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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없이 평가하는 한국 커피 수준

커피 칼럼니스트가 평가하는 한국 커피 수준
커피 칼럼니스트가 평가하는 한국 커피 수준

2024. 06. 09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라고 쓰고, 사실은 에디터B의 의뢰로) ‘세계의 카페를 여행하는 커피 칼럼니스트가 평가하는 한국의 커피 수준’이라는 주제로 글을 준비했다. 그동안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를 비롯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로마와 같은 30개국 50여 개 도시의 카페를 방문했지만 직접적인 비교는 처음이다. 커피 향이 가득한 여행처럼 즐겨주기를 희망한다.


월드클래스 맞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국뽕 없이 냉정히 현실을 말하자면, 커피 문화로 우리보다 앞서 나갔던 일본과 대만은 이미 추월했고 가장 많은 챔피언을 배출한 호주, 영국,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유난히 사랑한다는 점에서 조금 특이하지만, 우리나라의 커피 수준은 생각보다 훠얼씬 높은 편이다.

전주연 바리스타 부부

객관적인 지표만 살펴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큐그레이더(큐그레이더는 커피 맛을 평가하는 스페셜티커피 협회 인증 커핑 자격증으로, 전세계 1만 명의 자격자 중에 7,000명이 한국인이다), WBC 최장기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 커피리브레 서필훈 로스터의 세계 최초 로스팅 대회 2연패(2012년, 2013년 우승), 2022년 먼스커피 문헌관 컵테이스터 챔피언 등 세계 최고 수준인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커피 산업을 살펴보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의 커피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바리스타들의 처우, 소셜미디어를 위한 과시형 문화, 저가 카페의 물량 공세와 같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2024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를 한국 부산에서 개최하는 공신력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커피 산업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이런 결과에는 다양한 커피문화를 흡수하고 즐겁게 향유하는 우리, 소비자들의 노력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커피 문화는 어떨까?

그렇다면 세계의 커피 문화는 어떨까? 스페셜티커피의 확대와 함께 전 세계의 커피 산업과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를 두고 발전하고 있다.

먼저 한국 이외에 가장 다이나믹한 커피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17세기 말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시작된 도시고, 커피하우스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는 의미에서 페니 유니버시티라고 불렸다. 1688년 시작한 커피하우스 로이드는 당대 지식인들의 경연장으로 세계 최초 해양 선박보험회사 로이드의 모태가 되었다. 한동안 홍차의 나라였던 영국은 20세기 말 제임스 호프먼의 스퀘어마일, 귈림데이비스의 프루프락과 같은 세계적인 커피 업체들이 등장하며 스페셜티커피 문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 런던에서 가장 뜨거운 카페는 로슬린이다. 호주, 아일랜드 출신 바리스타와 바텐더가 함께 시작한 매장으로, 런던 경제 중심지역 시티의 직장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 매장이다.

두 번째로 미국은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다. 미국 카페의 특징은 지역에 기반한 스페셜티커피 문화의 발전과 마일드한 아메리카노 커피다. 시카고와 LA 베이스 인텔리젠시아 커피, 서부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스텀타운 커피, 샌프란시스코의 블루보틀 커피, 스타벅스의 새로운 세대를 발전시킨 시애틀의 리저브 로스터리 등과 같은 매장이 대표적이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면 서민들의 벗, 소주가 서울(진로), 부산(대선, 시원), 제주(한라산), 호남(보해) 등 지역별로 발전한 것과 비슷하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위해서 에스프레소를 마일드하게 희석한 커피로, 한국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면, 한국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 미국식 스페셜티커피의 바이브를 느껴 보려면, 최근 서촌에 오픈한 인텔리젠시아 커피 월드 1호점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세 번째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는 이탈리아 이주민이 형성한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에 영국식 밀크티의 영향으로 화이트커피(카페라테, 카푸치노, 플랫화이트와 같은 밀크커피)가 주도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커피를 주문할 때 에스프레소는 쇼트블랙, 아메리카노는 롱블랙, 거품이 적은 밀크커피는 플랫화이트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카페들은 음식을 함께 서브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일수록 객관적인 음식도 훌륭하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대부분의 카페들이 서비스 매장이다. 대부분의 매장들이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직접 좌석으로 가져다 준다. 오스트레일리아 커피에 대한 내용은 얼마 전 디에디트에 올라온 시드니편을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바에 들어서면 계산대에서 커피를 주문하고(이탈리아에서는 커피=에스프레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문서를 커피바에 전달하면, 바리스타들이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 스탠딩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10초 만에 원샷으로 마시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이브의 완성이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는 카페인과 당분이 빠르게 흡수되어 각성효과가 높으면서 카페인 후유증이 적다. 이탈리아 커피바의 기본 가격은 1유로. 전국의 모든 카페들이 대부분 동일하다. 좌석에 앉아서 웨이터에게 커피를 주문을 하면 세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바에서 빠르게 마시면 1유로, 좌석에서 천천히 접대 받으면서 마시면 3유로. 의외로 심플하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에스프레소는 로마의 3대 에스프레소 타짜도로, 산우스타키오, 카페그레코이고. 서울에서는 리사르커피가 가장 현지의 느낌과 비슷하다.


한국의 월클 카페.list

커피리브레
모모스커피
나무사이로
프릳츠커피
펠트커피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매장을 추천하며 마무리한다(네임드 업체들이라 익숙하겠지만).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커피리브레,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의 모모스커피, 우아하고 섬세한 커피를 상징하는 나무사이로, 해외에서 더욱 인기가 많은 프릳츠커피, 판교와 광화문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펠트커피가 세계 수준이다. 제주를 상징하는 천재 바리스타 김사홍 바리스타의 커피템플도 빠질 수 없다.

커피템플의 탠저린 카푸치노

리브레의 추천 메뉴는 블렌딩 에스프레소, 모모스 커피는 에스쇼콜라 아메리카노, 나무사이로는 섬세한 브루잉커피, 프릳츠는 다양한 싱글오리진커피, 펠트커피는 시즈널 블렌딩 밀크커피, 커피템플은 슈퍼클린 에스프레소와 탠저린 카푸치노다.

서필훈 바리스타

5월 1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 바리스타 대회, 월드오브커피와 함께 세계 각국의 바리스타 챔피언들과 커피인들이 한국에 입국해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얼마 전 LA 다저스와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개막전으로 오타니쇼헤이, 무키베츠, 김하성 선수가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면, 커피 업계의 이번 행사는 메이저리그 전체가 한 달 정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월드클래스 커피 행사와 함께 여러분들의 커피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한다.

illustrator 문카소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