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다. 달리고 글 쓰는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며칠 전, 에디터B에게 연락을 받았다. “러너에게 온(On)러닝은 어떤 브랜드입니까?” 마침 온러닝에서 러닝화를 하나 사고 싶어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조금 마음이 들킨 느낌이었다. 나는 즐겁게 온러닝에 대해서 써보겠다고 답장을 했다. 그래서 온러닝은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문자 그대로, 구름 같은 쿠셔닝
온은 반항아 같은 브랜드로 시작했다. 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닝화와 관련된 옛날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 아이언맨(장거리 트라이애슬론) 세계 챔피언 출신 올리비에 베른하르트(Olivier Bernhard)는 은퇴 후 더 나은 러닝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는 신발 라스트(발 모양 틀)에 고무 호스를 잘라 붙이는 아이디어로 생각을 구체화시켰는데, 이게 온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자 기술인 클라우드텍(CloudTec®)의 출발점이다. 미드솔에 구멍이 나 있는, 네모난 너트 혹은 치아 같은 디자인은 충격을 흡수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잠깐,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더 나은 러닝화란 무엇일까?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러닝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하나는 미드솔이 얇은 레이싱화로, 레이싱 플랫(Racing flat)이라고도 부른다. 미드솔이 얇은 만큼 지면을 박차는 힘을 곧바로 전달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푹신한 쿠셔닝화.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러너들이 선호했는데 지면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반대로 지면으로 전달하는 힘도 흡수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을 들여야만 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신소재인 부스트 폼이 나타난 것은 2013년의 일이었다.
온은 레이싱화와 쿠셔닝화의 이분법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시키면서도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브랜드였다. 한 달 만에 제작한 시제품은 2010년 국제 스포츠 박람회 ISPO에서 브랜드 뉴 어워드를 수상한다. 그 비결은 위에서 언급한 ‘클라우드텍’이다. 가운데 공간이 있는 미드솔은 러너들이 신고 땅을 디뎠을 때, 압축되며 무너진다. 이때 수평, 수직 충격을 분산시킨다. 그리고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탄성으로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추진력을 더해주기 위해서 온에서는 스피드보드(Speedboard®)라는 폴리우레탄 플레이트를 미드솔 위, 발 아래 사이에 받쳐두었다. 기하학을 활용한 엔지니어링으로 충격을 줄이는 ‘구름 같은 러닝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러너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었다. 온은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쿠셔닝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수와 러너들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려 주었다. 2012년에 판매를 시작한 클라우드레이서(Cloudracer)는 2년 뒤, 프레데릭 반 리에르데(Frederik Van Lierde)가 국제 아이언맨 대회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경주에서 신은 신발이었다. 로드레이스에서도 강점을 보이는데, 10년 뒤인 올해 2024년 보스턴 마라톤의 여자부 우승자인 케냐의 마라토너 헬렌 오비리(Hellen Obiri)는 온의 프로토타입 러닝화를 신고 우승을 차지했다. 퍼포먼스를 내는 독특한 디자인의 러닝화라니, 러너들이 좋아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제 창립 15년 차인 온은 여전히 신생 브랜드에 가깝다. 러닝화는 역학, 해부학, 화학, 물리학, 디자인 여러 산업이 융합되어 나오는 최첨단 디자인 제품이다. 4, 50년간 러닝화를 개발하면서 R&D 역량이 갖추어진 스포츠 브랜드들과 경쟁하면서 현재 온은 앞서 나가고 있다. ‘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쿠셔닝의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그렇다면 온에서 무슨 러닝화를 사야 할까?
[1]
온 클라우드러너2
막 달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정화를 추천한다. 달리는 동안 한 쪽 다리로 체중의 몇 배가 되는 충격을 견뎌야 하는데, 시작부터 어퍼가 얇고 가벼운 러닝화를 신으면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내 평균 케이던스가 160정도인데, 30분만 뛰어도 4,800번 지면을 박찬다는 뜻이 된다. 매번 다리 힘으로만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초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온의 안정화 계열 신제품인 클라우드러너2를 추천한다.
발뒤꿈치를 잡아주는 힐 탭 부분이 두툼해서 우선 발목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발등을 덮는 설포 부분이 부드러워서 발을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감싸준다. 이렇듯 쿠셔닝이 좋은 안정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부상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발목, 종아리, 허벅지의 힘이 부족하면 관절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처음에는 클라우드러너2처럼 친절한 러닝화를 추천한다.
게다가 클라우드러너2는 클라우드텍이 지닌 사소한 단점 하나를 개선했다. 바로 미드솔의 구멍 사이에 작은 돌멩이가 끼지 않도록 디자인을 개선한 것이다. 구멍이 압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데, 종종 작은 돌멩이가 그 틈에 껴서, 달리다가 빼 주어야 하는 일이 이따금씩 있었는데 클라우드러너2에서는 개선이 되었다. 가격은 1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분류 | 안정적인 러닝화
추천 | 뛰고 나면 발목, 무릎이 아픈 러너. 러닝을 시작해 보려는 초보 러너
가격 | 18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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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클라우드몬스터2
온에서 가장 미드솔이 가장 두꺼운 러닝화다. 그만큼 온의 다른 러닝화 시리즈에 비해서 폭신한 착화감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온 러닝화가 단단한 세팅이라고 느꼈던 러너라면 클라우드몬스터2를 신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러한 쿠셔닝 세팅의 차이는 브랜드가 출발한 국가와도 관련이 있다. 대체로 유럽의 러너들은 단단한 세팅을 선호한다고 알려진 편이고 미국의 러너들은 부드럽고 푹신한 세팅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쿠셔닝은 주관적인 영역이고, 몸의 상태에 따라 민감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편안한 페이스로 장거리를 뛰다 보면 얇은 미드솔이 압축되면서 발이 아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LSD(Long Slow Distance)처럼 천천히 긴 거리를 뛰는 날에는 쿠셔닝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러닝화를 찾게 된다. 그리고 리커버리 러닝을 할 때에도 좋다. 가격은 21만 9,000원. 구매는 [여기].
분류 | 맥시멀리스트 쿠셔닝 러닝화
추천 | 취미로 자주 달리는 러너, 리커버리 러닝화를 찾는 러너
가격 | 21만 9,000원
[3]
온 클라우드 붐 에코 3
이제 거의 모든 스포츠 브랜드에서 카본 플레이트(탄소 섬유판)을 미드솔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운 레이싱화를 출시하고 있다. 흔히 ‘카본화’라고 부르고 있는데,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러닝화는 기술 도핑 논쟁 이후, 세계 육상연맹(World Athletics)에서 로드레이스용 경기화 규칙을 발표했다. 카본 플레이트는 하나만 삽입할 수 있다. 미드솔(The Sole)의 두께는 40mm 이하여야 한다. 그리고 온에서도 당연히 카본 레이싱화를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붐 에코3는 미드솔에 온의 독자적인 미드솔 소재인 헬리온(Helion™)에 페백스(Pebax®) 소재를 혼합한 헬리온 HF를 사용했다. 페백스는 화학 회사인 아케마(Arkema)에서 개발한 신소재로 탄성이 강한 소재다. 기존에 러닝화에 사용해온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에 비해서 탄성이 강해 러닝화의 반발력을 끌어올리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클라우드 붐 에코 3는 익스트림 로커 디자인으로 미드솔을 만들었다. 러닝화의 바닥을 평평하게 디자인하지 않고 뒤꿈치 부분과 발가락 부분을 하늘 방향으로 솟도록 디자인했다. 이러한 형태를 흔들의자에 아랫 부분을 부르는 로커(Rocker)와 닮아서 ‘로커 디자인’이라고 흔히 부른다. 로커의 장점은 뛰는 동안 자연스럽게 앞으로 무게가 이동하면서 체력 소모는 줄이면서 뛸 수 있다는 점이다. 무게는 남성용 기준 최대 215g, 여성용 기준 최대 188g이다. 가격은 32만 9,000원. 구매는 [여기].
분류 | 레이싱화
추천 | 풀코스 기록을 경신하기를 바라는 러너, 새로운 카본 러닝화를 찾는 러너
가격 | 32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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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클라우드비스타
경량 트레일 러닝화다. 트레일 러닝화는 예측 불가능한 트레일 상황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많아서 으레 무거워진다. 조금 더 가벼운 트레일 러닝화를 찾는 러너들에게는 클라우드비스타를 추천한다. 우선 아웃솔에는 온에서 개발한 소재인 미션그립(Missiongrip™)을 사용했는데 마찰력이 좋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모양 홈, 가느다란 선으로 패턴을 짜서 진흙이 묻은 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편이다.
가볍다고 해도 발을 보호할 수 있는 필수적인 부분은 갖추고 있다. 폴리우레탄(TPU)으로 머드가드를 만들어 발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토캡 부분도 단단하게 덧대어 나무뿌리나 돌부리로부터 발가락을 보호해준다. 다양한 지형에서도 안전하고, 빠르게 뛸 수 있다. 가격은 1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분류 | 트레일 러닝화
추천 | 짧은 거리를 뛰는 트레일 러너
가격 | 18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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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클라우드네오
구매하고 싶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온의 구독형 러닝화다. 멤버십 프로그램인 사이클론(Cyclon)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 러닝화는 어퍼(신발의 발을 감싸는 윗부분), 스피드보드, 신발끈을 모두 피마자콩으로 만든 천연 소재, PA11로 만들었다. 통기성이 좋고 다른 소재를 덧대지 않아서 가볍다. 미드솔은 헬리온 HF에 사용된 페백스를 사용해 만들었다. 러닝화 전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구독형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특이한데, 클라우드 네오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사용하고 닳아서 못 쓰게 된 러닝화를 반납해야만 새로운 클라우드네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고 버리는 러닝화가 아니라 거대한 러닝화 재활용 사이클을 만들어낸 셈이다. 더 나아가 온에서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한 러닝화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를 선보일 예정이다.
온 러닝화가 핫한 이유?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러닝화이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꾸준히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애슬레저 룩과 잘 매치할 수 있는 편안한 신발로 유행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는 러너들만 알아보는 아이코닉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면서 자신의 개성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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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