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출판사 민음사에서 14년 차 마케터 조아란이다. 회사 채널인 민음사 TV에 고정 출연해 책보다 물건 소개를 더 많이 하는 ‘쇼핑 중독 마케터’로 활동 중이다.
디에디트 객원 필자 데뷔를 어떤 아이템으로 해야 할까 라는 짧은 고민 끝에 출판사 마케터의 전문성(?)을 살린 신년 맞이 독서를 도와줄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이템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이름하여 14년 차 출판 마케터의 독서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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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스탠드
현대인의 독서율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잡은 독서 의지마저 꺾는 요인들이 있으니 그중 첫째는 바로 목, 어깨 통증이다. 이 첫 번째 방해 요인을 해결하는, 혹은 예방하는 아이템이 바로 독서대다. 주로 누워서 책을 읽는다면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목 디스크가 심해지면 진짜 누워서밖에 못 읽는 수가 있다) 가끔이라도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독서대는 제발 사용하자.
독서대 시장의 경우 상품의 종류는 다양하나 대부분 고만고만한 Made in china 제품이 많고, 차별화된 상품을 찾기가 힘들다. 10여 종의 독서대를 직접 사용해 보고 그 중에서 최근 내가 가장 추천하는 독서대는 바로 반디 스탠드. 내가 독서대를 고르는 기준 두 가지는 ①얼마나 높이 조절이 가능한가, 그리고 ②평소에 치워두기 편한가인데 반디스탠드는 높이 조절의 자율도가 시중 독서대들 중 가장 높고(최대 52cm까지 높이 조절 가능), 사용하지 않을 때 완전히 접으면 2cm 두께로 접혀 보관과 휴대에도 큰 장점이 있다.
1세대 모델의 경우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려지긴 했지만 분리된 부품들과 복잡한 사용법으로 일반적으로 추천하기엔 저어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매된 2세대의 경우 분리 부품이 사라지고 조작이 훨씬 편해져서 마음 편히 추천할 수 있게 됐다. 노트북 거치대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어 늘어나는 높이만큼이나 활용도도 높은 편. 못생긴 게 단점이나 보다 보면 정드는 디자인.
[2]
타임타이머
우리의 독서를 방해하는 두 번째 요인은 바로 도둑맞은 집중력이다. 집중력을 당장에 되찾아오는 마법 같은 방법은 없지만 추천하는 타임타이머를 잘 활용하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구글에서 회의 시간 집중력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타이머로 알려지며 구글 타이머라고도 불린다.) 보통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감각하기 힘들지만 타임타이머는 시간을 빨간 면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시각적인 목표가 생겨 집중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처음에는 10분으로 시작해 조금 자신감이 붙으면 30분, 40분, 60분으로 늘려 게임하듯 타이머를 사용하다 보면 몇 타임씩 책을 읽는 기특한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은 내게도 도움이 된 아이템이니 효과를 기대해 봐도 좋다. 타임타이머는 앱도 있지만 책상 위에 휴대폰이 있기만 해도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작가들의 인터뷰 사진들을 보다 보면 심심찮게 타임타이머가 보이기도 하는데, 독서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활용하면 일과 쉼의 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특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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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
이제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본격적으로 책을 마구 더럽혀 보자. 나는 책이 흔한 출판사 직원인 데다 깔끔한 성격도 아니어서 읽는 책을 한껏 더럽히는 걸 지향한다. 또 그래야 ‘진짜’ 읽은 느낌이 나서 책에 밑줄과 메모하기를 의무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밑줄 긋기에 대단한 기술과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1독 시에는 연필을 사용해 눈에 걸리는 모든 문장에 표시하고 다시 훑어볼 때는 정말 남기고 싶은 문장에만 눈에 잘 띄는 컬러 볼펜으로 다시 표기하거나 여백에 메모를 한다.
이때 당연히 아무 연필이나 사용해도 좋지만 단단하고 연한 H 연필보다 부드럽고 진한 B 연필을 더욱 추천한다. B8 연필을 사용할 경우 서걱임 없이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밑줄을 그을 수 있다. 참고로 H는 뒤에 붙는 숫자가 커질수록 옅고 단단해지며, B는 숫자가 커질수록 부드럽고 진해진다.
연필은 매번 깎아야 하고 캡 없이 휴대하기도 불편하다고 생각한다면, 드로잉용으로 나온 점보 드로잉홀더와 콘테심을 사용하면 좋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독일 출장에서 기념품으로 구입한 물건이지만 ‘코이노 점보드로잉홀더’, ‘카웨코 드로잉 펜’ 등으로 검색하면 유사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아이템은 카코 젤펜이다. 젤펜은 수성펜이 가지는 매끄러운 느낌과 유성펜의 내구성을 모두 가진 펜으로 다양한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어릴 적 사용하던 사쿠라 겔리롤 펜의 필기감과 비슷하나 뚜껑이 없는 노크 타입으로 사용이 더욱 간편하다. 20가지가 넘는 컬러가 있어 밑줄의 용도나 도서 표지 컬러에 맞춰 색을 골라 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 민음사 도서 사은품으로 제작했던 필기구 중 독자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상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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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 인덱스, 포스트잇
밑줄도 긋고 싶고 책꾸도 하고 싶지만 도저히 책에 직접 밑줄을 긋는 야만적인 행위는 할 수 없겠다는 분들이 있다면 열공템으로 유명한 반투명 메모지를 활용하면 된다. 본문 위에 바로 붙여 사용하면 본문을 가리지 않고도 자유롭게 메모와 표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형광펜을 사용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롱인덱스도 컬러별, 타입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에 기호에 맞게 골라 쓰면 책의 훼손 없이 하이라이트와 인덱싱이 가능하다. 혹시 이후에 중고 책으로 판매 계획이 있다면 연필로 표기하고 지우는 것보단 훨씬 깔끔한 처리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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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토퍼
의외로 문진이나 북 스토퍼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나 혹은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독서인들이 많다. 하지만 하나 구비해두면 책을 읽으며 메모나 필사를 할 때나, 양손을 사용하지 않고 책을 볼 때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누름돌과 같은 형태의 문진(paperweight)보다는 집게와 무거운 추를 결합한 형태의 북 스토퍼를 더욱 추천한다. 특히 독서 생활 인증을 위해 사진이나 쇼츠 촬영을 해보고 싶다면 북 스토퍼는 완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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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LED 무선 미니 클립 독서등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 어두운 시간에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독서등이 꼭 필요하다. 책을 읽으려고 불을 다 켜고 있자니 너무 본격적이고, 침실의 은은한 무드등에만 의지해 책을 읽자니 침침해서 책 대신 휴대폰에 손이 갔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꼭 구매해야 할 물건이다. 파나소닉의 LED 독서등은 작고 가벼워 책에 직접 꽂아서 사용해도 피로함이 없고 집게 부분은 책을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일석이조.
전구색, 주백색, 혼합 세 가지 타입으로 빛 컬러 선택이 가능하며 이에 맞춰 밝기 조절도 가능해 취향과 용도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무선 충전 타입이라 어디서나 사용하기 편하고 간단해 여행 시에 휴대하기도 좋고 사진 촬영이나 영상 통화, 화상 회의 시 간이 조명으로도 요긴하다.
소소한 아이템들을 소개하며 다소 비장해져 버려 머쓱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많은 사람들의 독서 경험이 조금 더 즐겁기를 바라는 마케터의 염불보다 잿밥 아이템 소개.
About Author
조아란
“재미있는 건 일단 하고 본다”를 일과 삶 모두에 적용 중. 책 소개만큼이나 물건 소개도 많이 하는 14년 차 출판 마케터이자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