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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의 요즘 술, 818 데킬라

켄달 제너의 818 데킬라, 직접 마셔본 후기
켄달 제너의 818 데킬라, 직접 마셔본 후기

2024. 03. 01

안녕. 술이 달아서 글을 쓰는 글렌이다. 오늘은 국내에 론칭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술을 소개하려고 한다. 포브스 선정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세계적인 모델이자 인플루언서, 인스타 팔로워 2.9억 명, 카다시안 패밀리, 모든 것을 갖춘 것 같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갓생’을 사는 시대의 아이콘 켄달 제너(Kendall Jenner). 그리고 그녀가 론칭한 818 데킬라 브랜드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요새 미국 시장에서 가장 핫한 술이라면 단연 데킬라다. 미국 증류주 협회(The Distilled Spirits Council of the US, Discus)에 따르면 2023년 데킬라와 메즈칼은 증류주 중 판매 금액 2위를 차지했다. 몇 년 전부터 데킬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아메리칸 위스키를 3위로 밀어냈고, 수십 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보드카의 왕좌를 넘보고 있다. 데킬라라면 저렴한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지금 미국은 한 병에 5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급 데킬라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는데 조지 클루니, 드웨인 존슨, 그리고 켄달 제너와 같은 셀럽이 론칭한 데킬라 브랜드도 그 인기를 함께 이끌고 있다.

818 데킬라는 단순히 스타 마케팅으로 반짝하는 브랜드가 아닌 맛과 품질로 인정받기 위해 4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에 발매했으며, 13개 국제 대회에서 43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818은 켄달 제너가 어릴 때 살았던 LA 칼리바사스 지역 번호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켄달 제너에 대한 팬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데킬라 열풍, 거기에 훌륭한 품질까지 삼박자가 맞아 818 데킬라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올해 2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되었다.

818 데킬라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데킬라에 대해 알아보자. ‘데킬라’라는 이름은 이 술이 탄생한 멕시코 도시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마치 프랑스의 꼬냑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를 꼬냑, 샴페인(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특별히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데킬라’시가 위치한 할리스코주를 비롯한 인근 다섯 개 주에서, ‘블루 웨버 아가베’ 단일 품종만을 사용해 생산된 것에만 데킬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블루 아가베. 출처: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데킬라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술이 바로 메즈칼이다. 데킬라가 블루 웨버 아가베 단일 품종으로만 만드는 데 비해 메즈칼은 다양한 품종의 아가베로, 데킬라를 생산하는 지역 외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다. 제조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데킬라는 아가베를 오븐에서 쪄서 만들고, 메즈칼은 구덩이를 파고 뜨거운 돌을 얹어 만든 화덕에서 구워내는 전통방식으로 만든다. 이렇게 찌거나 구운 아가베를 분쇄하고, 발효, 증류를 거치면 각각 데킬라와 메즈칼이 된다. 제조 방식의 차이에 따라 데킬라는 깔끔하고 시트러스한 풍미가 특징이고, 메즈칼은 거칠고 스모키한 풍미가 난다.

[아가베를 찌는 데킬라 제조 과정.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아가베를 굽는 메즈칼 제조 과정]

켄달 제너의 818 데킬라는 7년 이상 자란 최고 품질의 100%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해 만들어지며,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녜호(Añejo), 그리고 에잇 리저브까지 숙성 정도에 따라 네 가지 라인업이 있다. 리뷰를 위해 더현대 서울 팝업에 다녀왔다.

818 데킬라 팝업
[왼쪽부터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 에잇 리저브]
818 데킬라 팝업
[818 데킬라 테이스팅 노트]
[818 데킬라 블랑코.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818 블랑코(Blanco)는 증류 후 3주 숙성을 거친 제품으로 투명한 색상으로 블루 아가베의 신선한 풍미가 살아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재료의 풍미보다는 오크통의 영향이 커진다. 그래서 라인업 중 숙성기간이 가장 짧은 블랑코에서 블루 아가베 자체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818 블랑코의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가볍고 산뜻한 풍미의 노트들이 눈에 띈다. 테이스팅 노트는 가볍게만 참고하면 좋다. 맛이란 주관적 영역이기에 결코 정답은 없다. 추천하는 방법은 테이스팅 노트에 있는 여러 가지 향미 중에 특히 강하게 느껴지는 한두 개에 집중해 보는 거다. 나의 경우는 블랑코에서 꽃, 레몬그라스, 그리고 바닐라 풍미가 잘 느껴졌다. 가볍고 산뜻한,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는 듯한 이미지가 연상됐다. 가격은 10만 원.

[818 데킬라 레포사도.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818 레포사도(Reposado)는 3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쳐 아름다운 금빛 색상에 조금 더 복합적인 풍미를 가졌다. 818 데킬라는 아메리칸 오크, 프렌치 오크를 사용해 숙성하는데 이 중 아메리칸 오크에 숙성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뉘앙스가 바로 바닐라와 캐러멜 같은 달짝지근한 풍미다. 길지 않은 숙성 기간임에도 뚜렷한 바닐라 캐러멜 뉘앙스가 입혀져 블랑코와는 전혀 다른 풍미를 갖게된다.

레포사도를 한 모금 입에 머금자마자 다양한 디저트 맛이 연상 되면서 동시에 ‘아 이거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뭘까 고민하던 차에, 테이스팅 노트에서 ‘머랭’이라는 단어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상큼한 ‘레몬 머랭’ 풍미가 레포사도에서 물씬 느껴졌다. 가격은 12만 5000원.

[818 데킬라 아녜호.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818 아녜호(Añejo)는 1년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오크통의 영향으로 색깔은 완연한 호박색을 띠고, 풍미는 더 묵직해졌다. 나무에서 오는, 마치 사우나에 들어갔을 때 날 것 같은 우디한 향도 조금 느껴졌다.

테이스팅 노트에서 ‘실크와 같이 부드러운 여운과 풍부하면서 묵직한 마무리’라는 대목이 와 닿았다. 숙성기간이 길어지면서 맛도 풍성해졌지만, 삼키고 났을 때 느껴지는 여운인 피니시가 확실히 길고 묵직해졌다. 가격은 19만 5,000원.

사실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녜호(Añejo)는 데킬라의 숙성 기간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이 단어를 기억해 두면 다른 데킬라에서도 숙성 기간과 대략적인 풍미를 유추하는 데 유용하다.

[818 데킬라 에잇 리저브.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 에잇 리저브는 최대 8년까지 숙성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숫자 8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보틀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술장에 한 병 들여놓고 싶은 수집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이지만 64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에잇 리저브는 마셔보진 못했으나 상상해 보자면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로 오면서 점점 강해졌던 바디감과 우디함은 절정을 찍고, 꽃향기나 산미처럼 가벼운 풍미는 더욱 절제된 중후한 맛일 것 같다. 다른 라인업에서 언급된 적 없는 스파이시한 풍미가 테이스팅 노트에 등장한 것을 보아 라인업 중 복합적인 풍미일 거라고 추측된다. 나중에 어느 바에서 만나면 잔으로 경험해 봐야겠다.

818 데킬라의 국내 출시를 맞아 더 현대 서울에서 3월 7일까지 818 데킬라 팝업 스토어가 진행 중이다. 시음과 브랜드 굿즈, 다양한 이벤트까지 알찬 구성이다. 팝업 후기를 살짝 전해본다.

더현대 818 데킬라 팝업

캐치테이블에서 미리 예약하면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를 시음할 수 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아이패드와 에어팟 맥스로 준비된 영상을 시청하게 되는데, 켄달 제너가 818 데킬라를 마시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818 데킬라 팝업
[데킬라 3종 시음은 무료. 예약금 만 원은 추후 환불.]

소금과 라임을 곁들여 데킬라를 한 번에 털어 넣는 방법은 잠시 잊도록 하자. 분명 데킬라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렇게 하면 데킬라 본연의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켄달 제너가 추천하는, ‘데킬라와 키스’로 시작해 ‘머리를 뒤로 젖히며’ 끝나는 색다른 방법을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 보자.

818 데킬라 칵테일
[칵테일 가격은 잔 당 1만 2000원]

또 블랑코를 활용한 칵테일 3종을 주문해 맛볼 수 있다. 나는 ‘베리 민트 켄니(Berry-Mint Kenny)’를 주문해 마셨는데 데킬라와 딸기, 민트와의 조합이 훌륭한 칵테일이었다. 칵테일 주문 시 한정 수량으로 라임 민트 마들렌도 제공된다.

818 데킬라 칵테일
[베리 민트 켄니(Berry-Mint Kenny) 칵테일]

또 팝업 현장에서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818 데킬라를 구매할 수 있다.

818 데킬라 가격표

[블랑코 10만원, 레포사도 12만 5000원, 아네호 19만 5000원, 에잇 리저브 64만 원]

데킬라를 구매하면 굿즈도 받을 수 있는데, 블랑코를 구매하면 에코백을, 레포사도 아녜호 에잇 리저브를 구매하면 티셔츠, 모자 2종 중에 고를 수 있다. 또 즉석에서 병에 각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818 데킬라 굿즈

나는 레몬 머랭 맛이 인상적이었던 레포사도를 골랐고, 각인 메시지로는 ‘the-edit x glen’이라 새겼다. 이런 게 바로 사는 재미.

818 데킬라 각인
818 데킬라 레포사도

818 데킬라 홈페이지에는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를 활용한 공식 칵테일 레시피도 볼 수 있다. 많은 증류소들이 이런 칵테일 레시피를 소개하곤 하는데 818 데킬라 칵테일 레시피는 수십개가 넘는다. 제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담아 ‘우리 데킬라 이렇게 드시면 맛있어요!’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증류소에서도 레포사도의 디저트 같은 풍미를 강조하고 싶었던지 유난히 커피가 들어가는 레시피가 많았다. 그중 하나의 레시피를 따라 직접 만들어 보았다. 원래 보드카를 활용하는 에스프레소 마티니에서 기주를 데킬라로 바꾼 버전으로 ‘818 클래식 에스프레소 마티니’라 이름 붙여진 칵테일이다.

[출처 : 818 데킬라 공식 홈페이지]

818 레포사도에 갓 뽑은 에스프레소, 커피 리큐르, 시럽을 넣고 셰이킹을 해 만드는 칵테일이다. 셰이킹으로 한층 풍성해진 에스프레소 크레마가 칵테일 위에 올라가 부드러운 질감이 마치 크림을 베어 문 듯하다.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맛보는 듯한 우아한 풍미의 칵테일이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이외에도 포토 부스, 선인장 랜덤 뽑기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더 현대 서울에서 3월 7일까지 진행되는 팝업에 꼭 방문해보자.

미국이 전 세계 데킬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⅔ 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반면 그만큼 미국이나 멕시코를 제외하면 데킬라는 그리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술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아직은 데킬라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며, 특히 818 데킬라 같은 프리미엄 데킬라는 더욱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얼리어답터가 된 기분으로 이 핫한 데킬라를 마셔보자. 국내 데킬라 열풍이 이제 막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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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위스키와 칵테일에 대해 글을 쓰는 홈텐더. 술이 달아서, 글을 씁니다.