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입이 근지러워 죽는줄 알았다. 인간적으로 작심삼일의 고비는 넘긴 후 공지해야할 것 같아서 3일을 참았다. 4일 째인 오늘 까지 출석부를 찍었으니, 이젠 가벼운 입을 놀려도 될 때가 온 것 같다.
여러분 제가 1일 1플랭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자. 흔한 표현은 이럴 때 먹히는 법이다. 운동과 담쌓고 지낸 시간이었다. 그 담도 보통 높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언제라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야트막한 높이였는데,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겼다. 운동부족. 근력부족. 체력고갈.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생존체력이 비상벨이 울렸다. 몸이 보내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들린다. “움직여, 인간! 너 이러다 뒈진다고!”
예전처럼 스피닝을 시작해볼까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실 시간을 낼 자신도 없었다. 가끔 집 근처 올림픽공원으로 러닝을 나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두 가지 핑계로 나가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첫 번째 핑계고, 신상 나이키 베이퍼 맥스를 구입하지 못했다는 게 두 번째 핑계다. 한심한지고.
[상상 속에서는 이렇게 몸이 가볍고 건강하다]
죽지 않을 만큼의 근육이라도 확보해보려는 마음에 홈트레이닝도 시작해 봤다. 몇 가지 프로그램을 따라해보다가 넉다운됐다. 너무 힘들다. 근육을 얻기 전에 죽을 것 같다. 결국 목표를 아주 낮게 잡기로 했다. 아무리 바빠도 2~3분만 시간을 내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 매일매일 플랭크를 하자.
내가 운동에 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플랭크는 너무나 멋진 운동이다. 흔히 ‘코어운동’이라고 하지. 내 몸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근육을 단련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운동법은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팔꿈치를 댄 상태로 엎드려서, 무릎을 바닥에서 떼고 몸을 일자로 만든 후 버티면 된다. 어떤 움직임도 없이 한 자세로 1분 정도를 버티기만 하면 된다. 겉으로 보기엔 안 힘들어 보이는데, 해보면 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곧 덜덜 떨리기 시작하니까.
1일 1플랭크를 결심하고 앱스토어에 Plank를 검색했다. 매일 매일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는 ‘플랭크 다이어리’같은 앱을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수많은 관련 앱이 나왔는데 내 성에 차는 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다운로드 받아서 테스트해보았다. 자, 지금부터 나의 ‘플랭크 앱 이상형 월드컵’을 시작한다. 여러분도 하나 골라서 동참하시길. 아, 모두 iOS 앱이다.
Men’s Plank 30 Day Challenge FREE
상의탈의한 근육질 남성의 3D 이미지가 시선을 당긴다. 게다가 내가 찾고 있는 ‘앱 이상형’의 1번 조건인 ‘애플워치 지원’을 충족했다. 제일 먼저 다운로드했다. 30일의 챌린지 코스를 제공한다. 매일 매일 한 세트라도 플랭크를 하고 체크하면 되는 구조다. 운동 시간도 내가 직접 설정할 수 있어서 좋더라. 첫 세트는 40초로 세팅했다. 그런데 ’START’ 버튼이 없다. 뭐지? 40초로 설정해두고 SAVE 버튼을 누르니 운동을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40초 카운트다운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였다. 그럼 이 앱이 하는 일이 대체 뭐야? 단호하게 비추천.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하루라도 빼먹으면 30일 챌린지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냉혹함.
다운로드 이유 : 애플워치 앱을 지원한다
결격 사유 : 미치도록 수동이다.
링크 : iOS 클릭
Plank
UI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앱이다. 이름도 간결하게 플랭크. 애플워치를 지원하진 않지만, 오로지 플랭크만을 하려는 내게는 이 심플함이 매력적이었다. 잡다한 요소는 하나도 없다. 터치하면 즉시 운동이 시작되며, 원을 따라 빨간 선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며 카운트아운이 시작된다. 군더더기가 없어 사용하기 편하다. 이 앱 역시 30일 코스로 구성돼 있는데, 매일 운동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쉽게도 직접 설정할 순 없었다. 여러 세트를 하더라도 따로 표시할 수도 없고 말이다. 첫날 세팅이 20초로 되어 있는데 암만 그래도 너무 짧다. 그리고 30일 째엔 5분을 버텨야 한다는데 그것도 무서워진다.
다운로드 이유 : 가장 아름답고 심플하다.
결격 사유 : 어떤 설정도 바꿀 수 없는 심플함.
링크 : iOS 클릭
Plank Challenge Free
5주 코스로 만들어진 친절한 앱이다. 5주 후에는 내가 4분 동안 플랭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 앱이 그리는 빅피쳐. 주단위로 시간과 세트를 달리하며 체계적인 코스가 짜여있다. 이 앱도 설정을 바꿀 순 없지만, 다른 앱에 비해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설정을 따로 바꿀 순 없지만 이 정도면 만족. 운동 시작 후 카운트다운 이펙트가 너무 초라해서 맥빠지는 건 아쉽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지원한다.
다운로드 이유 : 상세한 운동 스케줄이 마음에 들어서.
결격 사유 : 정지 버튼이 없다.
링크 : iOS 클릭 / 안드로이드 클릭
My Plank
제일 마지막에 다운로드 한 앱인데 결국은 여기 정착하기로 했다. 인터페이스가 꽤 재밌다. 운동 화면에서 스타트 버튼을 둘러싼 원 부분을, 아이팟 클래식의 휠을 돌리듯 터치하면 목표 운동 시간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한 세트가 끝난 후엔 보통 휴식 시간이 15초 정도인데 이 앱은 그 시간을 활용해서 광고 영상을 쏜다. 솔직히 짜증나는 요소지만, 광고가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하세요라는 멘트로 사람 마음을 휘어 잡는다. 원한다면 몇 번이고 세트를 추가해서 할 수 있으며, 날짜 별로 운동 시간이 기록된다. 애플워치를 지원하지 않는 다는 게 아쉽지만, 일단 당첨!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지원한다.
다운로드 이유 : 앞서 다운로드한 앱이 전부 맘에 안들어서.
결격 사유 : 인앱구매가 없다. 광고 지우고 싶은데!
링크 : iOS 클릭 / 안드로이드 클릭
Plank Variation Workout
마지막으로 플랭크 응용 동작도 도전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앱을 더 소개한다. 꽤 괜찮은 앱이다. 스타트를 터치하면 밑도 끝도 없이 운동이 시작된다. 화면 속의 언니가 강력한 팔 근육을 뽐내며 시범을 보여준다. 카운트다운 이펙트도 여태 소개한 앱 중에 가장 세련된 편. 동작마다 다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제는. 지금 내게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사실. 기본 플랭크 동작도 버거운 내게… 사이드 투 사이드 플랭크는 가혹해요. 총 11가지 동작을 지원하며, 각각의 동작은 움짤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다운로드 이유 : 핑크색이라서.
결격 사유 : 내가 결격 사유다.
링크 : iOS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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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