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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커피 가이드: 시드니 편

시드니에서 꼭 가야 할 카페 11곳
시드니에서 꼭 가야 할 카페 11곳

2023. 12. 28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남반구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시드니의 커피 열기가 후끈하다. 과거에는 멜버른에도 밀리던 시드니가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떠오르는 커피 도시 시드니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을 꼼꼼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❶ Ona Sydney

시드니의 첫 번째 추천 커피 매장은 오나 커피 시드니. 오나 커피는 폴바셋 이후 가장 위대한,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사샤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사샤의 우승 이후 오나 커피는 수없이 많은 바리스타 챔피언을 배출해,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의 산실이 됐다. 참고로, 부산 모모스 커피 소속 추경하 바리스타 역시 오나 커피 소속으로 컵테이스터 세계 챔피언 대회에 우승한 바 있다.

오나 커피는 시드니의 매릭빌에 위치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방문했는데, 매장엔 이미 손님으로 가득했다. 입구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바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앉아서 마실 수 있는 커피바가 아일랜드 스타일로 배치되어 있었다. 한국인을 포함한 중국인 바리스타가 많았고, 방문한 사람들도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있었다.

추천 커피는 하이엔드 큐레이션 커피(에스프레소, 필터커피)와 밀크커피. 챔피언들의 매장인 오나 커피는 바리스타들이 다양한 원두를 추천하고 있다. 나는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파나마 에니그마 농장에서 재배된 게이샤커피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파나마 에니그마 농장은 오나 커피 사샤가 파나마 핀카데보라의 재미슨과 공동 소유하고 있는 커피 농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특별한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오나 커피는 에니그마 농장의 게이샤 품종을 와인 가공을 응용한 탄소 침용 기법으로 커피의 향미를 더욱 배가시켰다. 복합적인 가공 방식으로 자몽, 복숭아, 포도, 장미, 라일락, 초콜릿, 캐러멜 같은 향미가 상상 초월하게 선명하다. 한화로 2만 원 내외의 가격임에도 전혀 아쉽지 않다. 이외에 베스트셀러인 라즈베리블렌딩 원두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화이트 밀크커피는 산딸기 우유와 커피가 절묘하게 혼합된 느낌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편안하고 부담 없는 밀크커피로 강력히 추천한다.

추천 메뉴: 큐레이션 커피, 플랫화이트
주소: 58 Smith St, Marrickville NSW 2204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❷ Diggy Doo’s Coffee

디기두는 시드니 다운타운에서 오페라하우스 방면 록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디기두는 멜번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회사 프라우드 매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한국인 바리스타 폴이 시드니에서 시작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폴은 오스트레일리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스페셜티커피 매장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파격적인 로스팅, 단맛과 함께 향미를 잘 발현하는 커피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매장이 건물 내부 푸드코트 한쪽에 있어서 조금 썰렁하지만, 지금 시드니 바리스타들이 앞다투어 찾는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이지만, 현지 모든 바리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추천 커피는 배치 브루 커피. 배치브루는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처럼 한 번에 대용량을 브루 하는 커피이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맛있다. 디기두의 배치 브루 커피는 외부 로스터리의 커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방문한 날에는 디기두에서 로스팅한 세로아줄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세로아줄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농장인데, 실력 있는 커피 회사에만 커피를 제공하기로 악명(?)이 높다. 한국에서는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 센터커피 박상호 바리스타가 특히 자주 선보이는 커피다.

디기두의 세로아줄은 강력한 단맛을 베이스로 자몽과 복숭아와 같은 섬세한 향미가 씨줄과 날줄처럼 절묘하게 조합되었다. 향미가 아름답지만, 단맛이 견고해서 커피 향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맛도 뛰어나지만, 현지 바리스타들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바이브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시드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커피와 분위기였다.

추천 메뉴: 배치 브루 커피
위치: 3/2 Bridge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❸ Gumption by Coffee Alchemy

시드니 다운타운에 있는 스트랜드 쇼핑몰에 위치한 검션은 도시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싱글오, 오나와 함께 시드니 커피 삼대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도 검션에서 만드는 밀크커피는 남반구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스트랜드 쇼핑 아케이드는 시드니의 퀸빅토리아빌딩과 함께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외적인 상징성에서는 QVB(Queen Victoria Building)가 한 수 위지만, 19세기부터 시작한 스트랜드 쇼핑 아케이드가 더욱 아름답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추천 커피는 밀크커피. 라테와 같이 우유가 많이 들어간 커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일대일의 비율로 들어간 피콜로를 좋아한다. 검션의 피콜로는 강력한 향미의 에스프레소와 소량의 스팀밀크가 맹렬하고 치열하게 조합된 느낌이다. 과일과 꽃향이 밀크와 함께 섬세하게 조합되는 결과가 매우 훌륭하다. 이외에도 검션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트랜드의 매력적인 아케이드 내부를 걷고,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3층에도 올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방문객의 마음을 흔들 만큼 아름답게 치장되었다.

추천 메뉴: 피콜로
위치: Shop 11, The Strand Arcade, 412-414 George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❹ Single O Surry Hills

시드니의 네 번째 추천 매장은 싱글 오 커피(Single O Surry Hills). 싱글 오 커피는 20년 가까이 시드니의 최고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위치는 중앙역에서 서리힐스로 넘어가는 입구. 서리힐스는 과거엔 슬럼 구역이었지만, 꾸준히 재개발이 진행되어, 지금은 셀럽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성수동이나 서울숲과 비슷하다.

싱글 오 커피는 스페셜티커피와 페어링 되는 질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프릳츠의 성공 이후, 빵과 커피의 궁합이 인기가 많아졌다면, 시드니에서는 싱글 오 커피의 성공 이후 많은 매장들이 음식과 커피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추천 커피는 필터 파이트(Filter Fight). 세 종류의 커피를 한 번에 제공하는데, 두 종류의 블렌딩과 한 종류의 필터커피를 시즌에 따라서 조금씩 바꾸면서 맛볼 수 있다. 싱글오의 커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서 훌륭한 메뉴다. 커피뿐만 아니라 올데이 브런치 메뉴 역시 인기가 많은데, 캐러웨이 시드 호밀빵에 캐슈치즈 피클페넬을 스윗레몬아스펜에 칠리오일을 이용해 요리한 오픈샌드위치 ‘아보쇼’를 추천한다. 신선한 남국의 재료와 스파이스와 향신료가 절묘하게 조화롭다. 향미 좋은 커피와 양질의 음식 페어링이 생각보다 더욱 훌륭하다. 현지 체류 중인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커피 음식, 분위기까지 모두 훌륭하다. 단점이 있다면, 조금만 늦어도 대기가 심하다.

추천 메뉴: 필터 파이트
위치: 60/64 Reservoir St, Surry Hills NSW 2010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❺ Stitch Coffee QVB

타운홀 바로 앞에 위치한 퀸빅토리아빌딩은 영국 여왕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했을 때 사용하던 궁전이 상업 시설로 리노베이션 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명품 브랜드만 입점이 가능한 쇼핑몰이다. 오뜨 꾸트르 디자이너 피에르가르뎅은 시드니의 퀸빅토리아 빌딩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업건물이라고 극찬한 적도 있다.

스티치 커피는 퀸빅토리아빌딩 1층 아케이드 한가운데에 처음으로 입점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위치는 QVB 1층 중앙, 아름다운 벽시계 밑 모든 매장에서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QVB에서 가장 상징적인 위치다. 스티치 커피는 고급스러운 쇼핑몰에 전혀 부족함없이, 양질의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추천 커피는 푸어오버 커피(필터커피, 브루잉커피, 핸드드립 커피와 비슷한 표현). 바리스타의 추천으로 엘파리이소 리미티드 커피를 마셨다.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발효 커피를 선보이는 곳이다. 향수를 포함한 듯한 폭발적인 향미가 특징이다.

향미 있는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매력적으로 느낄 만큼 밸런스와 애프터도 훌륭하다. 스티치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햇살이 아름다운 QVB 내부를 살펴보아도 좋다. 다만, 워낙 고가의 명품매장이 많아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추천 메뉴: 푸어오버 커피
위치: Ground Level QVB, Shop G054/455 George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❻ Skittle Lane

시드니 다운타운의 마지막 추천 커피는 시드니 직장인들의 성지와 같은 스키틀 레인 커피다. 과거 다운타운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메카(Mecca)였지만, 최근에는 스키틀 레인 커피가 현지에서 가장 뜨겁다. 위치는 타운홀 뒤편, 오피스건물 사이. 매장 주소의 도로명이 카페의 명칭이 되었다. 스키틀 레인 커피의 첫 번째 인상은 무서울 정도의 단순함과 깔끔함이다. 액자를 비롯한 오밀조밀한 장식물을 사랑하는 현지의 정서와 다르게 깔끔한 벽면의 담백한 분위기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스키틀 레인의 추천커피는 밀크커피.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의 99퍼센트가 밀크커피를 마시지만, 스키틀레인의 밀크커피는 유난히 맛있다. 가능하다면, 오지(호주 사람을 부르는 표현) 밀크커피 플랫화이트를 마셔보자. 콜롬비아 싱글오리진 수세식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깔끔한 밀크커피의 밸런스가 극강으로 청명하고 우아하다. 평범하면서 위대한 커피를 선보이는 곳이다. 마치 서울 성수동의 로우키 커피를 연상시키는 바이브이다.

추천 메뉴: 플랫화이트
위치: 40 King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링크]

❼ etc.

Aslan Coffee Rocks, Normcore, Artificer, Lieble, noOk

이외에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주변 록스의 아슬란 커피는 인도네시아 블렌딩과 싱글오리진 커피가 훌륭하고 인도네시아풍의 음식이 아주 맛있다. 분주한 관광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운타운 오피스 건물 사이의 놈코어 커피는 단단한 밀크커피가 훌륭하고, 서리힐스의 아티피셔 커피는 꽃향기가 가득한 밀크커피의 정석이다. 그리고, 한국인 출신 세계 컵테이스터 챔피언 김야마 바리스타의 리에블 커피는 현지 바리스타들에게 디기두 만큼 뜨거운 곳이다. 리에블 커피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시드니 한인 카페의 대부 제이미가 운영하는 noOk도 위치하고 있다. 욕심이 많아서 다양한 업체들을 소개했지만, 어느 한 곳도 맛없는 커피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단언컨대 시드니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추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도시 시드니에서 한국인 바리스타가 맹활약 중이다. 디기두의 폴, 아슬란의 이건주, 놈코어 커피의 네이트, 디기두의 김유진, 스티치의 에이미 등. 더 이상 국적이 중요한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한국을 빛내는 커피인들을 함께 응원해주면 좋겠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