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출판사 민음사의 14년 차 마케터 조아란이다. 누가 나에게 “당신은 전자책 파입니까? 종이책 파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일단은 “종이책!”을 외치긴 하겠지만(지난 독서템 추천 기사에서 종이책에 밑줄 치며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종이책-전자책 하이브리드 파다. 시간, 장소, 상황, 책의 종류, 심지어는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종이책과 전자책을 가리지 않고 읽기 때문.
언제 종이책을 읽고 언제 전자책을 읽는지 거칠게 구분해 보면 공부하듯(?)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은 대부분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읽고,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읽기가 가능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는다. 그 외에는 너무 두꺼운 책일 경우, 급하게 바로 읽어야 하는 책일 경우, 글이나 리뷰를 써야 해서 검색 기능이 꼭 필요한 경우 등에 전자책을 애용한다. 하지만 또 반대로 벽돌책이기에 일부러 종이책을 구매하기도 하고, 빠르게 집중해서 읽기 위해 종이책을 선택하기도 하는 등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선택의 기준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러한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전자책을 읽을지 종이책을 읽을지 결정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변덕스럽게 작용하는데 이런 나에게 최근 전자책 읽을 욕구를 강하게 동기부여한 제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닉스 북스의 ‘팔마’. 고만고만한 사이즈와 디자인의 전자책 리더기 사이에서 확 눈에 띄는 팔마를 처음 본 순간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구매를 망설이게 한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요인은 40만 원이 넘는 가격. 주저하던 도중 미리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나처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한 달 사용 리뷰를 남겨본다. 렛쭈고.
옷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휴대성
팔마의 가장 큰 가시적 장점은 휴대성이다. 팔마의 구매평을 봐도 압도적인 휴대성에 대한 찬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6.13인치 사이즈로 6인치대의 갤럭시 24나 아이폰 15 모델과 비슷한 크기이며 무게 또한 170g으로 가벼워 이동 중 30분 이상 연속으로 사용해도 피로도가 낮았다. 한 달 동안 늘 가방에 넣고 다녀보니 그냥 휴대폰을 두 대 가지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미니 백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별 간섭 없이 늘 챙겨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팔마의 사용감을 극대화하는 꿀조합으로 젤리 케이스와 그립톡을 추천한다. 이렇게 사용할 경우 정말 휴대폰을 들고 있는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그대로 느끼며 한 손으로 기계 조작을 할 수 있다. 물리키를 이용하고 싶다면 우측 볼륨키로, 또는 화면을 직접 터치하여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깜빡에 넘어가는 속도감
사용하며 두 번째로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반응 속도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지라 리디 페이퍼, 크레마, 샘 등 서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단말기를 만져보거나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깜–빡’ 하며 느리게 전환되는 속도였다. 게다가 오래 쓸수록 점점 느려진다. 때로는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기계 밖으로 이탈한 경험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팔마 사용 한 달 차에는 이런 충동을 아직까지 느껴본 적이 없다. 오닉스 팔마는 스마트폰을 닮은 외형만큼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체감상 ‘깜–빡’이 아닌 ‘깜빡’의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거나 앱을 전환할 수 있어서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줄어든다.
그 밖의 특징
팔마는 최신 기기답게 간단한 생활 방수를 지원하며, 조명 센서 기능이 있어 주변 환경의 조건에 맞춰 자동 밝기 조정도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 3,950mAh로 하루 평균 사용 1~2시간 기준 거의 일주일 이상 사용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갤럭시 24s의 배터리가 4,000mAh이다.) 그리고 뜻밖에도 16메가픽셀의 후면 카메라가 있어 촬영이 가능한데, 기본 어플로 스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스캔한 문서는 블루투스를 연결하여 휴대폰으로 바로 전송할 수도 있다.
모든 읽기 활동을 팔마로
‘그냥 휴대폰으로 책을 보면 되지, 대체 왜 팔마를 사야 되는 거지?’ 전자책 리더기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독자라면 팔마의 장점들을 보고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이즈나 기능을 떠나서 전자책 리더기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의 피로도가 낮은 e-ink 디스플레이의 편안함과 스마트 기기의 알람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마를 사용하게 된다면 아무리 휴대폰과 꼴이 비슷하더라도 그 용도는 확실히 구별하여 사용해 보는 걸 추천한다.
팔마는 다른 오닉스 북스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유튜브 영상도 팔마를 통해 흑백으로 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영상을 위한 기기는 아니니 재미로만 써보자. 추천하는 앱들은 평소 ‘읽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앱들이다.
각 서점의 뷰어들과 밀리의 서재, 교보 전자도서관은 물론 롱블랙이나 퍼블리 같은 구독 서비스 어플도 버벅임 없이 구동된다. 여기에 평소 사용하던 성경 앱이나, CNN과 같은 해외 언론사의 앱들도 팔마에 설치해서 각자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읽기’ 플랫폼을 구성해 볼 수 있겠다. 앞에서 말한 팔마의 빠른 구동 속도 덕분에 텍스트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어플들은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각자의 ‘읽기’ 루틴에 맞춰 사용해 보길 추천! (그렇지만 사용 중인 스마트폰만큼 편리하리란 기대는 하지 말자)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 읽기를 장려해야만 하는 2024년의 출판 마케터의 입장에서 ‘전자책 vs 종이책’의 밸런스 게임은 큰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취향이나 선호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디바이스로 상황에 맞춰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처럼, 책 또한 다양한 방법과 포맷으로 더 많은 독자들의 시간과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종이책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남은 분량을 눈으로 가늠하며 읽는 것, 내가 읽고 지나간 페이지들이 아직 읽지 않은 부분들에 비해 기분 좋게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 좋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 등은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이다. 하지만 또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수십 권의 책을 가방 한편에 품고 다니는 든든함, 꺼내보고 싶은 문장을 모두 기억해 내지 못해도 단어 하나만 기억할 수 있다면 찾아낼 수 있는 스마트함, 서점에 가지 않아도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언제 어디서든 구매해서 읽을 수 있는 편리함 등은 전자책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이다. 그래서 독서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 다양한 방법으로 ‘읽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팔마를 살 것인가 하면 ‘아마도?!’이다. 지난 몇 달간 방전되어 있는 아이패드 미니를 당근하고 팔마로 갈아타게 되지 않을까. (이미 팔마 전용 젤리 케이스와 그립톡도 샀으니까..)
오닉스 북스 팔마 이런 사람에게
추천
① 휴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나마) 빠릿한 기계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
② 전자책 리더기 이것저것 경험해 봤고 조금 새로운 기기를 써보고 싶은 고인물 사용자
③ 독서 생활에 40만 원을 투자할 심적 물적 여유가 있는 사람
비추천
① 아무리 전자책이라도 페이지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② 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만 읽는 사람
③ 휴대폰으로도 집중해서 책 잘 보는 사람
④ 주로 만화나 잡지를 전자책으로 보는 사람
About Author
조아란
“재미있는 건 일단 하고 본다”를 일과 삶 모두에 적용 중. 책 소개만큼이나 물건 소개도 많이 하는 14년 차 출판 마케터이자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