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연휴가 타이밍, 독서 입문 책 5

독서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요
독서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요

2026. 02. 11

안녕, 에디터 수은이다. 요즘 나의 최대 행복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서점 산책! 신간 코너를 쭉 훑어보다가 느낌 좋은 제목의 책을 한 권 고르고 주말 동안 방에 틀어박혀 읽는다. 이런 루틴이 생긴 건 작년부터인데, 유명한 베스트셀러부터 도파민 터지는 판타지 소설까지 한 권씩 클리어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내가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바로 ‘한 권의 책을 끝까지 몰입해서 읽었던 경험’. 오직 글과 상상력만으로 머릿속에 펼쳐지는 거대한 세계를 한 번 보고 나니, 자꾸만 다른 세계를 기웃거리게 됐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그럼 저 책은?

작년에 나의 독서 입문을 도와준 엄청난 흡인력의 책 5권을 소개한다. 마침 설 연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일지도.

“누군가 순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이 소설을 읽게 하라”

돌이킬 수 있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여러분이 부럽다. 이제는 SF 소설계의 고전이 되어 버린 작가 문목하의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은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물 같다. 장대하게 펼쳐지는 세계관부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마지막 반전을 향한 치밀한 빌드업까지 잘 만든 시리즈물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결말을 보기 전까지 절대 멈출 수 없을 거다.

반전이 중요한 소설이기에 줄거리는 최대한 간략하게 말해 보려고 한다. 싱크홀, 초능력, 타임 루프. 주요 키워드는 이 세 가지. 신입 수사관 윤서리가 비공식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대형 싱크홀 발생으로 폐쇄되었던 유령도시에 가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없어야 할 그곳에서 초능력을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을 발견한다. 이게 이 소설의 시작이자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내용이라니. 아, 그리고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이다. 그것도 아주 절절한 순애에 관한…(더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줄이겠다.)

초반에는 촘촘하게 짜인 세계관에 감탄하다가 절반쯤 오면 윤곽이 드러나는 반전에 “설마..”를 연신 반복하고, 후반부에는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게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가장 낭만적이고 처절한 사랑을 말하는 소설. 읽고 난 뒤 한동안 여운이 깊게 남아 갑자기 벅차오르곤 했다.

  • <돌이킬 수 있는> | 문목하 | 아작 | 1만 4,800원

“3시간이면 완독 가능, 영화 한 편 본 듯한 소설”

두께가 얇고 술술 읽히는 책일수록 완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아일랜드 출신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한 권 뚝딱할 수 있는 짧은 길이와 술술 읽히는 깔끔한 문체가 특징이다. 그중 <맡겨진 소녀>는 한 소녀가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며 시작되는 내용의 소설로, 지난 2023년 국내 개봉한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이기도 하다.

무심한 아버지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친 어머니, 가난의 틈에서 자란 소녀는 제대로 된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만 아이가 없는 먼 친척 부부의 집에 맡겨지면서 처음으로 어른의 다정한 보살핌을 받게 되는데…로 시작하는 내용. 언제나 자신을 헤아려 주는 아주머니와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며 놀아주는 아저씨. 아이의 시선에서 쓰인 담담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독자를 ‘맡겨진 소녀’로 만들어 버린다. 혹시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조심해라.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클레어 키건의 글은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색채가 선명한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맡겨진 소녀>의 옮긴이가 덧붙인 말이다. 클레어 키건의 글은 여백이 많다. 상황은 정확한 단어로 설명하지만, 감정이나 분위기는 함축과 암시를 통해 전달한다. 마치 우리가 실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같다. 그래서 더 몰입하고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하게 된다. 너무 현실적이니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감정이 휘몰아치는 책을 읽고 싶다면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읽어보자. 실제로 영화 한 편 감상하는 시간과 동일한 3시간 남짓이면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 다산책방 | 1만 3,000원

“지금까지는 세계 여기부터는 월드”

월드

“너는 이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너와 어울리는 사회를 지어 줄 참이다.” 우연히 SNS에서 본 이 한 문장에 매료돼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한 시집이다. 이 사회는 무엇이고, 화자가 지어 줄 사회는 무엇이길래. 이 시의 제목은 책 제목과 동일한 ‘월드’.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시다. 첫 시부터 순서대로 읽기 시작해 끝내 마지막 시에 다다랐을 때 나는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뒤였다.

<검은 양 세기>,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등의 책을 출간한 작가 김종연의 첫 시집 <월드>는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서사시이다. 인간만이 느낀다고 여겨지던 ‘마음’이 비인간에게서 생겨나 새로운 종의 ‘마음’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 비인간은 탈인간적 존재, 인간의 바깥, 인간 다음의 존재를 의미한다. 비인간의 언어로 인간의 ‘마음’을 말한다는 것은 타자의 시선으로 그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며, 타자의 시선으로 마음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위함이다. 이 시집은 줄곧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래도 괜찮다. <월드>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페이지를 넘기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시집이니까. 좋아하는 문장 몇 가지를 아래에 적어놓았으니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제발).

  • <월드> | 김종연 | 민음사 | 1만 3,000원

“아직 시가 어렵다면 한번 맛만 보세요”

시를 즐겨 읽지 않아도 이 표지는 한 번쯤 본 적 있지 않은가?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표지의 정체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시인선. 지금까지 약 250권의 시집이 출간되었고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은 지난 2023년 200번을 기념해 나온 티저 시집이다. 한 명의 시인이 쓴 여러 개의 시를 엮은 기존 시리즈와 달리 1권부터 199권까지 시인의 말만 모아 놓은 아주 특별한 책…!

시인의 말은 대부분 가장 마지막에 쓰이지만 시집의 맨 앞에 놓여 독자에게 가장 먼저 읽힌다. 시인은 긴 세월 동안 써 내린 시를 선보일 순간을 앞두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시인의 말을 통해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말에는 시집 전편을 관통하는 정서가 배어있다. 그래서 나는 서점에서 시집을 고를 때 시인의 말을 꼭 읽어본다.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은 맛보기만 모아 놓은 카탈로그인 셈이다.

아직 내가 어떤 시를 좋아하는지, 혹은 어떤 시집을 사야 할지 감이 안 온다면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을 먼저 읽어보자. 그러다 끌리는 글을 발견하면 그 시집으로 제대로 시작하면 되니까. 199명의 시인을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 최승호 외 | 문학동네 | 3,000원

“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순 없어”

이상하게 프랑스 문학은 재미없을 거란 편견이 있었다. 카뮈, 프루스트, 사강, 사르트르… 프랑스 문학이 지닌 문학사적 깊이와 작가들의 위상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지만 이름부터가 발음하기 어려워서일까(매번 프루스트는 프로스트로, 사르트르는 사트르트로 읽는다). 막상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이탈리아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그런 나를 지독한 프랑스 문학 찬양론자로 만들어 버렸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책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이었다. 저자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얀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얀은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친구가 빌려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읽고 뒤라스에게 푹 빠져버렸다. 이후 얀은 그녀의 모든 책을 읽고 그녀를 사랑하게 됐으며, 마침내 둘은 만났다. 그때 그의 나이가 28세, 뒤라스가 66세. 얀을 평생에 걸쳐 뒤라스만 바라보게 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두 부부와 한 명의 독신, 다섯 친구가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로 휴가를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들과 새로운 인물들 사이에서 열정과 욕망이 피어나고, 다시 사그라든다. 이 소설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절대적인 사랑은 없으며, 동시에 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소용돌이 치는 폭풍 그 자체. 출판사에서는 이런 문구로 책을 소개하더라.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마르그리트 뒤라스 | 녹색광선 |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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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은

01년생 막내 에디터.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단 디에디트 입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