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달콤한 디저트에 환장하는 에디터 유정이다. 디저트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디저트 취향을 묻는다면, 나의 답변은 “이가 없어도 먹을 만큼 부드러운 게 좋아!”, 상큼보다는 달콤파. 크림 가득 촉촉한 빵이나 케이크는 절대 못 참, 아니 안 참는다. 어린 시절에도 당연히 안 참았다.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마약과도 같은 델리만쥬의 향기(냄새 아님)는 저항 없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명동역 델리만쥬 1호점이 ‘떡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델리만쥬가 다 같은 델리만쥬지, 거긴 뭐가 그렇게 다르냐고? 나도 궁금해서 직접 가서 사 먹어봤다.
위치는 4번 출구에서 가장 가깝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을 때부터 익숙하고 달콤한 향기가 풍기는데, 그대로 출구 쪽으로 한 걸음만 옮기면 1호점을 바로 발견할 수 있다.
평일 낮에 방문했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웨이팅할 필요도 없었다. 델리만쥬를 사먹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을 가만히 보니,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손님들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들, 혼자 온 여학생, 등산 가방을 멘 어르신, 거기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수상한 사람까지(이건 나다). 큰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니, 이날 오전에도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 팀도 촬영을 왔다고 알려줬다.
사실 나에게 델리만쥬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매번 꼬숩달달한 향기에 홀려 사 먹어도, 맛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맛이 없는 것까진 아닌데 어딘가 밍밍한 크림과 약간 퍽퍽한 빵에 늘 아쉬움이 남았다. 눈앞에서 구워지는 통통한 델리만쥬를 보며 별다를 것 없을 거라는 의심 반, 다르길 바라는 기대 반으로 두 봉지를 샀다. 소, 중, 대, 특대 사이즈로 판매하고, 각각 6개, 10개, 16개, 20개가 들어있다. 가격은 각각 3,000원, 5,000원, 8,000원, 1만 원. 개당 500원꼴이다.
미리 만들어 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만들기 때문에 정말 ‘very hot’이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경고 문구를 얕보다간 입천장 다치니 주의하길.
맛 평가를 하자면, 확실히 다르다. 어릴 때 냄새에 속았던 그 아쉬운 델리만쥬가 아니다. 우선 크림 인심이 넉넉하다. 본사 지침보다 많은 양을 넣는다고 하던데, “난 호빵도 앙금 적은 게 제일 싫어요.”라고 말하던 사장님의 단호한 말을 믿고 먹어볼 만하다. 크림이 부족해 속상할 일은 없을 거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반죽. 본사에서 보내주는 반죽을 사용하는 다른 지점들과 달리, 직접 공수한 재료로 반죽을 직접 만든다. 공장에서부터 이동하면서 맛과 품질이 달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기억 속 퍽퍽한 델리만쥬와는 좀 다른, 향기에 부응하는 맛의 델리만쥬를 먹고 싶다면 명동 1호점에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특히 뜨거울 때 바로 먹으면 겉면이 살짝 바삭하고 속은 부들부들하다.
시간이 지나면 겉바속촉은 사라지지만, 그럴 땐 사장님의 추천대로 ‘얼먹’하면 된다. 의외로 얼려 먹는 게 따뜻할 때 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차갑게 먹으면 크림의 달콤함은 극대화되고 모나카 아이스크림 같은 매력이 있어서 계속 먹게 되는 위험한 맛이었다. 이 기사를 본 후에 델리만쥬를 먹게 된다면 꼭 얼먹을 시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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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