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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시를 그대로 옮긴 서울 카페 3

독일, 일본, 뉴욕의 공간을 재현한 카페
독일, 일본, 뉴욕의 공간을 재현한 카페

2024. 04. 02

안녕. 얼마 전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제에 언제 또 나갈까 궁리하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시간과 잔고, 모두 내 맘 같지 않게 초라하기 짝이 없으니까. 다음 여행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차례인 만큼 다시 비행기를 타는 날까지 가까운 곳에서 ’여행 맛‘이나마 봐야겠다. 다행히 서울에는 여행의 설렘을 끌어 올려주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간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해외 국가와 도시의 장소를 모티프로 삼은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독일의 예술 대학, 일본의 킷사텐, 미국 뉴욕의 카페테리아에서 영감을 얻은 공간들. 여행 경험이 있는 분들에겐 현지와 비교해 보는 재미를, 경험이 없는 분들에겐 방문 욕구를 선사할 테다.


독일의 예술 대학
데 스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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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스툴의 출발점은 독일의 한 예술 대학이다. 베를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돌아온 서덕재 대표는 성인이 된 후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시 독일로 향한다. 당시 진학을 목표로 했던 쿤스트 아카데미의 화실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때의 기억은 이 연희동의 카페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참고로 독일어 데 스툴(Der Stuhl)은 ‘의자’를 뜻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각자의 의자 위에서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품는 사람들처럼, 이 공간이 자유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공간에 머물다 보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타일과 유리블록, 바 테이블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격자무늬가 대표적이다. 직선과 직선이 교차하며 만드는 간결함은 언뜻 독일 모더니즘 디자인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독일어가 새겨진 포스터나 박스 테이프 따위의 소품, 시크한 전자음악과 어우러지며 한층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피바 뒤편에 놓인 수전과 보드는 쿤스트 아카데미의 화실에서 따온 디테일. 의자 역시 그곳 학생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의자의 느낌을 내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 구한 결과물이다.(다만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특정한 디자인 사조를 따르거나 독일 디자이너/브랜드만 취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못지않게 식음료 메뉴의 퀄리티도 높다. 햄치즈 샌드위치에 오렌지 라떼로 배를 채우고, 열심히 작업하다가 슬슬 출출해진다 싶을 때 아우프 말차와 당근 케이크를 주문해 보면 어떨까.

독일 거주 시절의 기억을 살려 만든 햄치즈 샌드위치는 자멜(semmel) 빵과 약드부어스트(jagdwurst) 햄, 고다(gouda) 치즈라는 심플한 구성이 특징. 슴슴한 빵에 짭조름한 햄과 치즈가 더해져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오렌지 라떼는 부드러운 밀크커피에 오렌지 시럽을 추가해 상큼함을 더했으며, 아우프 말차는 말차 파우더와 우유에 더치 커피를 넣음으로써 진하고 씁쓸한 맛을 끌어 올렸다.

데 스툴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2층
  • 영업시간 | 11:00-21:00 (월요일 휴무)
  • @derstuhl_

일본의 킷사텐
킷사코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일본의 어느 찻집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킷사코이. ‘일본식 레트로 다방풍 요리주점’을 표방하며 낮에는 커피와 식사와 디저트를, 밤에는 술과 요리를 제공한다. 도쿄 신주쿠에서 우연히 방문한 지하 킷사텐을 모티프 삼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붉은색 가죽 소파와 오래된 나무 가구, 각종 광고 포스터와 다다미 좌석 등 일본의 킷사텐과 가정집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구석구석 엿보인다. 실제로 쇼와 시대와 메이지 시대에 사용했던 빈티지 아이템들을 발품 팔아 공수하는 등 레트로 무드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신경 썼다고.

워낙 콘셉트가 확실한 곳이라 보기에만 예쁘고 막상 시간을 보내기엔 불편하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적당히 밝은 조명과 푹신한 소파,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등 기대 이상으로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특히 바깥 풍경과 매장 전경을 번갈아 가며 조망하기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볼 것을 추천한다.

낮과 밤이 다른 색을 가진 가게인 만큼 킷사텐과 이자카야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메뉴가 준비돼 있다. 카페로만 이용하고 싶은 분들은 오후 12시-3시 사이에 방문해 음료와 디저트 등을 주문하면 된다.(점심 라스트 오더는 2시 10분에 마감이다.)

달달한 메론 소다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가 들어간 멜론 크림소다. 달달함에 달달함을 더한, 어찌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맛이지만 크림소다는 원래 그 유치한 맛으로 먹는 거다. 내친김에 커스터드 푸딩도 시켜보자. 탱글탱글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젤라틴을 넣는 대신 부드럽고 진한 맛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 특징으로, 그냥 먹을 때와 생크림을 같이 떠서 먹을 때의 매력이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여기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싶다면 나폴리탄과 명란 오차즈케를 권한다. 우동 면처럼 두껍고 통통한 형태의 면을 쓴 나폴리탄은 독특한 식감뿐 아니라 단맛 가운데 은은하게 느껴지는 매콤함이 신의 한 수. 오차즈케는 녹차를 우린 물에 소스를 더해 적당히 간이 밴 국물과 밥을 함께 먹는 음식이다. 전반적으로 고소하고 담백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으며, 여기에 고명으로 올라간 구운 명란이 감칠맛을 더한다.

킷사코이

  • 주소 | 서울 마포구 독막로 250-1 1층
  • 영업시간 | 12:00-23: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 월요일 휴무)
  • @kissa_koi

뉴욕의 카페테리아
해피헤비드링커

‘행복한 과음자’. 상호에서부터 유쾌한 기운이 느껴지는 해피헤비드링커는 미국 뉴욕의 카페테리아를 모티프로 만든 가게다. 요즘의 뉴욕을 말하는 게 아니다. 펑크 록 뮤지션이자 시인인 패티 스미스가 저명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활동하던 6-70년대 뉴욕이다. 신승아 대표는 Max Bar와 Chelsea Hotel, Cafe Dante 등 당시 실재한 공간에서 힌트를 얻어 다양한 군상이 모여드는 카페테리아를 만들었다. 책 읽고 작업하는 이와 술 마시며 왁자지껄 떠드는 이가 한데 섞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체리우드 컬러의 나무 장과 붙박이 소파, 헌팅 트로피와 빈티지 포스터 등 대중문화 속 미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적지 않다. 다만 이는 뾰족하게 설정한 시각적 콘셉트보다는 당대 뉴욕의 장소들을 레퍼런스로 활용하며 쌓인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벽장 쪽의 2인석, 오후 볕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ㄱ자 형태의 소파,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널찍한 셰어 테이블 등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할 손님들을 염두에 둔 다양한 좌석 배치도 눈에 띄는 점이다.

‘Long Stay’를 강조하며 공간에 오래 머물고 가기를 장려하는 매장답게 커피와 식사, 술까지 다채로운 식음료 메뉴 구성을 자랑한다. 아몬드 밀크와 버터 밀크를 넣은 넛츠커피는 크리미한 질감에 고소・달콤한 맛이 포인트인 시그니처 메뉴. 쉽게 녹지 않는 커다란 위스키 얼음을 넣음으로써 천천히 마셔도 진한 농도가 유지되는 아이스 커피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베이글로 만드는 샌드위치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보자. 싱그럽고 새콤한 맛을 원한다면 당근 라페와 칠리 마요 소스를 넣은 보스버니 샌드위치를, 고기와 버섯과 치즈의 눅진한 조화를 즐기고 싶다면 베이컨 오픈샌드위치를 추천한다.

해피헤비드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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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