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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어떻게 커피 도시가 되었을까

월드컵과 유엔총회가 동시에 개최된 것과 같다
월드컵과 유엔총회가 동시에 개최된 것과 같다

2024. 05. 17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 최고 바리스타를 선발하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와 세계 최대 커피 전시회 ‘월드오브커피’가 함께 개최됐다. 한마디로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월드컵과 유엔총회가 부산에서 동시에 개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커피 축제에 대한 기록을 디에디트를 통해 전한다.

월드오브커피 부산

월드오브커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은 홈바리스타의 급속한 성장이다. 그동안 커피 전시회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미묘하게 찬밥 느낌이었다면, 이번 월드오브커피 부산에서는 홈카페, 홈바리스타, 커피 애호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전문성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당연한 특징이지만, 홈카페 소비자들을 간과하고 한탕 하던 일부 대형업체들이 눈에 띄게 부진했다.

부산 커피

가장 눈에 띈 곳은 부산 스페셜티커피를 상징하는 블랙업커피. 블랙업커피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해외 선수들을 위해 연습실을 무료로 제공했다. 한국 국가대표 임정환 바리스타도 대회 기간 중에 수시로 블랙업 커피 부스에서 다양한 커피를 제공했는데, 블랙업커피와 임정환 챔피언 덕택에 세계의 커피인들에게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블랙업커피 부스에서 알레한드라 게이샤 커피를 마셨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파나마 게이샤 커피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환상의 맛이었다.

먼스커피
게더커피
에프엠커피
커피스니퍼

로스터리들이 몰려있던 로스터스 빌리지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 컵테이스트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의 먼스커피, 여성 생산자 협회 세계 우먼스 커피 소속 게더커피, 부산 서면의 에프엠커피, 전포동의 스트럿커피가 다양한 커피를 선보였고, 서울의 커피스니퍼, 로우키, 진테제, 언더프레셔커피가 개성있는 커피를 선보였다. 이외에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의 닥커피, 오스트레일리아 국가대표 악실커피 등이 임팩트 있는 커피를 선보였다. 중국의 운남성 커피를 선보인 부스, 베트남 로부스타에 파인애플 프로세싱을 한 부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참, 사우디 커피 부스도 뭔가 특이한 느낌이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방문하지 못했다.

호주 악실커피
네덜란드 닥커피
에스메랄다 농장

월드오브커피 부산 로스터 빌리지는 먼저 한국, 특히 부산 업체들의 수준이 세계적인 스케셜티커피 업체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호주 국가대표 악실커피, 네델란드 닥커피, 파나마 게이샤의 원조 에스메랄다 농장 등 해외업체들의 개성 있는 운영이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홈바리스타를 위한 장비업체들이 눈에 띄었는데, 커피 맛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그라인더 제품들이 인기가 많았다. 대만에서 새롭게 시작한 믹스쿨 에리스 그라인더는 분쇄 날을 쉽게 분리해 청소가 간편하고(의외로 파격적인 기능이다), 낮은 회전으로 그라인더를 작동해 커피 원두를 충격 없이 절삭할 수 있어 더욱 섬세한 커피 향미를 표현했다.

또 다른 인기 제품은 코만단테. 독일에서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코만단테 그라인더는 배우 유연석, 가수 이상순과 같은 연예인이 사용하는 그라인더로 유명하다. 코만단테는 절묘한 절삭력으로 현존하는 수동 그라인더 중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제품이다. 굳이 표현하면 핸드밀의 메르세데스, 샤넬이랄까? 이번 행사 중 코만단테 부스에는 한국 브루잉 커피(핸드드립커피) 챔피언 정형용, 김승백 바리스타가 코만단테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다양한 커피를 선보였다.

가정용 브루잉(핸드드립) 제품으로는 디자인이 아름다운 펠로우, 전통의 하리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러브라믹스 제품들이 인기가 많았다. 러브라믹스는 브라질 국가대표이자 세계 챔피언인 한국계 엄보람 씨가 설계한 브루잉 툴을 선보였는데, 강렬한 색감과 입체적인 디자인이 커피 추출의 최적화를 선보였다. 커피 머신은 가정용 머신까지 출시한 라마르조코, 김사홍 바리스타와 함께 홈바리스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달라코르테가 돋보였다.

맷윈턴

세 번째, 챔피언들의 대회용 커피를 마셔볼 기회가 많았는데 2022년 세계 브루어스 커피 챔피언 맷윈턴과 2024년 브루어스 커피 준우승 와타류의 커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리스타 챔피언들의 커피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면, 타격감이 강하지 않으면서(계측기로 측정하면 전체적인 농도값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진하다) 향미 성분이 응축된 느낌에 가깝다. 굳이 말하면, 질 좋은 피노누아 레드와인의 느낌에 가장 가깝다. 향미가 충분히 표현되면서 질감까지 좋다.

일반 프랜차이즈 매장의 커피가 대중음식점의 음식과 비슷하다면, 스페셜티커피 매장의 커피는 맛있는 노포 음식점이 연상이 되고, 대회용 커피는 파인다이닝 셰프의 공들인 음식과 비슷하다.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준비하는 과정과 향미의 레이어를 표현하는 방식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했을 때의 느낌이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미카엘 재신

에스프레소, 밀크커피, 창작메뉴를 함께 선보이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의 우승은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미카엘 재신 바리스타가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 대만, 한국에 이어 네번째이다. 척박한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재신 바리스타는 커피를 대하는 자세, 다양한 향미를 표현하는 입체적 방법과 같이 커피의 본질을 생각하는 깊은 시연을 선보였다.

임정환

개인적으로는 부산 출신 한국 챔피언 임정환 바리스타의 커피가 인상적이었다. 임정환 바리스타는 수단루메 커피로 커피에 픽셀이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커피 향미의 총량과 밸런스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다. 임정환 바리스타는 전주연 바리스타 이후 최고의 성적인 파이널리스트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의 영향으로 앞으로 커피 매장에서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 커피 경험이 강조되고, 커피 향미의 복합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트렌드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폴바셋의 우승 이후, 커피 매장에서 다양한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되었듯이, 커피 대회가 우리의 커피 생활에 의외로 밀접하게 연결이 되었다.


부산의 신흥 카페 추천

월드오브커피와 함께 지금 가장 뜨거운 부산의 신생 매장을 추천한다.

첫 번째는 최근 사직동에 새롭게 문을 연 노프로그램 커피. 노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의 유명한 스페셜티커피회사의 블렌딩 커피를 소개하는 편집 매장으로 새로운 커피와 어울리는 창작 메뉴를 수시로 선보인다. 이번에는 커피리브레의 다크리브레 블렌딩을 기반으로 비엔나 크림커피와 디카페인비앙코를 마셨다. 예상을 뒤흔드는 듯한 절묘한 맛과 조합이 정말 맛있다. 노프로그램의 최재영 바리스타는 창업 두 달 만에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한 커피업계의 실력 있는 바리스타이다.

두 번째 추천 커피는 벡스코 주변에 위치한 커피프론트. 전포동의 인기 있는 스트럿커피의 자매 매장이다. 커피 프론트의 추천 커피는 플랫화이트. 우유와 어울리는 에티오피아 블렌딩을 절묘하게 배합시켜 한국에서 가장 비싼 (?) 우유를 사용해서 제공한다. 작지만 알찬 매장이어서 이미 센텀 커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마지막 추천 카페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새롭게 문을 연 모모스커피 마린시티이다. 월드오브커피 부산 일정에 맞춰 문을 열었는데, 첫날부터 세계적인 챔피언들이 앞다투어 찾는 곳이 되었다. 추천 커피는 세계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의 주연셀렉션과 크리멜로. 전주연 챔피언의 추천 커피가 맛있게 예측가능하다면, 의외로 크림커피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