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 유정이다. 디에디트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했다. 바로 오늘 리뷰의 주인공, LG ‘시네빔 큐브‘. 사실 나는 지금껏 빔프로젝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애초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빔프로젝터가 왜 필요하지? TV나 모니터를 사면 되잖아?’라고 생각했으니까. 투박하고 못생긴 기계를 내 방에 들여 인테리어를 망치기 싫은 이유도 한몫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시네빔 큐브가 참 마음에 든다. 처음엔 단순히 작고 예쁜 겉모습에 끌렸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수록 내면이 더 알찬 녀석이더라.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긴 하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못 참아줄 정도의 흠은 아니다. ‘치명적’이라고 말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단점을 상쇄하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게 대체 뭔 소린지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끝까지 확인해 보시길.
➊ 디자인
“빔프로젝터가 이렇게 예쁠 수 있나요?”
기존 빔프로젝터에도 검은색, 은색 등 다양한 컬러가 있지만 대부분은 흰색 플라스틱 소재를 쓰고 모서리는 둥근 곡선으로 마감한다. 마치 가정용 프린터 같은 생김새다.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무난함’이 기존 디자인의 관건이었다면, 시네빔 큐브는 그 자체로 오브제 역할을 한다.
시네빔 큐브의 외관은 오묘한 은빛이다. 거기에 은은한 광택과 샤프한 직선 형태가 더해져 여느 오브제 컬렉션 못지않은 세련미를 뽐내는 동시에 오래된 라디오나 영사기가 생각나는 레트로한 감성까지 갖췄다.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한 LG의 고심이 느껴진다. 360도 회전하는 손잡이는 각도를 조절하는 거치대 역할을 겸하고, 본체와 손잡이를 연결하는 좌우 경첩 부분은 스피커를 겸한다. 전원 버튼과 HDMI, USB-C 포트, DC IN 전원 단자는 전부 후면에 배치되어 깔끔하다.
이벤트 기간에 구매해 전용 케이스도 받았다. 본래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브라운 컬러의 가죽 케이스다. 하지만 아이폰도 ‘생폰이 진리’이듯, 시네빔 큐브도 케이스를 끼지 않은 게 더 예쁘다. 그래도 스크래치가 날까 염려된다면 충분히 쓸만한 디자인이다. 무엇보다 장착하는 방식이 간편하다. 겉옷을 입히듯 양옆으로 착 끼우면 끝.
➋ 휴대성
“맥북만큼 가볍고 아이폰만큼 작다”
시네빔 큐브는 작고 가볍다. 무게는 1.49kg로, 시네빔 라인의 다른 휴대용 제품인 PF50KA과 비교하면 490g 무겁다. 하지만 PF50KA의 해상도는 Full HD이고 시네빔 큐브는 4K. 게다가 시네빔 큐브에는 손잡이까지 달렸고 더 좋은 명암비, 밝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1.49kg면 충분히 가볍다.
가로 13.5cm, 세로 8cm, 높이 13.5cm로 크기도 매우 작다. 아이폰 14 프로와 단순히 키만 놓고 비교했을 때 시네빔 큐브가 더 작은 수준이라 한 손으로 들고 옮기는 것도 문제없다.
휴대용 기기인 만큼 측면에 도난 방지 포트를 연결할 수 있는 슬롯을 배치했다. 주인 없는 노트북은 내버려두고 자전거만 훔쳐 가는 엄복동의 나라에서 이 포트를 사용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필요에 따라 캠핑장 등 야외 공간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포터블 빔프로젝터임에도 불구하고 내장 배터리가 없어 무선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기본으로 제공하는 전원 케이블의 길이가 약 150cm로 짧은 편이라 원하는 위치에 두고 쓰려면 멀티탭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USB-C 포트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어서 65W 이상의 출력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➌ 성능
“작지만 성능은 강력합니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시네빔 큐브의 반전 매력은 성능에 있다. 시네빔 큐브는 4K UHD 해상도와 최대 120인치의 화면 크기를 지원하고, 휴대용 빔프로젝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급 광원인 RGB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다. 레이저 광원은 휴대용 빔프로젝터에 주로 사용되는 LED 광원보다 직진성이 강해 화질이 선명하고 색상 표현력이 뛰어나며 광원의 수명도 길다.
시네빔 큐브의 밝기는 500 안시 루멘. 스펙만 봤을 때는 일반적으로 빛이 차단되지 않은 밝은 공간에서는 영상을 시청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39만 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스펙이지만, 광원의 특성과 45만 대 1의 압도적인 명암비가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커버해서 실제 체감 밝기는 좀 더 밝은 편이다. 거기에 시네빔 큐브는 ‘다이내믹 톤 매핑 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조절해 깊은 대비를 표현해 준다.
비교를 위해 1,500 안시 루멘의 4K 빔프로젝터 ‘시네빔 HU70LS’와 같은 영상을 나란히 투사해 봤다. 당연히 HU70LS가 더 밝고 선명하게 표현되지만, 3배 차이를 실감할 정도로 밝기 차이가 심하지는 않았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는 밝기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명암비가 높은 시네빔 큐브가 더 쨍하고 채도가 높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시네빔 큐브가 사무실에 도착한 오후 네 시쯤, 테스트를 위해 기대 없이 스튜디오의 흰 벽에 투사했을 때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음에도 봐줄 만한 밝기를 구현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와칸다 전투 장면을 4K로 감상했는데, 개미 떼 같은 전사들이 뭉개지는 현상 없이 깨끗한 화질로 표현됐다.
해가 진 후 깜깜한 환경에서 투사해 보니 그제야 색 재현력의 진가를 실감했다. 아이유의 ‘Celebrity’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는데, 아이유가 입은 분홍색 드레스와 민트색 문의 색감이 화사하게 구현됐다. 물론 TV를 완벽히 대체해 낮에 영상을 보는 용도로 쓰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주로 퇴근 후에 영상을 보거나 암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시네빔 큐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자동 초점과 자동 키스톤 기능이 빠릿빠릿하게 작동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요소 중 하나였다. 고정해 둔 시네빔 큐브를 실수로 툭 건드려도 단 1초면 수평과 초점이 바로 잡힌다. 수동으로 조절할 필요도 없고, 이리저리 기울이고 옮겨도 금세 자동으로 화면을 보정해주니 편리했다. 특히 보정 과정에서 지잉- 하는 기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다만 미묘하게 수평이 틀어질 때가 있어서 약간 거슬리긴 했다. 제품을 살짝 흔들어(?)주면 금세 다시 자리를 잡긴 한다.
➍ Web OS 6.0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편리함”
시네빔 큐브도 다른 시네빔과 마찬가지로 Web OS를 지원한다. 덕분에 와이파이만 있으면 별도의 기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전원만 켜서 간편하게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에어플레이, 미라캐스트도 별도로 연동할 수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웬만한 OTT는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예능,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지금 국내에서 뜨는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홈 화면에 띄워주는데 이게 꽤 편리하다. TV나 모바일 기기로 볼만한 영상을 찾으려면 이 앱 저 앱을 들락거려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게다가 UI도 깔끔하고, 버튼을 눌렀을 때 전환 속도도 빠른 편이라 OTT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프라임비디오는 리모컨에 물리 버튼으로도 존재하기 때문에 TV만큼이나 조작이 편리하다.
시네빔 상위 라인의 기본 구성품인 인공지능 리모컨 대신 일반 버튼식 리모컨만 제공된다는 점은 아쉽다. 리모컨으로 채널과 음량을 조절하는 게 대부분인 TV와 달리 빔 프로젝터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검색하고 선택하는 데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모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공된 일반 리모컨으로는 음성 검색을 하거나 마우스처럼 사용할 수가 없고, 일일이 커서를 움직여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입력해야 한다. 이 방식이 아주 속이 터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스마트폰에 씽큐 앱을 연결해 커서 드래그와 마이크 기능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리모컨 수신부가 제품 후면에 있기 때문에 시네빔 큐브를 옆에 두고 조작할 때 스크린을 향해 버튼을 누르면 조작이 잘 안 되는데, 씽큐 앱을 사용하면 이런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
➎ 사운드
“…외장 스피커는 필수”
빔프로젝터가 시청을 위한 기기인 만큼 사운드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시네빔 큐브의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자체 내장 스피커의 음질이 정말 별로다. 어느 정도냐면 아이폰 스피커보다도 안 좋다. 가끔 블루투스 스피커 없이 스마트폰 음량을 키우고 싶을 때 아쉬운 대로 스마트폰을 컵 안에 넣어 소리를 울리게 만들 때가 있다. 그러면 물 먹은 스피커처럼 소리가 먹먹해지면서 음량이 살짝 커지는데, 안타깝게도 시네빔 큐브의 사운드가 그런 느낌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피아노 연주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감상했는데 문방구에서 파는 멜로디언 연주를 듣는 기분이었달까.
십여 분 동안 영상을 계속 감상하다 보니 요상한 음질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잠깐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 영상을 다시 재생해 보고 깨달았다. 결코 그 저퀄리티 사운드에 익숙해질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따라서 시네빔 큐브로 플레이리스트를 틀거나 영화를 감상할 예정이라면 외장 스피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2개까지 연결할 수 있고, HDMI eARC를 지원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현하거나 사운드 바를 유선으로 연결해 홈 시어터를 구축할 수 있다.
➏ 총정리
음질이 나쁘다는 엄청난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네빔 큐브는 139만 원의 값어치를 한다. 대체 불가능한 감성적인 디자인, TV나 모니터는 줄 수 없는 휴대성, 포터블 빔프로젝터 중에서는 견줄 대상이 없는 훌륭한 해상도와 색 재현력까지 갖췄다. 해가 진 시간대나 암막 커튼을 친 공간에서는 120인치의 대화면과 4K의 선명한 화질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각도를 기울이면 천장에도 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방에 꼭 흰 벽을 비워두거나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서 좁은 공간에서 활용하기도 좋다. 특히 캠핑을 자주 다니는 사람, 집 안 여러 장소에서 넓은 화면으로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 인테리어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시네빔 큐브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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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