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소개한다. 홍콩의 오디오 브랜드 NINM에서 만든 IT’s REAL이라는 카세트 플레이어다. 2023년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추천하다니, 누가 이걸 쓴다고? 라고 생각한다면 어쩜 그리 올바른 생각을 하셨을까? 그래서 이 제품은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한다(응?).
딴 얘기를 좀 하자면, 놀랍게도 카세트 플레이어는 멸종하지 않았다.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인다고 했던 게 1979년인데 라디오가 여전히 건재하듯, 카세트 플레이어 역시 건재하다…라고 말하기엔 사실 거의 죽긴 했다. 하지만 근근히 제품이 생산되는 이유는 추억과 디자인 때문이 아닐까. 카세트 플레이어를 보면 어린 시절의 풋풋하고 몽글몽글한 순간을 떠오르고, 카세트 플레이어의 아날로그한 디자인은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움을 주니까. 이 제품은 오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존재 이유는 오브제인 셈이다. 오브제의 기능은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소리는 좋지 않았지만 크게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1,180홍콩 달러(한화 약 20만원)를 주고 대표님에게 이걸 사겠다고 말했으니 리뷰를 위해 몇 번 써봤다.
버튼은 재생, 되감기, 빨리감기, 정지, 일시 정지로 구성되어 있다. 버튼의 만듦새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보기엔 예뻐보이지만 대충 누르면 쉽게 고정되지 않고 튕겨나오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바닥 끝까지 눌러야 한다. 특히 재생 버튼이 그랬다. 재생 버튼으로 애먹이는 걸 보니 확실히 음악 감상용으로 만든 제품이 아닌 게 분명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앞뒤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디자인. 테이프를 재생하면 태엽이 뱅글뱅글 돌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테이프를 넣으면 가려지기 때문에 태멍이 불가능하다. 아, 역시 테이프를 쓰라고 만든 게 아님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내장 스피커는 제품 하단에 있다. 이제 소리를 들어보자. 굴러다니는 카세트 테이프를 집었다. 서태지의 명곡 ‘울트라매니아’가 들어있는 명반 [태지의 화]. 소리는 단조롭고, 해상도가 좋지 않다. 딱 옛날 옛적에 듣던 카세트 테이프의 질감이랄까. 아니, 그것보다 더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제품 후면을 보면 전원, USB-C 충전 포트, 볼륨 조절 다이얼, 오디오 아웃 단자가 있다. 그리고 이제 이 제품의 장점을 말할 순서다.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 사용 방법은 독특하다. 동봉되는 음악 송신용 테이프를 넣으면 블루투스 송신이 가능해진다.
테이프를 결합하고 왼쪽에 있는 버튼을 위로 올리면 LED가 반짝거린다. 이때 스마트폰에서 ‘REAL TAPE’라고 뜬 블루투스 장치를 눌러 연결하면 끝.
스포티파이로 비비의 ‘밤양갱’을 틀었다. 음질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쁜 정도가 아니다. 음악이 입체적이지 않고 납작하게 들리는데 이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다. 최신 음악을 테이프로 듣는 느낌이랄까.
블루투스 스피커로 쓸 때도 카세트 테이프를 틀 듯, 재생 버튼을 눌러야 음악이 나오고 정지를 누르면 멈춘다. 정지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에서는 음악이 재생되는 중이어도 스피커에서도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참고로 이 테이프는 다른 카세트 플레이어에도 사용이 가능하긴 한데 모든 기기에서 재생이 가능하다는 건 보증할 수 없다고 한다.
IT’s REAL은 AA 배터리 4개 혹은 USB-C로 연결해서 작동할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지원하는 카세트 플레이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격도 IT’s REAL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니 이 제품은 디자인 하나만 보고 사는 거다. NINM에는 이 제품 외에 투명한 CD플레이어,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등 낭만 가득한 제품이 많으니 궁금하다면 [여기]로 들어가서 구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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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