령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이 제품에서 ‘평양’이라는 이름을 떼고 싶을 수도 있다.

한 입 마셔보니 평양냉면의 감칠맛이 느껴지긴 하는데, 마실수록 애매하다. 슴슴함과 은은함이 평양냉면의 정체성이라면 이 국물은 평냉으로 분류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냥 냉면에 가깝다.

그렇다고 각종 한식을 파는 식당에서 파는 냉면과는 또 다른 장르인데, 최대한 고깃국물의 뉘앙스를 내려고 노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조미료에게 많이 기댄 느낌이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국물이라면 메밀면이 살아남을 수 없다. 메밀의 향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조미료의 향이 강하다. 마신 뒤 입 안에 남는 잔 향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냉면 국물 그 자체를 좋아하고, 꼭 ‘평양냉면’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만족할 수도 있다. 한여름에 가볍게 냉면 한 모금 마실 수 있다는 게 축복일 수도 있으니.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재밌자고 만든 제품이라는 걸. 그럼에도 이렇게나 아쉬워 하는 이유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잘 만든 육수가 있다면 자주 사먹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간절한 마음이다. 부디 GS25가 이번 제품을 업그레이드시켜서 평양냉면 육수 PRO 내지는 평양냉면 육수 울트라로 출시해주면 좋겠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