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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에도 잘 어울려요

LG 톤플러스 HBS-1100 사용기
LG 톤플러스 HBS-1100 사용기

2017. 05. 21

취향이 아닌데도 그 편안함이 좋아서 계속 찾게 되는 제품이 있다. 벤시몽 스니커즈가 그랬다. 예전에 프랑스 여행을 갈 때 에디터M에게 어떤 선물을 사다줄지 물었더니, 두 번 정도 “나는 괜찮다”라고 말하더라. 세 번째 물었을 때 냉큼 대답한다. “벤시몽 한 켤레 사다줘.” 역시 한국인은 삼 세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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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시몽이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볍게 설명하자면 프랑스의 스니커즈 브랜드다. 고무 밑창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디자인에, 새제품일 때도 몇 달 신은 것처럼 낡아 보여 ‘프렌치시크’의 상징으로 불린다. 신다 보면 발이 가볍고 어느 스타일에나 잘 어울려서 자꾸만 찾게 된다. 에디터M에게 사다주면서 “왜 이런 걸 돈 주고 사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나도 두 켤레 째 신고 있다.

톤플러스도 그랬다. 사실 나는 넥밴드형 헤드셋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한민국에 풀어닥친 톤플러스 열풍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년에 최상위 모델인 LG 톤플러스 HBS-1100을 처음 써보기 전까진 말이다.

사용환경이 너무나 경쾌했다. 실타래처럼 가느다란 이어폰 선을 뽑아서 귀에 꽂았다가, 버튼 하나로 자동 줄 감기를 할 땐 너무 재밌어서 까무러칠 뻔 했다. 게다가 가볍긴 얼마나 또 가벼운지. 가만히 있을 땐 목에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뛸 때도 편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로. 다만, 디자인에 대한 취향 때문에 오래 사용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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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에디터M이 블루투스 헤드셋 노래를 불러서 신제품인 LG 톤플러스 HBS-920을 리뷰해보기로 했다. 작년에 써봤던 제품과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더 슬림해졌다. 가장 큰 매력은 이어팁이 완전히 숨어 있는 디자인이다. “난 헤드셋이 아니고, 목에 거는 액세서리야.”라고 말하듯 새침을 떠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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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톤플러스의 엄청난 판매량과 계속되는 업그레이드에 힘입어 LG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신제품은 또 나와야 하고, 디자인은 더 나아져야 한다. 기능은 더할수록 좋지만, 디자인은 덜어낼수록 좋다. 작고 날씬해져야 한다. 그리고 더더욱 ‘헤드셋 같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서 HBS-920의 히든 이어팁 디자인이 나왔다. 이어팁이 메탈릭 커버 뒤에 숨어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작은 변화지만 훨씬 좋다. 심플하고 깔끔해졌다. 목에 걸어두면 꽤 세련된 모습이다. 에디터M의 어머니는 정말로 액세서리를 걸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셨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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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사진을 직접 따라해주신 에디터M이시다]

그래,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최고의 디자인은 아니지만 티셔츠 위에 무심하게 걸쳐줘도 꽤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핑크 컬러를 착용해봤는데, 블랙이나 실버도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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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휠을 돌리면 베이스를 바로 온/오프할 수 있는 기능도 인상적이다. 위치 선정이 아주 좋다. 버튼이 많아지면, 헷갈릴 수 있는데 이어폰 휠에 달려 있어서 구분하기 직관적이다. 어떤 노래를 듣다가 중저음을 더 강조하고 싶다면 휠을 살짝 돌려주면 된다. 다만, 생각처럼 휠이 가볍게 돌아가진 않아서 귀에 착용한 채로 돌리기는 조금 어렵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라 소리가 ‘지글’거린다는 것도 옛말이다. 사운드는 꽤 괜찮다. 완전 고품격 오디오의 사운드를 들려준다기보다는, 기대 이상의 준수함이다. 어느 소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사운드다. 깨끗하고 명료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같은 맥락으로 통화 품질도 괜찮았다. 특히 마이크 성능이 좋아서 소음이 심한 곳에서도 통화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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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의 만족도는 실로 높았다. 한 마디로 평가해보라고 했더니, “어쩐지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이걸 쓰더라고, 다 이유가 있었어”라고 말하고 깔깔 웃는다. 아침마다 한강 달리기를 할 거라며 사달라고 조르는데, 최근 두 달 동안 뛰는 거 딱 두 번 봤다. 한 달에 한 번 씩 나갈 꺼면 못 사드려요.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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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