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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모 포켓3, 결국 사버린 이유

DJI 오즈모 포켓3 장단점 솔직 리뷰
DJI 오즈모 포켓3 장단점 솔직 리뷰

2024. 03. 14

안녕, 에디터H다. 요즘 가장 핫한 카메라, DJI 오즈모 포켓3 리뷰를 준비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굉장히 늦은 리뷰다. 작년 10월에 출시되었으니 올해 3월에 리뷰를 내놓는 건 직무태만에 가깝다. 하지만 다들 역대급 휴대성에 성능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도 내 마음은 도무지 동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에 출시된 오즈모 포켓 1세대 제품에 된통 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니까. 

왼쪽이 오즈모 포켓 1세대, 오른쪽이 포켓3

오즈모 포켓의 첫 등장은 센세이션했다. 손바닥 만한 사이즈에 짐벌과 카메라를 동시에 품고 있는 구조라니. 이제 이것만 있으면 브이로그 업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LCD 화면은 제대로 촬영이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엔 턱없이 작았고, 배터리, 화질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러니까 휴대성말고는 쓸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채 열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에 이른다. 오즈모 포켓3를 구입한 김에 다시 꺼내보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더라. 

이런 극악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오즈모 포켓3를 구입한 이유는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이 제품만 들고 다니는 걸 깨달았기 때문. 만나는 사람마다 “이게 최고다, 너무 편하다”라면서 얼마나 극찬을 하는지.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뒤늦게 결제를 갈겼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내가 신랄하게 평가해주겠어! 이런 마음으로. 

하지만 신랄해질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잘 만든 카메라였다. 언제 어디서 촬영해도 스트레스가 없었다. 매일 매일 오즈모 포켓3만 쓰고 싶었다. 사무실에 딱 1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촬영나가는 팀이 많을 때 쟁탈전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장점부터 정리해보자. 

오즈모 포켓3의 2인치 회전형 스크린

화면이 현저히 커진 오른쪽의 포켓3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화면 크기. 오즈모 포켓2개 1.08인치 LCD였던 것에 비해 오즈모 포켓3는 2인치 OLED 스크린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실제 촬영 환경에서의 차이는 두 배 이상이다. 훨씬 쾌적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음은 물론, 밝기도 700니트로 개선되어 야외 시인성도 훌륭해졌다. 화면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데, 2인치 정도 되니 조작 역시 더 편리하다. 

게다가 가볍게 밀어주면 손쉽게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로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다. 화면을 가로로 놓으면 16:9, 화면을 세로로 놓으면 9:16으로 촬영 모드가 바로 바뀌기 때문에 따로 설정을 바꿀 필요도 없는 것. 물론 가로 모드에서는 최대 4K, 세로 모드에서는 센서 일부를 크롭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3K 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점은 참고하시길. 유튜브 촬영을 하다 “이건 쇼츠각인데?”싶을 때마다 잽싸게 화면을 세로로 돌려서 컷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에 촬영 과정이 경제적이다. 

오즈모 포켓3, 새로운 1인치 센서와 화질

이제 화질 얘기를 해보자. 다들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기대한 것보다 잘 나오는데?”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 기대치라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놀랐다. 오즈모 포켓 1세대만 해도 조금만 조도가 떨어져도 노이즈가 자글자글 끼는 경우가 많았고, 주변 환경이 바뀔 때마다 노출을 잡지 못해 화면이 시커멓게 됐다가 하얗게 날아가는 현상이 허다했으니까. 

내가 이렇게 악평을 하고 있는 1세대 제품은 1/2.3인치, 2세대 제품은 1/1.7인치 센서를 탑재했다. 그리고 신제품인 오즈모 포켓3는 무려 1인치 센서로 업그레이드 됐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 중에 비교하자면 소니의 ZV-1 M2같은 콤팩트 카메라와 같은 크기의 센서다. 카메라에서 센서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겠는가. 1세대 제품과 비교했을 때 센서 크기가 4배 가량 늘어났으니 촬영 결과물이 환골탈태한 것도 당연한 얘기다. 

오즈모 포켓3로 촬영한 저조도 사진
오즈모 포켓3로 촬영한 저조도 사진

낮에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이런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할 만큼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심지어 색표현도 과장없이 자연스럽고, 인물을 촬영했을 때 피부의 표현도 부드럽고 화사하다. 저조도에서도 노이즈가 생기긴 하지만 특별히 디테일이 뭉개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저조도 모드 OFF
저조도 모드 ON

심지어 저조도 모드가 따로 있어서, 아주 어두운 상황에서도 저조도 모드를 사용하면 깔끔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이 마저도 귀찮아서 그냥 자동 모드로 촬영했다. 그냥 대충 들고다니면서 찍어도 충분히 승률이 좋은 카메라다. 특별한 조작 없이 쉽고 가볍게 찍는 게 이 제품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즈모 포켓3

4K 120fps를 지원하는 것도 놀라운데 크롭없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포인트. 

브이로그를 위한 완벽한 카메라

브이로그용 카메라로서는 현존하는 선택지 중에 최강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더 예쁘고,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여전히 ZV-1 시리즈를 추천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가벼움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린다. 게다가 3축 짐벌 카메라니까 들고 다니면서 찍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분명히 함정이 있을텐데?” 이런 삐딱한 마음이 들만큼 계속 좋다. 아주 좋다. 

디에디트 라이프 유튜브 채널에 들어갈 쇼핑 브이로그를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우리 말고 다른 손님들도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찍자는 뜻에서 오즈모 포켓3만 들고 가봤다. 카메라가 작다보니 우리끼리 소란스럽지 않고 은밀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가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팔이 후들후들 떨릴 때까지 촬영할 필요가 없다는 건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4K 해상도로 총 41분 동안 연속 촬영을 했고, 약간의 미지근한 발열이 느껴지긴 했지만 큰 이상 없이 촬영을 마쳤다. 참고로 4K 60fps 기준 최대 116분, 1080p 24fps 기준 최대 166분까지 촬영할 수 있다.

AF 성능 역시 우수한 편. 제품 촬영을 하려고 최소초점거리 20cm보다 가까이 렌즈를 들이대는 경우만 아니라면, 전작과 비교했을 때 AF 속도가 현저히 빨라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DJI Mic 2

우리는 크리에이터 콤보로 주문했다. 오즈모 포켓 단품은 64만 9,000원, 크리에이터 콤보는 83만 4,000원이다. 만만치 않는 가격이지만 본품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낀 게 DJI Mic 2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다. 

전작인 포켓2 역시 멀티 핸들을 연결하면 무선 마이크를 연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제품인 포켓3는 마이크 수신 기능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그냥 마이크 전원만 켜면 두 기기가 자동으로 페어링이 되고, 화면에서 배터리 잔량도 확인할 수 있다. 

송신기에 8GB 내부 저장 장치가 있어서, 행여 촬영하다 연결이 불안정해서 끊겼을 때도 백업 오디오를 따로 녹음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 든든한 포인트다. 마이크는 최대 2대까지 페어링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한 세트 더 구입해버렸다. 물론, 오즈모 포켓3가 아닌 다른 기기에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오즈모 포켓3, 단점과 결론

물론 사소한 불만은 있었다. 본체에 삼각대 홀이 없기 때문에, 삼각대를 쓰고 싶다면 반드시 배터리팩을 끼운 후에 연결해야 한다는 것. 디지털 2배 줌을 지원하는데 저조도에서는 쓰기 어려울 만큼 화질이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짐벌 구조상 방수방진이 어려워서 터프한 환경에서는 쓰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점 거리가 20cm 정도인데, 특정 물건의 클로즈업샷을 찍기에는 초점거리가 좀 길다. 장소가 협소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 쓰듯 카메라를 공격적으로 들이대면 나중에 확인했을 때 초점이 나가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딱히 떠오르는 단점이 없다. 이렇게 단점이 없는 제품이라니. 광고가 아닐까 스스로 의심이 될 정도다. 

대체자가 없다. 오늘 리뷰의 결론이다. 오즈모 포켓3는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제품으로 성장할 것이다. 벌써 차기작이 기대될 정도.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구입하셔도 좋다. 한 번 망해본 사람의 리뷰니까 믿으셔도 된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